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1할 부진 '눈물'→팔꿈치 통증에도... 책임감에 다시 배트를 돌렸다

창원=심혜진 기자 / 입력 : 2021.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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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광주 KIA전 6회초 1사 1, 2루에서 양의지가 3점 홈런을 때린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사진=뉴시스
양의지(34·NC)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여전히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 뿐이었다.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나 양의지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은 컸다. 몸과 마음을 채 추스르지 못한 채 양의지는 다시 배트를 고쳐 잡았다.

도쿄올림픽에서 양의지의 성적은 좋지 않다. 7경기에서 타율 0.136(22타수 3안타)에 불과했다. 더욱이 중심 타선에 꾸준히 기용됐음에도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크게 상심한 탓에 대회가 끝난 후에는 눈물까지 쏟았던 양의지다.


11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양의지는 여전히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정신적으로 힘든게 사실이다. 국민들께 죄송하고,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많이 무겁다"며 "2019 프리미어12 때도 못해서 이번 대회는 정말 잘하고 싶었고,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결과를 내지 못해 내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많은 비난을 받는게 당연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 양의지는 올 시즌 초부터 팔꿈치 통증을 안고 경기에 출전했다. 때문에 포수 보다는 지명타자로 더 많은 경기에 나섰다. 기록을 보면 포수(131타석)보다 지명타자(168타석)로 더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부상 선수를 차출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양의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부상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정말 잘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갔다. 이기고 싶었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오는 말 같다"며 "김경문 감독님께도 죄송하다. 잘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간 것인데 결과를 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양의지는 다시 한 번 병원 검진을 받았다. 그래서 후반기 첫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병원 검진 결과 염증은 그대로이나 예전보다 더 심해지지는 않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방망이를 잡기로 했다. 책임감에 따른 것이다.

소속팀의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전반기 막판 박석민(36), 이명기(34), 권희동(31), 박민우(27) 등 일부 선수들은 술자리 파문을 일으켰고, KBO로부터 72경기 징계를 받고 시즌 아웃됐다. 양의지는 악화된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가야 할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 대신 그라운드에 나서는 방법을 택했다.

이동욱(47) NC 감독도 "팀 중심을 잡아야 하는 선수이고 주장이고 하니 지명타자 출장할수 있다고 하더라.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양의지는 "나만 힘들다고 배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선수들도 힘든건 마찬가지다. 그라운드에 나가야 빨리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 느꼈다"면서 "그라운드에 나가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팀이 사건·사고들로 좋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을 잘 관리해서 팬들을 두 번 다시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을 바로 실현했다. 양의지는 팔꿈치가 아픈 와중에도 맹타를 휘둘렀다. 수비는 하지 못했지만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양의지의 후반기 첫 경기 성적이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양의지는 초구, 2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롯데 선발 프랑코의 3구째 141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비록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NC의 득점은 무산됐다.

0-4로 끌려가던 4회말 마침내 NC의 추격이 시작됐다. 나성범이 첫 타자로 솔로포를 터트렸다. 양의지는 두 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으나 세 번째 타석에서 팀의 추가 득점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냈다. 5회말 2사 만루에서 또다시 프랑코를 만났다.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152km 직구를 노린 양의지는 내야를 가르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2루수 안치홍이 몸을 날려 잡기는 했으나 1루로 뿌리지 못했다. 그 사이 2, 3루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와 3-4까지 쫓아갔다.

6회 한 점씩 주고 받은 끝에 4-5로 뒤진 8회말 양의지는 세 번째 타석에서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바뀐 투수 오현택의 3구째 137km 직구를 받아쳐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대주자 최정원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양의지의 맹활약에도 NC의 마지막 집중력이 아쉬웠다. 최정원이 도루로 2루까지 진루했으나 이후 세 타자가 모두 범타에 그쳐 동점에 실패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양의지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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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경기 2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양의지가 아웃된 뒤 아쉬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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