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년 된 팀도 매출 93% 급감' 美 마이너리그가 무너진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1.09.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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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산하 트리플A팀 라운드록 익스프레스의 홈구장 델 다이아몬드 전경. 양현종의 현재 소속팀이기도 하다. /사진=라운드록 구단 페이스북
29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에서 17연승을 달성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미국 프로야구의 명문 구단이다. 11번이나 월드시리즈를 제패해 뉴욕 양키스(27회) 다음으로 많은 우승을 기록했다.

재정상태가 열악했던 카디널스가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1920년대 브랜치 리키 단장이 만들어 낸 '팜 시스템' 덕분이었다. 리키는 매입한 마이너리그 구단을 통해 잠재력이 큰 선수를 발굴,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가 창조한 시스템은 다른 메이저리그 팀들의 벤치 마크 대상이 됐다.


마이너리그는 이후 미국 프로야구의 또 다른 대명사가 됐다.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선수들의 사관학교 역할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팀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 프로야구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산하 마이너리그 팀 수를 늘려왔다. 2019년에는 메이저리그 1개 팀당 무려 8.2개의 마이너리그 팀이 존재했다. 1948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호황이었던 마이너리그는 현재 고사 상태다. 기본적으로 마이너리그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시즌을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시즌은 재개됐지만 마이너리그 팀의 재정 상황은 여전히 악화일로다. 메이저리그처럼 거액의 TV 중계권료를 기대할 수 없는 마이너리그 팀은 전체 구단 매출 가운데 경기 당일 티켓과 식·음료 판매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따라서 관중 동원이 어려운 팬데믹 상황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1885년 창단해 미국 마이너리그 팀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팀 중 하나로 꼽히는 채터누가 룩아웃츠의 2020년 구단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93%나 줄었다. 신시내티 레즈 산하 더블 A팀 채터누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21년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무려 136년의 세월 동안 1·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도 견뎌냈던 채터누가도 팬데믹에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이 때문에 채터누가뿐 아니라 적지 않은 마이너리그 팀들은 재정위기 상황을 직원 감원으로 상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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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팀 목록. /사진=마이너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마이너리그의 위기는 단순히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었다. 2020년 메이저리그가 효율적 경영을 위해 추진한 시스템 변화는 마이너리그 팀에 또 다른 시련이었다.

2020년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 팀 40개를 퇴출시켰다. 근본적 이유는 마이너리그 팀들의 열악한 경기장 시설 때문이었다. 여기에 경기를 하기 위해 선수들의 이동거리가 먼 것도 또 다른 이유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에는 세이버 메트릭스도 있었다. 실제로 많은 마이너리그 산하 팀을 운영하는 것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2019년 마이너리그 팀의 퇴출 문제가 공론화됐을 때 이에 대한 반감은 강했다. 특히 마이너리그 팀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의 정치인들은 메이저리그의 경영 효율만 앞세운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2016년과 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가해 바람을 일으켰던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은 "메이저리그의 마이너리그 팀 감축 정책은 야구를 위한 게 아니라 탐욕스러운 결정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정치인들까지 나서 메이저리그 정책을 반대했던 이유는 마이너리그 팀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팀들은 연간 4000만 명의 팬을 불러 들였고 매년 5000만 달러(약 593억 원)의 세금을 내왔다. 이 같은 대규모 관중 유입을 통해 지역 레스토랑과 숙박업체도 '마이너리그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팬데믹 이전 기준으로 전체 마이너리그 팀의 정규직 직원은 모두 3만 5000명에 달했으며 마이너리그 팀은 지역 자선활동을 위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중심축이기도 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퇴출된 40개 팀이 사용하던 야구장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독립리그와 연계해 여전히 야구장으로 기능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종목 경기장이나 공연 시설 등으로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퇴출되지 않은 마이너리그 팀도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 경기장 리노베이션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노후한 경기장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 경기장 재건축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일정 기한 내에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해당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게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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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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