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유격수+농구 가드' 경험이 만든 슈퍼볼 MVP 마홈즈 '팔색조 패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3.02.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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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한국시간) 슈퍼볼 MVP에 선정된 캔자스시티의 패트릭 마홈즈. /사진=뉴스1
미국 프로스포츠 무대에는 다양한 종목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적지 않다. 소수이기는 했지만 심지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풋볼(NFL)에서 동시에 선수로 뛴 선수도 존재했다. MLB 월드시리즈와 NFL 슈퍼볼에 모두 출전했던 유일한 선수 디온 샌더스(56)가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고등학교나 대학 시절까지 여러 종목에서 선수로 뛰다 결국 한 종목을 선택해 프로 선수 생활을 한다.

13일(한국시간) 펼쳐진 제57회 슈퍼볼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38-35로 제압하고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우승으로 이끈 쿼터백 패트릭 마홈즈 2세(28)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는 고교 시절까지 야구, 농구, 아메리칸풋볼 선수로 동시에 활약했다. 아메리칸풋볼에서는 쿼터백으로, 야구에서는 유격수와 투수로 활약했고 농구에서는 포인트 가드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고교 시절 마홈즈는 이 세 가지 종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MLB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그의 아버지 팻 마홈즈 1세는 아들이 야구를 택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들은 아메리칸풋볼을 선택했고 이후 텍사스 테크 대학에 진학해 최고의 쿼터백으로 성장했다. 이후 2017년 1라운드 10번 지명을 받아 NFL 캔자스시티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입단 이후 마홈즈 2세는 오랫동안 NFL의 불모지로 불렸던 캔자스시티에 풋볼 열풍을 몰고 왔다. 마홈즈 2세는 2019년 캔자스시티를 50년만에 슈퍼볼 정상으로 이끌며 일약 스타 쿼터백으로 떠올랐고 캔자스시티의 영웅이 됐다. 올해 다시 한 번 슈퍼볼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는 NFL 최고의 쿼터백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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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마홈즈. /사진=뉴스1
쿼터백으로서 마홈즈의 최대 장점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다양한 각도와 위치에서 나오는 팔색조 패스 기술이다. 그는 마치 농구의 포인트 가드처럼 상대 수비 빈 자리에 빠르게 송곳 패스를 찔러 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필라델피아와 슈퍼볼에서도 그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와 같은 패스를 자주 성공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홈즈의 패스는 종류가 다양하다. 마치 야구에서 내야수가 1루수에게 던져주는 듯한 직선으로 전달되는 송구처럼 빠른 패스부터 상대 수비벽을 넘기기 위한 점프 패스를 하는 기술도 뛰어나다. 매우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마홈즈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나 볼 법한 '노룩 패스'도 시도한다. 한쪽을 응시하며 반대 방향으로 패스를 하는 마홈즈의 속임수에 상대 팀 수비라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마홈즈는 야구와 농구에서 익힌 기술을 아메리칸풋볼에 접목시킨 다양한 방식의 패스로 NFL 무대를 평정했다. 어쩌면 그는 21세기 융복합 시대에 잘 어울리는 쿼터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교 시절 아들이 아메리칸풋볼을 그만두고 야구에만 집중하기를 원했던 아버지 마홈즈 1세는 그의 아들이 아메리칸풋볼보다 야구에 더 재능이 많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는 스포츠 특기생이 되기 위해 아메리칸풋볼보다 야구가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마홈즈 1세는 아메리칸풋볼을 선택한 그의 아들의 결정을 존중해줬고 응원했다. 마홈즈 1세는 쿼터백으로서 아들의 성공에는 야구, 농구를 통한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쿼터백으로 그가 보여준 장점은 야구 유격수와 농구 가드로 활약하면서 체득한 것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마홈즈 2세의 성공신화는 아들의 선택을 지켜준 아버지와 고교 시절 야구와 농구 선수 경험을 통해 쿼터백으로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킨 아들의 합작품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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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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