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다"는 이정후, 액땜이길 바라는 WBC대표팀 '생고생' [★현장메모]

인천국제공항=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3.0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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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씻고 싶고 쉬고 싶다."

혈기왕성한 대표팀 간판타자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도 견디기 힘든 여정이었다. 훈련이야 익숙했지만 비행기 문제로 때 아닌 '생고생'을 한 그와 동료들은 녹초가 돼 고국으로 돌아왔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훈련을 펼치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다만 대표팀은 둘로 나눠져 12시간 동안 생이별을 해야 했다. 코칭스태프 포함 13명은 예정대로 한국 땅을 밟았지만 이강철 감독을 비롯, 이정후와 김광현(SSG 랜더스) 등은 공항에서 무료한 기다림과 8시간 가량 버스 이동을 거친 끝에 12시간 뒤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훈련을 마친 이들은 지난달 28일 미국 국내선을 통해 로스엔젤레스(LA)를 경유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다. 먼저 귀국한 13명의 일정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나머지 23명이 타야할 미국 국내선이 기체 결함으로 인해 이륙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결국 이들은 비행기 이동을 포기했고 버스를 통해 LA 공항까지 달려가야 했다. 버스 운전기사의 법적 운전 시간 초과 문제로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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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장을 빠져 나오고 있는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김기태, 배영수, 정현욱, 진갑용 코치와 이의리(KIA 타이거즈),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양의지(두산 베어스), 이용찬, 구창모, 박건우(이상 NC 다이노스), 양현종, 나성범(이상 KIA 타이거즈)은 이날 오전 5시경 먼저 도착했다. 그리고 12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머지 23명이 한국 땅을 밟았다.

귀국장을 통해 얼굴을 보인 이정후의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다. 취재진과 만난 그는 "빨리 씻고 싶고 저녁도 먹고 싶고 집에 가서 쉬고 싶다"면서도 "나는 젊어서 괜찮다. 형들이 걱정이다. 이동시간이 길고 공항에서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던 것 빼고는 즐거운 얘기도 많이 하고 즐겁게 왔다"고 애써 웃어보였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옛 동료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김하성이 자신과 함께 이날 타고 온 비행기를 타고 가자고 제안했으나 이정후는 거절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비행기 기체결함 등 문제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김하성과 같은 시간 한국에 도착했다.

이정후는 "(김하성 제안에) 싫다고 머리도 자르고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지는 몰랐다"며 "형이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탈 동안 나는 공항에서 갇혀 있었다. (형이) 이럴 거면 내 말 듣고 처음부터 같이 간다고 했음 될 것 아니냐'고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강철 감독 또한 피곤하긴 마찬가지였다. 4강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던 그는 이번 일이 WBC 선전을 위한 액땜이길 바랐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2021년 (KT 통합) 우승을 할 때도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우승했다"며 "또 좋은 일이 생기리라 생각한다. 선수들과 그렇게 생각하며 즐겁게 35시간을 왔다"고 말했다.

귀국일이 늦춰지지 않은 건 불행 중 다행이다. 당초 예정대로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회복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감독은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 감독과 이정후는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였다. 특히 이정후의 인기는 마치 아이돌을 떠올릴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그는 팬들의 사인 공세를 마다하지 않고 팬서비스를 하며 특급 스타의 품격도 보여줬다. 힘들어서 사인은 어렵다는 이강철 감독도 팬의 사진 요청엔 응하며 자신들을 보기 위해 공항을 찾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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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이정후.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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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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