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R 지명→어머니 눈물을..." 호날두가 롤모델, 조교 출신 '특급 비밀병기' [★이천]

이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22.02.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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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LG 투수 이지강. /사진=김우종 기자
이 선수, 말솜씨가 청산유수처럼 수려하다. 아직 육성 선수 신분으로 1군 데뷔전도 치르지 못했지만 LG의 비밀병기로서 올 시즌 기대를 모으고 있는 우완 투수가 있다. 특이하게 야구 선수가 세계적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그의 이름은 이지강(23)이다.

16일 경기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이지강은 "스프링캠프 합류 자체가 처음이다. 2019 시즌에는 입단하자마자 재활 캠프로 빠졌고, 그해 12월 9일 군입대를 했다. 강원도 화천 1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한 달 정도를 제외하고 군 생활 내내 조교 생활을 했다. 군대서 TV에서만 봤던 선배들과 함께 야구하니 힘든 것보다 재미가 더 크다"고 입을 열었다.


누군가에게는 1군 캠프 합류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정말 간절하고 꿈 같은 일. 아직 1군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이지강은 "사실 저도 1군 캠프에 합류할 줄 몰랐다.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캠프 명단 발표에 앞서 (1군 캠프)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길래, '내가 왜 이 대화방에 초대된 거지?' 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 좋아서 명단을 몇 번이고 계속 확인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수원선일초-수원북중-소래고를 졸업한 이지강은 2019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85순위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은 3천만원. 아직 1군 및 퓨처스리그 공식 기록은 없다. 지난해 5월 30일 전역 후 몸을 만들다가 2군 연습경기에 몇 차례 출전한 게 전부다. 그런데 그때 좋은 자질을 뽐내며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고, 이번에 당당히 1군 캠프에도 참가했다. 그는 "입대 전 체중이 88kg였는데, 제대할 때쯤 95kg가 됐다. 민첩성이 떨어질까봐 걱정했는데, 공에 힘이 있는 것 같아 괜찮았다. 지난해 최고 구속은 145km/h까지 나왔다. 속구와 커브, 체인지업을 던진다. 현재 경헌호 투수코치님으로부터 커터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이지강을 특급 비밀병기로 평가했다. 류 감독은 "올해 5월 1일부터 정식 선수 전환이 가능하다. 굉장히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현재 선발로 염두에 두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속구가 강점이며 체인지업도 좋다. 특히 퀵모션이 좋아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다. 9라운드에 뽑혔지만 기대치가 굉장히 크다. 올해뿐만 아니라 장래가 밝은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지강은 "입단 후 선발로 나선 적은 없지만 고교 시절 계속 선발로 던졌다. 감독님께 열심히 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안경을 쓰는 그의 시력은 0.5~0.6 정도라고 한다. 이지강은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려고 3시간 정도를 도전했는데 잘 안 되더라. 그 이후 김이 서리는 것을 빼고는 딱히 불편한 게 없어 계속 착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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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지강이 스프링캠프서 투구하는 모습. /사진=LG 트윈스 제공
그런 그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특별히 '2명'이라고 밝힌 그는 "첫 번째는 고(故) 최동원 선배님이다. 고교 시절 슬럼프가 와서 구속이 완전히 줄었던 적이 있다.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클레이튼 커쇼 폼도 따라하고 그랬다. 그런데 최동원 선배님의 와일드한 폼으로 던져봤는데 구속과 밸런스가 괜찮았다. 그 폼을 제 밸런스에 맞춰 변형하니까 잘 됐다. 그 이후 잘 돼서 프로에 지명된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롤모델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지강은 "멋지기도 하고, 노력도 엄청나게 많이 하는 선수다. 좋은 일도 많이 하니까 보고 배우고 싶었다"면서 이른바 호날두의 '노쇼 사건'에 대한 취재진의 말에는 "사실 그때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가지 않고 멀리서만 지켜봐서…. 전 호날두의 다른 면을 보고 있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손흥민(토트넘)에 대한 언급에는 "손흥민은 머리로, 호날두는 가슴으로 좋아한다"며 웃은 뒤 "축구와 야구 둘 다 좋아하는 것 같다. 집에서 쉴 때 해외 축구도 틈틈이 본다. 은퇴하면 김용의 선배와 함께 조기축구도 뛰고 싶다"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상위 지명이 아니었기에 프로 지명 당시 이지강은 마음을 졸였을 터. 그는 "2019년 전반기 주말리그 성적도 나쁘지 않아 (프로 지명) 기대를 했던 것 사실이었다. 신인 드래프트 당일, PC방에서 동기 및 후배들과 중계를 지켜봤다. 그런데 제 이름이 계속 불리지 않아 포기하고, 이제 어느 대학에 가야하나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후배들이 '형! 됐어요'라면서 소리를 지르더라. 저는 제 지명 순간을 보지 못하고 놓쳤다. 그 이후 그때 못본 게 한이 돼 기회가 날 때마다 '다시보기'를 통해 본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야구가 생각날 때마다 만날 봤던 것 같다. 그만큼 엄청 기뻤다. 당시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셨다. 현재 제 입단 동기들이 다 잘하고 있다. 그런 점도 동기 부여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야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 친구분이 리틀 야구부를 창단했다. 그때 아버지 친구분이 '아들 있는 사람은 한 번 데리고 와서 취미로 시켜보라'고 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미소를 지은 뒤 "가족들 모두 운동 신경이 있는 편이다. 아버지도 운동을 잘하셨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때 육상을 잘하셨다고 들었다. 삼형제인데, 바로 아래 동생은 축구를 하다가 체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막내는 저와 띠동갑 차이인데, 야구 선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5월 1일까지 다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다. 그래서 5선발 경쟁에 저도 뛰어들어서 동기들처럼 열심히 잘해 한 시즌을 완주하는 게 목표다. 만약 올 시즌 1군에서 뛰게 된다면 메이저리그 중계서 봤던 야시엘 푸이그(키움)와 한 번 맞붙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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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강의 투구 모습.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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