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후배들아" 김태균, 은퇴식서 끝내 눈물... '52번' 이글스의 영원한 전설이 됐다 (종합) [★대전]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21.05.2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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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는 김태균.
결국 '이글스의 심장' 김태균(39)이 은퇴식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와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김태균이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서 열린 SSG와 랜더스의 홈 경기에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태균이 깜짝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유. 바로 이날 한화가 김태균의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개최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부터 은퇴 경기에 임하는 선수에 한해 특별 엔트리를 허용했고, 이 혜택을 받는 첫 번째 선수가 됐다.


경기를 약 2시간 15분 앞두고 김태균은 빨강색 올드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왜 이렇게 어색하지"였다. 김태균은 "(은퇴 기자회견 후)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때 눈물을 많이 흘렸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어 감흥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나오니 새롭긴 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난해 기자회견서 눈물을 흘릴 거라고는 상상을 안했다. 이번에는 당황스럽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면서 "그런데 우는 게 나은 건가요? 그림은 우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취재진에 되묻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그리고 이날 그는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경기 시작에 앞서 선발 라인업이 호명됐다. 김태균의 이름이 울리자 이글스파크에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그는 1루수 미트를 낀 채 1루에 선 뒤 환하게 웃으며 캐치볼을 했다. 가볍게 팔을 휘젓는 모습에서 여전히 현역 선수 같은 느낌을 풍겼다.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2루 쪽으로 급하게 뛰어간 그는 후배 내야수들과 나란히 섰다. 이어 큰딸 효린 양이 시구를, 김태균과 둘째딸 하린 양이 시타를 각각 맡아서 했다.


시구와 시포를 마친 뒤 김태균은 다시 익숙한 1루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이어 김병주 주심이' 플레이볼'을 선언했다. 그 순간, 한화 벤치서 교체 사인이 나왔다. '김태균 교체 OUT, 노시환 IN'. 김태균이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이었다. 김태균은 마운드서 동료들과 인사한 뒤 모자를 벗고 1루와 3루, 그리고 외야를 향해 허리를 꾸뻑 숙이며 인사했다. 아내 김석류 씨, 두 딸과 함께 기념 촬영을 마쳤다. 한화에서 함께했던 SSG 투수 이태양, 그리고 동갑내기 친구 SSG 추신수가 김태균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김태균은 뜨거운 포옹으로 화답했다.

더그아웃에서 잠시 경기를 지켜보며 후배들을 응원하던 김태균은 3회 시작부터 자리를 이동해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이날 한화 선수들은 팀을 떠나는 대선배에게 승리를 안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SSG에 2-6으로 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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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가운데)이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경기 후 김태균의 은퇴식 행사가 열렸다. 그가 초청한 한화 출신 은퇴 선수인 윤규진과 송창식, 최진행, 김회성, 양성우가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송광민도 초청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먼저 정민철 한화 단장이 헌정사를 했다. 정 단장은 "태균아, 너와 함께 뛰고, 너의 경기를 보는 건 내게 큰 영광이었고, 특권이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축하한다. 이글스의 영광을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리자"며 후배의 앞길을 응원했다.

이어 김태균이 은퇴사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아마 수천 번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라 소개했을 텐데, 한편으로는 김태균이라 소개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라 생각하니 속상하고 안타깝다. 제가 방망이를 처음 잡았던 30년 전 한화 이글스는 저의 큰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팀에 지명을 받아 선수 생활을 했다. 많은 관중들, 팬 여러분 들 앞에서 야구 인생의 마침표를 찍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야구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지금까지 초등학교부터 프로, 일본 시절까지 제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계신다"며 잠시 말을 멈췄다.

이어 "많은 감독님과 코치님, 역대 한화 이글스 사장님, 단장님들, 구단 프런트 직원 분들, 그 분들이 계셨기에 제가 이 긴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분들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태균은 "저보다 애타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시고 마음 졸였을 부모님, 그리고 아내, 제 아이들, 정말 고생 많았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제 존재가 더 빛났다. 한화 팬 여러분들은 제게 굉장히 큰 존재였다. 이 자리를 빌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우리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들은 저를 언제나 자랑스러워해주셨고 아껴주셨다. 팬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더 나은 김태균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 울먹거렸다.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그를 향해 관중석에서 연신 박수가 쏟아졌다.

계속해서 "그리고 저희 한화 이글스는 지금 가장 큰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 다. 팬들이 염원하시는 정상에 서는 그날이 꼭 올 거라 믿는다. 저도 팬 여러분들과 함께 이글스가 정상에 서는 그날까지 응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후배들, 형이 같이 운동하고 땀 흘릴 수는 없지만…"이라면서 말을 좀처럼 이어나가지 못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는 "형의 아쉬운 한 부분을 꼭 채워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웃은 뒤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신과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형이 항상 응원할게"라고 인사했다.

끝으로 그는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와주신 팬 분들과 구단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선수 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멋진 자리를 만들어주신 구단주 김승연 회장님과 박찬혁 사장님, 정민철 단장님, 많은 고생을 하며 준비해주신 구단 프런트 직원 분들께 감사하다. 영구결번의 영광을 누리게 됐는데 많은 팬들과 구단 정말 감사드린다. 훌륭하신 선배님들에게만 허락됐던 영구결번의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돼 감사하다. 지금까지 한화 이글스 선수로 많은 응원과 사랑 보내주신 팬들의 감사한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겠다. 감사합니다"라며 은퇴사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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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오른쪽)이 노시환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북일고를 졸업한 김태균은 지난 2001년 한화에 입단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2010~11 시즌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활약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18시즌 동안 한화 이글스에서 '원 클럽맨'으로 활약했다. 그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통산 2015경기에 출전, 2209안타로 역대 최다안타 3위(우타자로는 1위), 3557루타로 역대 최다루타 4위(우타자 1위), 통산 출루율 0.421로 역대 2위, 통산 타율 0.320으로 역대 5위, 홈런 311개로 역대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2016년 8월 7일 대전 NC전부터 2017년 6월 3일 대전 SK(현 SSG)전까지 86경기 연속 출루를 달성하며 한,미,일 프로야구 최다 경기 연속 출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현재는 정민철 한화 단장을 보좌하는 스페셜 어시스턴트이자 KBS N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한화는 그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52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한화 이글스의 영구결번은 장종훈(35), 정민철(23), 송진우(21)에 이어 김태균이 4번째다.

그리고 우연이었을까. 공교롭게도 같은 날 김태균의 옛 동료 류현진은 미국서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5승 달성에 성공했다. 일부 팬들은 '5'이닝 '2'실점에서 김태균의 등번호 '52번'을 떠올렸다. 이날 전광판에 류현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한화 팬들은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류현진은 "은퇴하게 돼 아쉽게 생각하고, 제2의 인생에 좋은 일 많이 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날 이글스파크는 경기 시작 2분 만인오후 5시 2분에 3900명(구장 수용인원의 최대 30% 입장 가능) 매진을 기록했다. '5'시 '2'분 역시 김태균을 상징하는 등번호와 같았다.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또 한 명의 별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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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왼쪽)이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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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이 은퇴식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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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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