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되게, 좀, 많이 밝은 팀" 설레는 것은 맏형 원종현도 마찬가지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11.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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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가 모처럼 큰 마음을 먹고 외부 FA를 영입했다. 확신을 갖고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그 주인공은 베테랑 우완 투수 원종현(35)이다.

키움은 19일 "투수 원종현과 계약기간 4년, 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 등 총액 2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17일 FA 시장이 막이 올린 후 1호 계약이다. 키움은 NC에 원종현의 2022시즌 연봉 150%인 4억 500만 원을 지불한다. 원종현은 C등급 FA라 보상 선수는 내주지 않아도 된다.

계약 후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원종현은 "내가 FA 1호 계약이 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 사실 최근 포수들이 이슈여서 나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키움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줘서 마음이 끌렸다"면서도 "NC에 오래 있었다 보니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남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잘 맞지 않았다. 키움과 NC 외의 팀에서도 제안을 줬는데 키움에서 확실히 보장을 줬다 보니 가장 끌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연했다. 만 35세의 투수에게 좀처럼 나오기 힘든 규모의, 그것도 옵션 없는 완전 보장 계약이었다. 그런 계약을 안겨준 구단이 키움이라 팬들을 더욱 설레게 했다. 키움이 외부 FA 선수를 영입한 것은 2011년 11월 이택근(42)과 4년 50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 후 11년 만이다. 이택근이 히어로즈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진정한 '외부 FA' 영입은 원종현이 처음인 셈이다.


진정한 외부 FA 영입인 점은 키움 선수들과 관계에서도 드러났다. 원종현은 "친분 있는 키움 선수는 많지 않다. NC에 같이 있던 (김)준완과 (김)태진이 정도다. 준완이는 FA 소식 후 전화 와서 또 만나게 됐다고 많이 좋아해줬다. 이지영 선수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포수로서는 많이 든든하다. 경험이 많으시다 보니 마음 놓고 내 공을 던질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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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오른쪽)이 19일 오전 고형욱 키움 단장과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원종현은 2006년 신인 2차 2라운드 11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지만, 기량을 꽃피운 것은 2013년 NC 입단 이후였다. 2014년 만 26세라는 늦은 나이에 1군 데뷔를 했고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는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아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6개월 뒤 완치 판정을 받고 2016년 성공적으로 그라운드로 복귀해 감동을 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50이닝 이상을 던지며 NC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2020년에는 NC의 창단 첫 우승을 일궈냈다.

이러한 스토리는 키움에 확신을 줬다. 고형욱(51) 키움 단장은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를 치르면서 불펜진 운영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고 원종현이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우리 팀에 젊고 패기 넘치는 선수들이 많은데 코치진의 도움도 있지만, 원종현같이 스토리 있는 선배의 루틴을 따라 하면서 보고 느끼면서 성장하는 것도 크다고 생각한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귀감을 줄 것이라 믿었다. 세 번째는 원종현 선수 영입을 기점으로 스토브리그를 잘 준비해서 키움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올해보다 더 높은 곳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4년 계약을 준 이유에서도 "원종현 선수가 나이도 있지만, 건강하게 오래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나이 때문에 체력이 부쳐서 못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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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사진=뉴스1


NC에도 원종현은 미련이 남는 선수였다. 창단 멤버였고 첫 통합우승의 주역이었으며, 묵묵한 리더십으로 클럽하우스 모두의 귀감이 되는 선수였다. 기량 면에서도 올해 68경기(63⅓이닝) 평균자책점 2.98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해 손색이 없다. NC 관계자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라 우리로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워크에식(직업 윤리)이 좋은 선수였다. 고참으로서 특권 의식 없이 선·후배들과 잘 지냈다. 본인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어 자기 관리와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항상 조용히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후배들을 잘 이끈 선수"라고 전했다.

올해 투수조 최고참은 에릭 요키시(33), 김선기(31)였다. 가자마자 맏형이 되는 원종현은 키움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그는 "20대 때부터 체력, 건강 관리에서 많은 고민을 했었고 꾸준히 준비를 잘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젊은 선수들한테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있다"면서 "그동안 이런저런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부상 없이 꾸준하게 던져온 나만의 루틴이 있고 후배들한테 알려줄 수 있다. 마운드에 나가서도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려고 한다. 후배들이 든든한 형이 생겼다고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설레는 것은 그도 마찬가지다. 원종현은 "밖에서 보던 키움은 어떤 상황에서도 휘둘리지 않고 되게, 좀, 많이 밝아 보이는 팀이었다. 아직 선수들의 얼굴도 못 봤지만, 그런 팀에 잘 적응해서 재미있게 운동을 해보고 싶다"고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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