[★태국현장] '신경전 이후...' 박항서-니시노 뜨거운 포옹, 韓日 갈등 '초월'

타마삿스타디움(태국)=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9.06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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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한국시간)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 뒤 니시노 태국 감독과 박항서 베트남 감독(빨간색 원 오른쪽 하늘색 상의)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박항서(60) 감독이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옐로우 카드를 받은 사령탑이 됐다. 그 정도로 뜨거운 신경전을 벌였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는 다 지난 일이었다. 그리고 둘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과 니시노 아키라(64·일본) 태국 대표팀 감독의 이야기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FIFA 랭킹 97위)은 지난 5일(한국시간) 태국 방콕 북부에 위치한 빠툼타니주 랑싯시의 타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118위)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G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사령탑 간 '미니 한일전'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은 가운데, 경기 역시 매우 치열했다. 중원에서는 수시로 양보 없는 몸싸움이 펼쳐졌다. 양 팀 벤치 간 신경전도 뜨거웠다. 특히 심리전에 능한 박항서 감독은 벤치를 지키다가도 결정적인 순간만 되면 터치 라인 근처까지 나와 선수들을 독려했다.

축구에서는 흔치 않은 벤치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후반 15분경에는 베트남의 응우옌 트롱 호앙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양 팀 감독과 스태프가 언사를 서로 주고받았다. 양 팀 벤치 사이의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이영진 수석코치가 말릴 정도로 박 감독의 제스처는 컸다.

급기야 후반 42분께 또 한 번 양 팀 벤치가 충돌했다. 베트남 부이 티엔 중이 태국 송크라신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쓰러졌다. 이 모습을 눈앞에서 본 니시노 감독은 베트남이 시간을 끈다고 판단, '일어나라'는 제스처와 함께 불만을 표출했다. 이를 본 박 감독과 베트남 스태프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왜 우리 선수한테 뭐라고 하냐'는 뜻이 담긴 항의를 강하게 하며 일본 벤치 쪽을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스태프들이 나서서 말리는 분위기 속에 더 큰 물리적 충돌로 번지진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박 감독만 주심으로부터 옐로우 카드(경고)를 받았다. 태국 홈 팬들의 야유는 극에 달했다.


후반 추가시간 4분이 지난 뒤 경기는 0-0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힘든 원정에서 승점 1점을 챙긴 베트남 선수들은 두 손을 들며 기뻐했다. 반면 태국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그런데 이 순간, 박 감독이 태국 벤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니시노 감독이 서 있었다. 박 감독은 니시노 감독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무언가 말을 건넸다. 이어 둘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감정의 골은 사라진 듯했다. 최근 한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하지만, 타국을 이끄는 사령탑의 마음을 '형' 니시노 감독과 '동생' 박 감독 모두 이해하는 듯 보였다.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니시노 감독과 신경전에 대한 질문을 받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내가 경고를 받았으니 제게 잘못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웃으면서 "결례를 범했다고 한다면 진심으로 상대 벤치에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후 박 감독은 경고를 받은 상황에 대해 "(태국) 관중들 때문에 화가 난 건 아니었다. 내가 약간 다혈질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퇴장도 당해봤고, 징계도 받아봤다"면서 "어려운 내용은 자꾸 묻지 말아달라. 나는 베트남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라고 웃으며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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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베트남전 도중 태국 관중석을 응시하고 있는 니시노 감독.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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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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