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무리하라고 가는 것"이라지만... 던져도 너무 던진 투수진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3.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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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이 2023 WBC 중국전에서 1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스1
[양정웅 스타뉴스 기자] "국가대표는 무리하라고 가는 거 아닙니까. 30명이 안 되는 선수들이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무게감이 있다."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은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3 KBO 리그 시범경기를 앞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선수들이 무리하는 것에 대해 걱정되지 않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선수 시절 '국민타자'라는 별명을 가졌던 이 감독은 1999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이중에는 2006 WBC 4강이나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같은 영광의 순간도 있었고, 2004 아테네 올림픽 예선 탈락이나 2013 WBC 2라운드 진출 실패 같은 좌절의 시간도 있었다.

한국 야구가 맞이한 최고의 순간들에는 선수들의 희생이 한몫했다. 특히 에이스 투수들은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투입됐다. 2000 시드니 올림픽(동메달) 당시 구대성(54)은 불펜으로 등판하다 일본과 3·4위전에서 선발로 출격, 155구 완투승을 달성했다.

이후로도 2006 WBC에서는 박찬호(40)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맹활약했고, 2009 WBC에서는 정현욱(45)이 중요한 순간마다 등판해 위기상황을 틀어막았다.


이 감독의 말 역시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나라를 위해 뛰어달라는 말이었다. 소속팀 정철원(24)에 대해서도 "좀 더 힘내줬으면 좋겠다. 제일 믿음이 가는 투수이기에 연투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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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원이 2023 WBC 일본전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대회에서 정철원은 다소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6일 오릭스와 연습경기에서 ⅔이닝 18구를 던진 그는 7일 한신전에서 1이닝 11구를 투구했다. 하루 휴식 후 그는 9일 호주전(5구)과 10일 일본전(13구)에 연이어 던졌고, 1일을 쉰 뒤 12일 체코전에 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13일 중국전에서야 정철원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정철원 외에도 김원중(30·롯데 자이언츠) 역시 마찬가지로 중국전을 제외한 전 경기에 등판했다. 한신전부터 3연투를 했던 원태인(23·삼성 라이온즈)도 체코전을 건너뛴 후 중국전 선발로 낙점됐다. 이 외에도 일본전 마지막 투수였던 박세웅(28·롯데 자이언츠) 역시 하루를 쉰 후 체코전 선발투수로 올라왔다.

물론 중간중간 휴식일이 있었긴 하지만 무리가 아니라곤 할 수 없다. 특히 등판할 상황이 아닐 때도 위기를 막기 위해 올라오며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각 소속팀의 사령탑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김원중의 소속팀 롯데의 래리 서튼(53) 감독도 "배영수 투수코치가 현장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잘 해결해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 역시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여기(한국) 와서 부상이나 멘탈적으로 힘든 부분 있다면 쉬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기엔 대표팀 몇몇 투수들은 너무 자주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4경기에서 26실점을 기록한 대표팀은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지었고, 14일 조용히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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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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