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죄인' 된 선수단 귀국 풍경, 이강철 감독 "선수들 비난 내게 해달라" [★현장]

인천국제공항=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3.1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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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야구 대표팀 감독이 14일 2023 WBC를 마치고 귀국해 어두운 얼굴로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국제공항=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단 한 경기 결과만 달랐다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야구 대표팀의 귀국길은 초상날과 같은 기운이 흘렀다.

대표팀은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들고 온 선수단의 표정을 밝을 수 없었다.


실망스러운 결과에도 태극전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찾은 팬들도 있었지만 선수들은 하나 같이 무거운 얼굴로 빠르게 입국장을 통과해 나갔다.

대표팀은 호주, 일본, 체코, 중국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조 1,2위가 8강 무대로 향할 수 있었다. 일본이야 '역대급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상대가 쉽지 않을 것이 예상됐지만 8강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여론은 많지 않았다.

1차전 호주전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타선은 7점을 뽑았지만 투수진에서 홈런을 3방이나 내줬다. 일본전에서도 실망스런 경기력은 이어졌고 콜드패배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며 대패했다. 체코와 중국에 대승을 거뒀지만 실망한 여론은 이미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강철 감독의 경기 운영과 투수진 활용부터 제대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지 못하는 투수진에 대한 비판, 기세등등했던 것과 달리 부진을 거듭하거나 경기에도 나서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13일 중국과 저녁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은 다음날인 이날 곧바로 귀국했다. 선수들은 대역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하나 같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두운 얼굴로 나타났다. 팬들을 향해 제대로 손 한 번 흔들어주지 못한 채 각자 퇴근길에 올랐다.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이강철 감독은 "죄송하다. 그 말씀 밖에 드릴 게 없다"며 "선수들은 잘했다. 선수들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고 나에게 해달라. 선수들은 야구를 해야한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나를 비난해도 되니 선수단에겐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을 감쌌다.

이미 진행 중인 시범경기와 다음달 초 개막할 KBO리그에 대한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한국 야구에 대한 국민적 실망스러운 분위기는 뒤집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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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얼굴로 입국장을 빠져 나가는 강백호(오른쪽)과 정철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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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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