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땜했어, 우리가 이긴다" 부상 입은 사령탑 한마디, 선수들을 깨웠다

수원=심혜진 기자 / 입력 : 2022.09.07 03:34
  • 글자크기조절
image
KT 장성우.
"감독님께서 액땜했다고, 이길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사령탑의 예언이었을까. 아니면 선수들을 향한 믿음이었을까.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KT는 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서 8-5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KT는 3연승을 내달리며 67승51패2무를 마크했다. 이날 3위 키움이 삼성에 4-11로 패해 승차는 0.5경기차로 줄어들었다.

KT에게는 정말 값진 승리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하위 한화와 상대전적에서 열세(5승7패)를 보인 유일한 팀이 KT였기 때문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부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키움과 치열한 3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KT로선 한화는 분명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경기 중반까지는 한화에 끌려갔다. 6회까지 1-4로 끌려갔다. 앤서니 알포드의 아쉬운 주루와 실책이 겹쳤다. 선발투수 고영표(6이닝 4실점 3자책점)가 최소한의 몫을 해냈지만, 후반기 상승세와 동떨어진 경기력으로 애간장을 태웠다. 타선도은 한화 선발 예프리 라미레즈(6이닝 1실점) 공략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KT는 포기하지 않았다. 호수비로 추가 실점을 막은 뒤 역전을 노렸다. 0-1로 끌려가던 1회초 1사 1, 3루서 나온 심우준, 2루수 오윤석의 다이빙캐치 등으로 추가 실점 위기를 봉쇄한 덕분에 막판까지 팽팽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7회말 빅이닝을 만들어냈다. 1-4로 끌려가던 7회말 볼넷과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에서 심우준이 기습 번트로 만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조용호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3루 주자 알포드가 홈을 밟았다. 황재균의 타구는 행운의 득점이 됐다. 우익수 장진혁이 잡으려다 글러브에 맞고 튕기면서 실책이 됐다. 이어 박병호의 희생플라이까지 나오면서 5-4 역전에 성공했다.

5-4로 앞선 9회초 마무리투수 김재윤이 동점을 허용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9회말 장성우가 마침표를 찍었다. 2사 2, 3루서 한화 강재민의 3구째 129km 슬라이더를 밀어 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장성우의 두 번째 끝내기 홈런이었다.

경기 후 만난 장성우에게서 승리의 비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액땜했다고 하시더라. 우리가 이길 거라고 하셨다"고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이야기였을까. 알고 보니 이강철 감독에게 작은 부상이 있었다. 6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장운호가 고영표를 상대하다 2구째 볼에 파울 타구를 쳤는데, 하필이면 KT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정확히 이강철 감독의 다리를 맞췄다. 허벅지 안쪽이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전혀 티를 내지 않고 무심하게 공을 더그아웃 밖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선수들에게 "내가 공에 맞은 걸로 액땜해서 우리가 역전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장성우는 "감독님이 타구에 맞고 아픈 티도 못 내고 그러셨는데 진짜 액땜한 덕분에 잘 풀린 거 같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개인 두 번째 끝내기 홈런과 함께 15호 아치를 그렸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2015년 4월 10일 부산 한화전 이후 나온 두 번째 끝내기 아치다. 이 홈런으로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까지 세우며 기쁨은 두 배가 됐다.

image
이강철 KT 감독.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