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에이스 '이강인' 폭풍활약, 페루에 0-1로 졌지만 90분 내내 빛났다 [부산 리뷰]

부산=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06.1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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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집중하는 이강인.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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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왼쪽)의 플레이.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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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과 이강인(오른쪽). /사진=뉴시스 제공
골든보이 이강인(마요르카)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한국축구의 또 다른 에이스임을 입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27위)은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남미 다크호스 페루와 A매치 친선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의 A매치 성적은 1무 2패가 됐다. 지난 3월 남미 강호 콜롬비아와 2-2로 비기고, 우루과이에 1-2로 패했다. 페루전에서 첫 승을 노렸지만, 다시 한 번 기회를 놓쳤다. 페루는 지난 해 카타르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다. 대륙간 플레오프에서 호주와 맞붙었는데 승부차기 끝에 패해 탈락했다. 하지만 치열한 남미예선을 뚫어냈다는 점으로도 좋은 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FIFA랭킹 역시 21위로 한국보다 높다.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한국은 오는 20일 대전에서 엘살바도르(FIFA랭킹 75위)를 상대한다.


대표팀에 전력 공백이 많았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나폴리)가 기초군사훈련을 이유로 이번 명단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캡틴' 손흥민(토트넘)도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은 뒤 회복에 집중하고 있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예고했던 대로 손흥민을 벤치에 앉혔다. 권경원(감바오사카), 백승호(전북현대), 정우영(알사드) 등도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빠졌다. 재물 불법 수수 등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를 받아 중국 공안으로부터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는 손준호(산동 타이산)도 소집명단에만 포함됐을 뿐 이번 일정에 합류하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기존 주전 멤버 대신 어린 선수들, 새 얼굴들을 적극 기용해 선발명단을 구성했다. 오현규(셀틱), 황희찬(울버햄튼)이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했고,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원두재(울산현대), 이재성(마인츠), 이강인(마요르카)도 미드필더 라인에 배치됐다. 포백은 이기제(수원삼성), 박지수(포르티모넨스), 정승현(울산현대), 안현범(제주유나이티드)이었다. 골문은 골키퍼 김승규(알사드)가 지켰다. 손흥민의 부재 속에 22세 특급 이강인, 오현규 등이 공격을 이끌었고,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A대표팀에 첫 발탁된 안현범은 데뷔전까지 치렀다. 지난 3월 소집명단에 뽑힌 센터백이 이번엔 한 명도 없어 누가 출전할지 관심을 모은 가운데, 정승현, 박지수가 기회를 얻었다. 페루는 4-5-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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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점 장면.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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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손흥민.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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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를 시도하는 이강인(오른쪽). /사진=뉴시스 제공
한국은 초반부터 페루의 거센 공격에 고전했다. 전반 5분 한국은 수비라인에서 패스로 풀어나가다 공을 뺏겼다. 이어진 위기 속에서 페루 베테랑 공격수 파올로 게레로가 위협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김승규 골키퍼가 몸을 쭉 뻗어 공을 막아냈다. 그 다음 코너킥에선 게레로의 슈팅이 높이 떴다. 한국의 플레이도 조금씩 활발해졌다. 이강인의 개인기가 돋보였다. 전반 7분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 3명에게 둘러싸였는데도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였다. 페루 선수들은 반칙으로 이강인의 공격을 저지했다.


하지만 한국은 분위기를 제대로 가져오지 못해 전반 11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계속해서 불안했던 오른쪽 측면 수비가 또 한 번 뚫렸다. 왼쪽에서 진행된 상대 공격에만 집중한 탓에 반대쪽에 있던 레이나를 놓쳤다. 패스 한 방에 레이나는 김승규와 일대일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레이나는 침착하게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센터백 정승현과 김승규가 몸을 날렸으나 소용없었다. 한국도 전반 15분 이기제의 크로스를 보고 오현규가 침투했지만 닿지 않았다. 전반 18분 다시 한 번 찾아온 위기는 잘 넘겼다. 골문 앞에서 게레로의 슈팅이 골문 옆을 살짝 벗어났다.

답답했던 분위기를 깨뜨린 것은 전반 25분 황희찬의 폭풍 같은 드리블이었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가운데로 파고들어 슈팅까지 시도했다. 상대의 육탄방어에 슈팅이 굴절됐지만 이 공격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후에는 이강인이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26분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벗겨낸 뒤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이재성을 보고, 롱패스를 찔러 넣었으나 골키퍼에게 잡혔다. 또 이강인은 원터치 스루패스로 오현규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오현규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반대쪽을 보고 준 패스도 아니고, 슈팅도 아닌 애매한 플레이가 됐다. 전반 33분 이강인의 강력한 왼발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이강인은 전반 45분에도 오른쪽 측면에서 4~5명의 상대 수비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놀라운 개인기를 선보였다. 전반 추가시간 이강인은 프리킥까지 얻어냈지만, 직접 찬 슈팅이 수비벽에 맞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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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하는 오현규(가운데).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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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 치른 안현범(오른쪽).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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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의 돌파. /사진=뉴시스 제공
하프타임 팀을 재정비한 한국은 후반 반격에 나섰다. 적극적으로 슈팅을 시도하며 좋은 흐름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 후반 17분에는 결정적인 찬스가 나왔다. 상대 패스를 끊어낸 황희찬이 지체 없이 빠른 드리블로 공격을 이어나갔다. 이후 반대쪽에 있던 오현규를 보고 패스를 건넸는데,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은 오현규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곧바로 한국은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재성, 오현규가 빠지고, 홍현석, 조규성이 투입됐다. 골 찬스를 놓친 오현규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괜찮다는 듯 오현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믿을 건 이강인의 왼발이었다. 이강인을 중심으로 수 차례 공격 찬스를 만들어졌다. 후반 28분 이강인은 황희찬의 크로스를 받아 헤더 슈팅을 날렸다. 바닥을 한 차례 때린 뒤 골문 안으로 향했지만, 페루 골키퍼가 몸을 날렸다. 이강인은 동료들에게 찬스도 제공했다. 후반 29분 이강인의 택배 크로스에 조규성이 헤더슈팅을 시도했다. 이번에도 골키퍼 정면에 향했다. 후반 32분 조규성의 헤더 슈팅마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역시나 크로스의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 후반 35분 프리킥 상황에서도 이강인이 크로스를 시도했는데, 황희찬의 헤더 슈팅이 벗어났다.

한국은 후반 막판 황의조, 박규현, 나상호를 투입해 동점골 투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골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클린스만호의 첫 승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이날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5만 2443명의 만원관중이 찾아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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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 시도하는 이강인(가운데).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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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플레이.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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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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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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