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또 폭풍 5골, 이금민 해트트릭·박은선 멀티골... 잠비아 또 잡았다 [용인 리뷰]

용인=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04.1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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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이금민(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용인미르스타디움=이원희 스타뉴스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아프리카 복병' 잠비아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그것도 모두 대승이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친선경기 2차전에서 이금민(브라이튼)의 해트트릭과 박은선(서울시청)의 멀티골을 더해 5-0 완승을 거뒀다. 2경기 연속 폭풍 5골이었다. 한국은 지난 7일 수원에서 열린 1차전에서도 잠비아를 5-2로 꺾었다. 2차전도 잡아내 이번 일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한국은 오는 7월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여자월드컵에 출전한다. H조에 속해 독일, 콜롬비아, 모로코를 상대한다. 잠비아는 모로코를 대비한 가상의 상대다. 상대 3팀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3위로 가장 낮은 모로코가 조별리그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반드시 잡고가야 할 상대다. '모의고사'격인 잠비아전에서 모두 승리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잠비아의 FIFA 랭킹은 77위로 모로코와 비슷하고, 지난 해 7월 월드컵 예선을 겸한 아프리카 여자 네이션스컵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위력을 보여준 바 있다. 모로코전을 대비하는 좋은 상대였다. C조에 속한 잠비아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무대에 처음 도전한다. 같은 조 스페인, 코스타리카, 일본과 경쟁한다.

지난 1차전에서는 잠비아의 역습을 이용한 카운터펀치가 매서웠다. 한국도 전반 1-2로 끌려가기도 했다. 후반 4골을 몰아쳐 역전승을 따냈지만,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진 상대인 점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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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이금민이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벨 감독은 3-5-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1차전과 비교해 선발 3명이 바뀌었다. 공격수 박은선(서울시청), 미드필더 배예빈(위덕대), 골키퍼 윤영글(BK혜켄)이 기회를 얻었다. 박은선은 1차전에서 9년 만에 대표팀 골을 올린 바 있다. 당시 교체로 나왔는데 2차전에선 손화연(현대제철)과 투톱 호흡을 맞췄다.

대학선수 배예빈은 공교롭게도 유럽파들과 함께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가운데에 배예빈이 배치됐고, 조소현(토트넘)과 이금민(브라이튼)이 그 옆을 받쳤다. 베테랑 언니들과 다르게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무기로 내세울 수 있는 어린 선수였다. 왼쪽 윙백은 장슬기(현대제철), 오른쪽 윙백은 추효주(수원FC)였다. 센터백 3명은 김윤지(수원FC), 홍혜지, 김혜리(이상 현대제철)였다. 수원FC, 현대제철 등 소속팀에서 발을 맞춰본 선수가 많아 찰떡호흡이 장점이다. 골키퍼는 또 다른 유럽파 윤영글이었다. 1차전에서는 베테랑 김정미(현대제철)가 골문을 지켰다.

이번 평가전에선 유독 부상자가 많았다. '에이스' 지소연(수원FC)이 발목부상, 최유리(현대제철)는 햄스트링, 심서연(수원FC)은 무릎부상으로 결장했다. 지난 1차전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혀 경기장을 빠져 나갔던 임선주(현대제철)도 2차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였다. 전반 5분 코너킥 찬스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세트피스 전술을 펼쳤다. 크로스를 올리는 게 아닌 공을 뒤로 보내 수비수 김혜리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골대를 빗나갔다. 1차전에서 한국 전력을 파악한 잠비아도 기다리지 않았다. 가장 자신 있는 역습과 빠른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11분 찬다 그레이스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전반 13분에는 윤영글 골키퍼가 상대 역습 슈팅을 막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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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박은선(오른쪽)이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뒤 동료 조소현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한국은 롱패스 위주로 반격에 나섰다. 좋은 찬스가 만들어졌다. 전반 17분 수비라인에서 한 번에 찔러준 패스를 향해 이금민이 달려 들어갔다. 이때 위협을 느낀 잠비아 골키퍼도 공을 향해 돌진했다. 서로 충돌. 하지만 한국의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 주심은 골키퍼가 먼저 공을 건드렸다고 판단했다. 골키퍼와 부딪힌 이금민은 상당히 아파했지만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일어섰다. 전반 24분에는 손화연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그에 앞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 할 때 이금민, 손화연 모두 상대 수비수들보다 앞에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포기하지 않고 공격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30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왼쪽 측면에서 김윤지가 순간적으로 찔러준 패스가 좋았다. 장슬기도 이를 놓치지 않고 돌파했는데, 뒤에 있던 반다 바브라가 무리한 태클을 범했다. 이번에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이금민이 가뿐하게 차 넣었다. 앞서 페널티킥을 인정받지 못한 상황을 털어냈다.

분위기를 잡은 한국은 전반 34분 추가골을 뽑아냈다. 주인공은 박은선이었다. 이번에도 기습적인 침투 패스가 위력을 발휘했다. 공을 받은 박은선은 노마크 찬스에 있었고, 침착하게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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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박은선(맨 오른쪽)이 골을 기록하자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후반을 2-0으로 시작한 한국이지만, 변함없이 공격 페이스를 유지했다. 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이금민이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득점 과정에서 공중볼을 따려던 박은선이 골키퍼와 충돌했다. 반칙이었다. 하지만 후반 8분 한국은 추가골을 터뜨려 3-0으로 달아났다. 박은선의 높이를 잘 활용했다. 박은선은 완벽한 헤더 패스를 건넸고, 이를 이금민이 잡아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슈팅은 정확하게 왼쪽 구석에 꽂혔다.

한 차례 위기도 있었다. 후반 25분 한국 진영에서 잠비아 에이스 쿤다난지 레첼이 추효주를 밀어내고 공을 뺏어왔다. 슈팅이 왼쪽 골 포스트를 맞고 튕겼다. 실점 위기를 넘긴 윤영글은 안정적으로 볼 처리하며 골문을 책임졌다. 아찔한 상황도 나왔다. 후반 26분 윤영글이 공중볼을 처리하다가 상대 선수와 부딪혔다. 꽤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졌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한국의 쐐기골이 터졌다. 후반 32분 손화연이 역습을 진행하다가 상대 골키퍼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다시 한 번 페널티킥을 얻었다. 이번에도 이금민이 키커로 나와 골을 성공시키면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여기에 후반 43분 박은선이 멀티골로 쐐기를 박았다. 결국 한국은 기분 좋게 잠비아와 2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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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이금민(왼쪽 등번호 9번)이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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