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 김광현"의 그 투수 국대 은퇴,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인천국제공항=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3.14 21:09
  • 글자크기조절
image
지난 10일 일본과 2023 WBC 1라운드 2차전에 선발 등판해 삼진을 잡아내고 기뻐하는 김광현. /사진=뉴시스
[인천국제공항=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언제적 김광현, 양현종이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영광의 중심에 섰던 김광현(35) 15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대표팀의 에이스로 나섰다. 팀 선배이기도 한 추신수(41·이상 SSG 랜더스)가 한국 야구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이 같은 이야기를 한 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대체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김광현은 여전히 한국 야구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어려운 상황 속 맞은 한일전의 역투로 많은 야구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 김광현이 이젠 태극마크를 반납한다. 허약한 투수진의 실상을 확인했던 대회였기에 김광현의 대표팀 은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김광현은 14일 오후 5시 경 2023 WBC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가장 먼저 입국장을 빠져나온 김광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귀가길에 올랐다. 이후 1시간 여 후 김광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그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자신의 사진과 함께 대표팀 은퇴 의사를 나타냈다.


image
김광현이 14일 2023 WBC 일정을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음은 김광현 인스타그램 글 전문.

지금까지 국가대표 김광현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국가대표란 꿈이었고 자부심이었습니다. 2005년 청소년 국가대표부터 이번 2023년 WBC까지 나라를 위해,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 뛴 나에게 자부심을 느낍니다.

대표팀을 하면서 많이 성장했고 많이 배웠습니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경기에 임했을 때의 심정,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제창했던 그 모습은 평생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입니다.

물론,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실망하지 않고 계기로 삼아 더욱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이제는...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꺼 같습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쉽고 분통합니다.

오늘부터 랜더스의 투수 김광현으로 언제나 그랬듯 경기를 즐길 줄 아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을 던지는 그런 선수로 돌아가려 합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국가대표 투수 김광현 올림.







예견됐던 일이기는 했다. 3년 뒤 WBC가 열릴 때면 김광현은 한국 나이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 어쩌면 이미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가장 커다란 문제로 지적됐던 게 허약한 마운드였기에 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 김광현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떠오른 그는 한국의 9전 전승 금메달 신화에 힘을 보탰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국가를 위해 몸을 던졌다.

image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김광현. /사진=뉴스1
국내 리그를 정복한 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시즌 동안 10승 7패 평균자책점(2.97)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MLB가 직장폐쇄돼 고민을 키운 그는 결국 KBO리그 리턴을 택했다.

지난 시즌에도 13승 3패 ERA 2.13으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가장 돋보인 선발 투수였다. 안우진이 학폭 이력 등으로 인해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상황에서 김광현을 배제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호주전에서 뼈아픈 한 점 차 패배를 당한 뒤 이강철 감독은 김광현을 일본전 선발로 내세웠다.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했기에 부담감이 더 컸지만 그는 2회까지 삼진 5개를 잡아내는 역투를 펼쳤다. 일본 최고 타자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등도 김광현의 공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2회까지 모든 힘을 쏟아부은 탓일까. 3회 연속 볼넷과 피안타로 강판됐지만 누구도 그를 향해 돌을 던질 순 없었다. 그게 김광현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던진 마지막 경기가 됐다.

물론 KBO리그에선 활약을 이어간다. 소속팀에 복귀하는 김광현은 다음달 초 개막을 앞두고 시범경기에도 등판해 컨디션을 조율할 예정이다. 다만 SSG의 김광현이 아니라 '모두의 김광현'으로서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점에서 야구 팬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기자 프로필
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