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몰래 당구 시작한 김민아→"자랑스러운 딸 됐죠", 우승 앞 '퀸'을 넘다... LPBA 통산 2승 달성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6.1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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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가 19일 LPBA 챔피언십 개막전 우승을 거둔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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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샷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는 김민아. /사진=PBA 투어
"예전엔 당구의 '당'자도 꺼내지 말라고 하셨다."

아버지의 반대 속에 몰래 당구를 시작했던 김민아(33·NH농협카드)는 어느덧 '여제'를 꺾는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그는 이젠 당당히 "자랑스러운 딸이 됐다"고 외칠 수 있다.


김민아는 18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3~2024 LPBA 개막전 경주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가영(하나카드)에 풀세트 접전 끝에 4-3(5-11, 11-10, 6-11, 11-7, 10-11, 11-8, 9-7) 역전승을 거두고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7월 2022~2023시즌 2차 투어(하나카드 챔피언십)에 이어 10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한 김민아는 올 시즌부터 증액된 상금 3000만 원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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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앞서 뱅킹을 하고 있는 김민아(오른쪽)와 김가영. /사진=PBA 투어





다시 만난 '퀸' 김가영, 이번엔 개막전의 여왕이 됐다





김민아는 지난 두 시즌 동안 개막전에서 선전했으나 연달아 준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특히 2년 전 개막전에선 준결승에서 김가영을 만나 1세트를 따내고도 역전패를 당했다.

김가영을 다시 만났고 3번째 개막전 우승 기회에선 달랐다. 이번엔 따라가는 형세였다. 김가영의 기세에 1세트를 내줬으나 2세트 21이닝 장기전 끝에 11-10으로 승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 고전하며 또 김가영에 흐름을 내줬으나 4세트 첫 이닝부터 득점 릴레이를 펼치며 4이닝 만에 세트를 끝냈다. 5세트는 뼈아팠다. 초반 5이닝까지 9-4로 앞섰으나 이후 고전했고, 10-11로 역전패를 당했다.

벼랑 끝에 몰린 김민아는 6-8 열세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역전극을 거두며 결국 풀세트로 끌고 갔다. 7세트 또한 극적이었다. 6-7에서 추격 기회를 얻은 김민아는 과감한 원뱅크샷(2점)으로 역전을 성공시키더니 비껴치기로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PBA에 따르면 경기 후 김민아는 "개막전에서 우승하게 돼 출발이 좋아 기쁘다. 상대가 김가영이어서 더 뜻 깊은 결승전이 아니었나 싶다.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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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오른쪽)이 우승상금 팻말을 들고 김가영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여제를 꺾다... 반대했던 부모님 앞 당당한 딸이 됐다, 김민아의 성공기





마지막 역전을 이뤄낸 원뱅크샷이 인상적이었다. 김민아는 "배치가 한 눈에 보였다. 훈련장에서도 즐겨 치는 공이었다. 배치가 그렇게 나오는 확률이 높지 않은데 마지막에 그게 보여서 쳤다"고 말했다.

스스로 LPBA에서 가장 잘한다고 느끼는 김가영을 꺾어 더욱 의미가 깊다. "지금 LPBA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선수를 꼽으라고 하면 김가영"이라며 "그 선수와 맞붙을 수 있는 것도 영광인데 경기에서 승리해 더욱 뜻 깊다"고 밝혔다.

이어 "김가영 선수와 2년 전 개막전 4강에서 만났는데 그때는 많이 느끼지 못하고 비슷하다고만 생각했다"며 "7세트 경기이다보니 오랜 승부를 펼쳤다. 언니가 구사하는 공과 포지션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고 공의 속도 등 경기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공 하나 잘못주면 4~5점은 그냥 맞는거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더 자랑스러워 할 만했다. 특히나 이날은 부모님 경기장을 찾았고 그 앞에서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부모님의 반대로 시작이 쉽지는 않았던 김민아다. "(연맹에) 선수 등록 후 1년 만에 우승을 했고 그 순간 무조건 당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김민아는 "아버지께 슬쩍 말씀 드렸더니 그런 이야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자르셨다. 그때는 당구가 너무 재밌었고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속이고 당구를 쳤다"고.

이젠 달라졌다. "TV로는 많이 보셨지만 현장에 직접 오신 걸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며 "아버지가 예전엔 당구의 '당'자도 꺼내지 말라고 하셨다"면서 "엄하시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매일 전화로 '시합 언제냐, 누구랑 하냐' 관심을 가져 주신다.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좋아해주셔서 지금은 자랑스러운 딸이 됐다는 느낌에 너무 뿌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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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김민아. /사진=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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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가 관중석을 향해 쌍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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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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