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리그' 분데스리가, 뮌헨 10년 독주 마침내 끝날까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3.02.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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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수 에릭 막심 추포모팅. /AFPBBNews=뉴스1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는 유럽 축구 리그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관중 숫자를 자랑한다. 2021~2022 시즌 4만 1789명으로 같은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3만 9989명보다 높았다.

자국 팬들의 분데스리가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높지만 해외에서 분데스리가는 '노잼 리그(재미없는 리그)'로 통한다. 이런 이유로 분데스리가의 해외 중계권료 수입은 EPL과 스페인 라 리가에 비해 낮은 편이며 최근에는 그 수입이 더 줄어들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세계적인 스타가 별로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2022~2023 시즌을 앞두고도 분데스리가는 '득점 기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바르셀로나)와 '떠오르는 골잡이' 엘링 홀란(23·맨체스터시티)을 각각 스페인 라 리가와 EPL로 보냈다.

스타 부재보다 더 심각한 이유도 있다. 바로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2012~2013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0회 연속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유럽 축구 빅 리그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기록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이에 견줄만한 팀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9연패(1965~1973년)를 차지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8연패(1959~1966년)를 기록했던 보스턴 셀틱스가 있을 뿐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팀이다. 지금까지 59번의 분데스리가 시즌에서 31차례나 정상에 올랐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바이에른 뮌헨의 리그 10연패는 분데스리가를 더 재미없는 리그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분데스리가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서 '매 시즌 18개 팀이 경쟁하지만 결국엔 바이에른 뮌헨이 우승하는 리그'로 치부된 지 오래다. 상대적으로 리그 우승 팀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EPL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지난 해 9월 발간된 영국 축구 잡지 '월드사커'도 유럽 프로축구 시즌 전망 기사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 때문에 점점 매력을 잃고 있는 분데스리가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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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AFPBBNews=뉴스1
개혁 중 최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50+1' 규정이다. 이는 독일 프로축구 클럽 지분의 50% 이상을 팬과 회원이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정 기업이나 개인은 프로축구 클럽 지분의 49% 이상을 소유하지 못한다.

물론 이 규정 때문에 팬들의 의견이 클럽 운영에 반영되고 분데스리가의 평균 입장료가 저렴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은 축구 팬들도 자주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분데스리가의 구조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50+1' 규정은 분데스리가 클럽 간의 전력균형을 무너뜨렸다. 약팀이 강팀으로 성장해 리그 우승 판도에 새로운 다크호스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큰 손들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투자가 '50+1' 규정 때문에 분데스리가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중동 자본의 힘으로 EPL 최강자로 떠오른 맨체스터시티 같은 사례를 분데스리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 와중에 전통의 강호이자 바이에른 주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우디 등 글로벌 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10연패가 이뤄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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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 선수들. /AFPBBNews=뉴스1
하지만 21일(한국시간) 현재 21라운드까지 마친 2022~2023 시즌 분데스리가는 선두권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우니온 베를린이 모두 승점 43점이다. 골 득실 차 때문에 바이에른 뮌헨이 1위에 올라있기는 하지만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를 마감할 수 있는 팀으로 먼저 거론되는 것은 도르트문트다.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한 도르트문트는 마지막 리그 우승이 2011~2012 시즌이었다. 당시 도르트문트의 지휘봉은 현재 리버풀 감독으로 있는 위르겐 클롭(56)이 잡고 있었다.

올 시즌 도르트문트 감독은 에딘 테어지치(41)다. 도르트문트에서 스카우트, 유스팀 코치와 테크니컬 디렉터를 거쳐 감독으로 선임된 테어지치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잘 하는 젊은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팀에서 득점 1위인 율리안 브란트(27)와 재능이 뛰어난 카림 아데예미(21)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옛 동독 지역의 우니온 베를린은 통독 이후 분데스리가에 합류한 팀이다. 초기에는 재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2019년 1부리그에 승격한 돌풍의 팀이다. 우니온 베를린은 옛 동독 지역 팀 가운데는 6번째로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 진출했다. 리그 우승을 노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발판으로 기적을 꿈꾸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의 별칭은 독일에서 위성TV 등 상업방송 시대가 개막한 1990년대부터 'FC 헐리우드'가 됐다. 독일을 대표하는 유명 축구 스타들이 즐비해 늘 미디어의 초점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전무후무할 기록이 될 수 있는 리그 11연패를 노리는 바이에른 뮌헨과 이를 저지하려는 팀의 경쟁은 올 시즌 유럽 축구의 또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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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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