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통화 우시더라고요..." 상상 못한 데뷔전 극찬, '배를 탄 사나이' 아시나요 [★현장]

창원=김우종 기자 / 입력 : 2021.08.21 19:42
  • 글자크기조절
image
20일 창원 LG-NC전. NC 3루수 최보성이 다이빙 캐치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2회 좋은 수비가 경기 초반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동욱(47) NC 감독이 3군서 코치로 활약하던 시절, 둘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2021년 8월 20일. 이 감독은 생애 첫 선발 출장 기회를 부여했고 선수는 맹활약으로 화답했다. 경기 후 사령탑은 그를 콕 집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린 시절 NC 다이노스만 바라보며 커온 '엔린이' 그리고 해군으로 현역 생활을 마친 사나이 최보성(23·NC)의 이야기다.


20일 창원 NC파크서 열린 LG-NC전. 첫 스타팅으로 나선 최보성은 "처음이라 떨리고 긴장됐다"고 되돌아봤다. 최보성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 69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우투우타 내야수. 진해장복초(진해리틀)-외포중(거제)-개성고(부산)를 졸업한 경남 토박이다.

NC가 1-0으로 2회초. 1사 1,2루 위기서 LG 김재성의 강습 타구가 3루 쪽으로 향했다. 이때 최보성이 잽싸게 몸을 날려 공을 낚아챈 뒤 3루를 먼저 밟았다. 이와 동시에 1루로 레이저 송구를 시도해 더블 플레이로 연결했다. LG의 흐름이 한 번에 끊긴 순간이었다. 타구를 처리한 최보성은 NC 선발 파슨스의 축하를 받은 채 씩씩하게 더그아웃으로 뛰어갔다. 동료들은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그를 맞이했다.

21일 NC파크에서 만난 최보성은 "한 50번 정도 전날 수비 영상을 돌려봤다"고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어 "그 상황이 정말 즐거웠다. 떨리기도 했지만 해냈다는 것에 기분이 많이 좋았다. 막상 처음 선발로 나가니 떨렸다. 하지만 그 수비를 하고 나서 긴장감이 풀렸다"고 했다.


image
최보성의 타격 모습.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최보성은 배를 탄 사나이다. 고향인 진해서 해군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2018 시즌을 마친 뒤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집에서 가까운 곳에 부대 배치를 받았다. 갑판병으로 복무했다. 청소도 하고 물건도 나르는 잡일(웃음)을 했다. 소방수로 불 끄는 임무도 수행했다"며 잠시 회상에 잠겼다. 군 복무를 하면서도 야구를 놓지 않았던 그다.

"군대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다. 함장님께 부탁을 드려 양해를 구한 뒤 배 안에서 캐치볼, 스윙 연습 등을 열심히 했다. 일찍 군대를 다녀오는 걸 선택했는데 잘한 것 같다. 군대에 다녀오면서 생각을 다잡고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나이도 어린 상태에서 성장의 시점을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그랬다. 하지만 이젠 걸리는 게 없으니까 훈련서도 집중이 더 잘 되고 열심히 한다."

이 감독은 이날 최보성에 대해 "어제 경기는 (최)보성이의 역할이 정말 컸다. 다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잡혔고, 더블 아웃까지 연결됐다. 사실 저는 안타로 봤다. 좌타자 기준, 빗맞은 것도 아니고 잘 맞은 타구였다. 바깥쪽으로 흘러 빠져나가는 타구인데, 흐름을 끊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고 극찬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작전 수행 능력도 좋았다. 팀이 5-1로 앞선 8회 무사 1,2루서 희생 번트를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이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그를 향해 박수를 쳐주며 격려했다. 하지만 정작 이 감독은 이 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뒤돌아보니 눈이 마주쳐서 박수를 쳐준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리가 달아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안타를 치고 못 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보성이가 작전을 잘 수행해줘서 칭찬해준 것이다. 상대를 압박해준 것에 대한 칭찬"이라고 설명했다.

image
8회 희생 번트 후 전력 질주를 하는 최보성.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이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투수도 하고 유격수도 봤다. 연습 때보다 경기 때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야구에 열중하는 태도도 좋다. 군대 다녀오면 야구를 향한 열정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보성이는 반대로 플러스가 됐다"며 거듭 칭찬했다. 이 감독이 3군 코치로 재임하던 시절, 최보성은 특훈을 받았다. 최보성은 "예전엔 송구 안정성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 감독님이 3군 코치로 계실 때 핸들링 등 수비 부분을 많이 잡아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건넨 뒤 "어깨(송구)와 콘택트에 자신 있다. 중장거리 유형이다. 수비도 3루가 편하다. 반면 주력은 열심히 뛰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편"이라고 스스로를 분석했다.

생애 첫 1군 선발 출장. 경기가 끝나자마자 가장 생각난 사람. 부모님이었다. 최보성은 "지금까지 가르쳐주신 감독님들과 코치님, 무엇보다 고생하며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어제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셨다. 잘했다고, 고생 많았다고 말씀해주셨다. 중계방송 때 '거제 아레나도'라는 별명을 붙여주신 허구연 해설위원께도 엄청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수비에서는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또 타격에서는 중요할 때 한 방을 쳐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가장 해보고 싶은 건 홈런, 그 중에서도 끝내기 홈런이다. 진짜 이렇게 빨리 1군에서 뛸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음 활약을 기약했다.

image
21일 창원 NC파크에서 만난 최보성. /사진=김우종 기자
image
NC 내야수 최보성.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