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이라 쓰고, '두산'이라 읽는다...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 [준PO잠실]

두산 정수빈(오른쪽)이 5회초 3타점 적시 3루타를 터뜨린 후 고영민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가을야구가 힘들다'고 했는데 어느새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와일드카드를 거쳐 3위 LG 트윈스를 잡았다.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두산 베어스라 쓰고, '미라클'이라 읽는다.

두산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와 경기에서 폭발한 타선의 힘을 앞세워 10-3의 승리를 거뒀다. 2승 1패로 준플레이오프 통과. 삼성과 플레이오프를 치르러 대구로 향한다.


시리즈 시작 전만 하더라도 LG의 우위를 점치는 쪽이 많았다. 일단 두산이 와일드카드전 2경기를 모두 치르고 왔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워커 로켓이 모두 없었다. 특히나 미란다의 시즌 막판 어깨 이상이 치명적이었다.

반면 LG는 케이시 켈리-앤드류 수아레즈가 건재했다. 오지환의 이탈은 뼈아팠지만, 전체적인 전력이 온전히 남아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었기에 당연히 체력적으로도 우위에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자 완전히 예상과 반대였다. 1차전에서 두산이 투타 모두 우위를 보이며 5-1로 이겼다. 최원준이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LG 수아레즈(4⅔이닝 2실점)과 맞대결에서 웃었다. 이영하-이현승-홍건희-김강률의 불펜도 무실점이었다.


타선에서도 가을만 되면 달라지는 정수빈이 선제 결승타를 쳤고, 박건우도 적시타를 터뜨렸다. 8~9회 3점을 추가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LG는 방망이가 힘을 전혀 쓰지 못했다.

2차전 들어 LG가 반격에 성공하기는 했다. 선발 켈리가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타선은 장단 14안타를 치면서 9점을 냈다. 두산은 곽빈이 4이닝 3실점이었고, 불펜도 이교훈-이승진-윤명준이 6실점했다.

7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회초 페르난데스의 투런포가 터진 후 두산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세만 보면 LG 쪽이었다. 세리머니를 크게 하는 등 스스로 기를 북돋는 모습도 나왔다. 그러나 두산은 두산이었다. 3차전 들어 김태형 감독이 과감하게 마운드 운영에 나섰다. 선발 김민규가 1회 주춤하자 2회 이영하를 올리는 초강수를 냈다. 결과적으로 통했다. 4이닝 무실점 완벽투. 홍건희-이현승-김강률 필승조가 이어던지며 경기를 끝냈다.

타선은 타선대로 대폭발했다. 1번 정수빈이 3안타 4타점, 2번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3안타 1홈런 4타점을 터뜨렸다. 정수빈은 상대 안타를 지우는 '슈퍼맨 캐치'도 두 번이나 만들어냈다. 두산 타선의 기세에 눌린 LG 야수진이 실책을 2개나 범하는 등 흔들렸고, 실점이 계속됐다.

이번 포스트시즌 두산을 보면, 와일드카드전부터 이날까지 5경기에서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 소화한 경우가 딱 한 번이다. 최원준이 딱 5이닝을 먹었다. 선발이 길게 던지지 못하면 경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두산은 예외였다. 불펜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올라와 호투를 펼쳤다. 경기가 안 되겠다 싶으면 승리조 외의 투수를 올리면서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했다. 이길 경기를 확실히 잡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물이 1차전과 3차전 승리다. 타선도 부침은 있어도 잡아야 할 때는 확실하게 터져줬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가을 DNA'다. 이는 수치로는 명확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저력이 이번에도 발휘됐다. 포스트시즌이라 해서 '얼어붙는' 선수가 없다. 칠 때 치고, 잡을 때 잡는다. 막을 때 막고, 줄 것은 또 준다. 부담 없이 즐기는 모습.

'미라클 두산'이라 했다. 확실히 강하다. 정규시즌에서 7위까지 떨어지면서 이번에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종 순위는 4위였다. 포스트시즌이 되자 더 강해졌다. 팀 전력과 무관하게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준다. '두산은 두산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