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사령탑, 마지막에 준비한 말을 꺼냈다 "10년 전, 절실했던 마음으로"

창원=심혜진 기자 / 입력 : 2021.08.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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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NC 감독./사진=OSEN


다사다난했던 올림픽 휴식기를 마치고 KBO리그가 후반기를 시작했다. 누구보다 착잡한 마음이었을 이동욱(47) NC 감독이 인터뷰 말미 작심한 듯 자신의 다짐과 선수단을 향한 메시지를 밝혔다.

NC는 전반기를 37승35패 5위로 마쳤다. 하지만 전반기 막판이 좋지 않았다.일부 선수들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위반하고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탄로났다. 그것도 원정 숙소에서 말이다. 야구계는 발칵 뒤집혀졌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결국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으로 이어졌다. 술자리에 참여한 박석민(36), 이명기(34), 권희동(31), 박민우(27)는 KBO로부터 72경기 징계를 받았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후반기 가을야구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할 시기에 주축 선수가 4명이나 빠졌다. 엎친데 곂친 격으로 부상자들도 늘어났다. 유격수 노진혁(32)은 허리 통증, 박민우를 대체할 예정이었던 내야수 정현(27)은 손목 골절로 전력을 이탈했다. 또 외국인 투수 웨스 파슨(29)스는 자가 격리 여파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선발 로테이션을 1~2번 정도 빠지게 됐다.

4주 간의 휴식기가 생겼지만 훈련이 제대로 될리는 만무했다.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이동욱 감독은 "구상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2주의 격리 시간이 있었고, 선수들은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NC발 코로나 후폭풍은 생각보다 컸다.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 선수가 연달아 방역수칙 위반으로 이탈했고, 도쿄올림픽에서는 동메달조차 따지 못하고 6팀 중 4위에 그친 채 돌아왔다. 거기다 경기 중 껌을 씹는 강백호(21·KT)의 모습이 잡히면서 비난은 더욱 커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기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9일에는 키움 송우현(27)의 음주운전에 두산 선수의 도핑 적발까지 겹쳤다. 야구계에 악재가 계속됐다.


때문에 10개 구단 사령탑을 침체된 분위기 속에 사과부터 하며 후반기를 시작해야 했다. 이동욱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뷰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던 이 감독은 '후반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하고 침체되는 거 같다'는 말에 "제가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거 같다. 전 할말이 없지 않나"라며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후 후반기 구상에 대해 밝혀 나가던 이동욱 감독은 인터뷰 말미 생각해왔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심호흡을 한 후 이 감독은 "올해 유니폼에 10주년 패치를 달고 뛰고 있었다. 10년 전, 창단 했을 때 그 느낌, 절실했던 그 때의 마음으로 선수들과 함께 돌아가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팬들께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NC는 2011년 프로야구 제9구단으로 창단했다. 올해가 10주년이 된 해다. 그래서 유니폼도 특별하다. 오른팔에 창단 10주년 기념 패치가 붙어 있다.

NC 관계자도 놀란 눈치였다.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준비하신 멘트 같다. 선수단에게 주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사령탑의 굳은 의지를 제자들이 따라주지 못했다. 1군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신예 선수들은 실책을 연거푸 범했다. 19세 김주원은 2회 2사 1루에서 한동희의 2루 땅볼 타구를 잡지 못했다. 이닝이 끝났어야 했지만 2사 1, 3루가 됐고 김재유와 안중열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NC의 실수는 9회초에도 이어졌다. 8회말 대타 정진이가 추격의 투런포를 기록했지만 실책으로 스스로 흐름을 끊었다. 첫 타자 마차도가 볼넷으로 출루한 무사 1루서 추재현의 땅볼 타구를 1루수 강진성이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다음 타자 전준우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쳐내며 추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중견수 수비도 아쉬웠다. 알테어가 무난히 잡을 것으로 보였으나 타구를 놓쳐버렸다. 이날 중계를 맡은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주전 선수들이 많이 빠져있기 때문에 톱니바퀴가 안돌아가는 느낌이다"며 주전들의 공백을 지적했다. 결국 1군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채 후반기 첫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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