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뮤지션 둘기가 그려가는 독특한 '둘기 유니버스'[★FULL인터뷰]

공미나 기자 / 입력 : 2022.07.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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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둘기 /사진제공=둘기컴퍼니


'레트로 컨셉츄얼 싱어송라이터'. 가수 둘기는 독특한 수식어만큼 개성 강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다. 80~90년대 시티팝 감성을 기반으로 음악을 만드는 둘기는 취향과 경험을 녹여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둘기는 지난해 첫 싱글 '노을'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아티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예고, 예대를 졸업해 노르딕, 모이 등 두 차례 밴드 활동을 했다. 둘기라는 이름은 '구레나룻이 옆으로 뻗쳐 파닥이는 비둘기의 날개 같다'며 친구가 지어준 별명에서 비롯됐다. 아직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둘기의 자세한 성장배경, 이력, 가치관 등은 나무위키에 잘 정리돼 있다. 이는 모두 둘기 본인이 직접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둘기컴퍼니 인근 카페에서 만난 둘기에게 이와 관련 묻자 "나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서 직접 프로필 페이지를 편집했다"고 말했다.


1991년생으로 올해 나이 32살인 둘기가 자신보다 앞선 세대인 8090년대 음악에 관심을 갖게 한 인물은 김현식이다. "어릴 적 김현식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는 둘기는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 시절의 순수하고 투박한 감성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고 했다.

"김현식, 유재하 님 같은 동아기획 그 라인의 음악을 좋아해요. 제가 그분들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그 시절만의 감성이 참 좋아요. 그 시절 음악과 동시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그 시절 음악과 감성을 공부하고 있어요. 요즘은 투투의 음악을 들어요. 혼성 보컬의 조합이 굉장히 하게 들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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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너+나' 커버 이미지 /사진제공=둘기컴퍼니



둘기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싱글 '너+나'는 썸 혹은 연애 초기 관계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에 대한 곡이다. 앞서 발표한 '내 안의 그대가', '노을'과 마찬가지로 레트로 사운드를 내세워 둘기의 색깔을 뚜렷히 표현했다. "아리까리 알 수 없는 너의 맘 / 쭈뼛쭈뼛 서성이는 나 / 아직까지 돌고 도는 너의 맘 / 이건 모두 너의 사랑 공식인 걸까?" 가까워질수록 복잡해지는 마음을 수학공식에 빗댄 가사도 인상적이다. 둘기는 "제가 연애할 때 내성적인 부분이 있다"며 "경험과 상상을 섞은 반자전적인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음악과 뮤직비디오에는 '둘기 유니버스'라는 나름의 세계관이 있다. '내 안의 그대가', '노을', '너+나'로 이어져 온 그의 음악들은 나름의 유기성을 띤다. 영상을 전공했다는 둘기의 여자친구가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매번 같은 배우가 출연해 하나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둘기는 "다음 곡 뮤직비디오까지 몇 편의 뮤직비디오를 이으면 한 편의 단편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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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뮤직비디오 스틸 /사진제공=둘기컴퍼니


둘기라는 이름을 걸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 그는 다양한 음악적 활동을 해왔다. 릴 체리, 케빈오, 딕펑스 등 여러 아티스트 앨범에 믹싱/마스터링 등을 담당했고, 인기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VCR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패션쇼나 브랜드 음악을 여러 차례 참여한 이력도 있다.

이처럼 "사운드와 관련된 일이면 뭐든 해왔다"는 둘기지만, 30대가 돼서야 비로소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들려주게 됐다. 이 때문에 "후배나 동기들이 뮤지션으로 잘 되는 상황들을 보며, '나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후반까지는 나이만 먹고 이룬 게 없다는 생각도 했다"며 한 때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제라도 꾸준히 자신의 작업물을 내놓고 있는 둘기는 "더디더라도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여전히 다양한 작업을 이어가는 둘기는 최근 홍석천이 탑지(TOP G)라는 이름으로 낸 음원 'K TOP STAR'의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전에 다른 아티스트와 작업할 때는 곡을 쓰기 전 레퍼런스가 있었는데, 석천이 형은 '어떻게 곡을 써야 하나'는 생각이 앞섰다"며 해당 곡 작업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비둘기 날개처럼 부지런히 움직여 온 둘기는 요즘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SNS를 활용해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한 인디 매거진과 꾸준히 선보이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콘텐츠도 그 중 하나다. 멋있는 척을 하기보다는 소탈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편인 둘기는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소위 말하는 '뻘짓'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락큐 매거진과 함께 찍은 콘텐츠에서 악플을 써준 분들과 소통하기도 했고, 홍대 길거리에서 무작정 CD를 나눠주는 것도 해봤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걸 느꼈어요. 제 음악을 찾아 들어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가서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 둘기는 두 차례 앨범을 더 낼 예정이고, 공연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또 비둘기에서 이름을 따온 가수답게 9월 9일엔 '99절'을 기념해 특별한 무언가를 선보일 계획도 있단다. 넘치는 아이디어를 가진 둘기는 "제가 장기는 딱히 없지만 깡 하나는 좋은 것 같다"며 겸손하지만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다양한 음악과 콘텐츠를 기대케 했다.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냐고요? 많은 아티스트 중에 이런 음악도 하는 사람이 있구나. 둘기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구나. 이정도로만 봐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공미나 기자 mnxoxo@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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