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조커→선발 90분 멀티골... '37세' 박은선 대반전 드라마

용인=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04.1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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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박은선이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용인미르스타디움=이원희 기자] 37세 베테랑의 대반전 드라마다. 15분 정도 기대하는 조커에서 1년 만에 선발로 출전해 멀티골을 몰아쳤다. 눈물의 주인공은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 박은선(37·서울시청)이다.

콜린 벨(62)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프리카 복병' 잠비아와 경기 2차전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해트트릭을 몰아친 이금민(29·브라이튼)이 매치볼을 가져갔지만, 181cm 장신 공격수 박은선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선발로 출전해 후반 추가시간 교체될 때까지 90분 넘게 뛰면서 멀티골을 터뜨려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박은선은 전반 34분 팀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까지 제쳐내고 추가골을 뽑아냈다. 후반 43분에는 멋진 헤더 쐐기골로 골망을 흔들었다.


박은선은 지난 7일 수원에서 열린 잠비아와 1차 평가전에서도 골을 기록한 바 있다. 후반 교체투입돼 9년 만에 대표팀 골맛을 봤다. 감격적인 순간을 경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멀티골 활약을 펼쳤다. 최고의 한 주를 보낸 박은선이었다.

사실 박은선은 베테랑임에도 대표팀과 거리가 있었다. 박은선이 벨 감독의 부름을 처음 받은 것은 지난 해 여름. 지난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활약한 이후 7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벨 감독은 박은선에게 '조커'로서 활약을 기대했다. 벨 감독은 "지난 해 캐나다 원정경기에 갔을 때 박은선을 처음 데려갔다. 그때 '내가 네게 원하는 것은 15~20분 정도'라고 얘기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1년 만에 박은선의 위상은 더 올라갔다. 직전 7경기를 모두 교체로 뛰었지만 전날 잠비아 경기에선 선발로 나와 멀티골을 터뜨렸다. 박은선의 꾸준한 노력 덕분이다. 37세 노장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벨 감독은 "박은선이 노력해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1차전에서 매우 잘해줬고, 2차전도 기동력과 버티는 능력이 좋았다. 월드컵 전까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아끼고 있다가 내보내고 싶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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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박은선(가운데 등번호 13번)이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하지만 박은선은 겸손했다. 잠비아와 2차전을 마치고 만난 박은선은 "벨 감독님께서 주문하신 것을 따라가려고 했다. 대표팀에 좋은 동생들이 많아 제가 조금 더 빛을 보는 것 같다. 제가 골을 넣었을 때도 패스가 좋아 쉽게 골을 넣었다"고 공을 돌렸다.

박은선은 "멀티골로 기분은 좋지만, 열심히 뛰어준 동생들 덕분에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었다"며 "벨 감독님께서 1차전처럼 외곽으로 나가는 것보다 가운데서 공을 주고, 포스트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하셨다. 제공권을 통해 헤더를 많이 따기를 원하셨다. 또 골대 앞에서 집중력 있게 골을 넣는 것을 얘기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벨 감독님께서 아껴주신다고 얘기해주셔서 감사하다. 저를 신경써주시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선발로 합격점을 받았지만, 박은선은 그저 팀에 보탬이 되길 원할 뿐이다. 박은선은 "경기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출전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에 들어갔을 때 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10분을 뛰든 90분을 뛰든, 그것보다 골에 관여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 더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베테랑으로서 어깨도 무겁다. 박은선은 "고참이라서 무슨 역할을 하는 것보다 제가 후배들을 따라가려고 한다.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분위기 메이커도 하고, 경기에 들어갔을 때 조커로서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박은선의 시선은 오는 7월에 열리는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으로 옮겨졌다. 개인 통산 3번째 월드컵 출전을 노린다. 박은선은 "다른 것보다 월드컵에 가서 골을 넣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노력하고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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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박은선(오른쪽)이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친선경기에서 후반 43분 헤더 쐐기골을 넣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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