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신기록 초유의 3시간 24분 중단 사태, 왜?...' 역대급 대혈전, 끝내 KT가 한화에 DH 1,2차전 싹쓸이 [대전 현장리뷰]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09.1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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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정비하는 동안, 경개 재개를 기다리는 이글스파크 팬들의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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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정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KT 위즈가 한화 이글스와 더블 헤더 1,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2위 자리를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이날 비로 인해 KBO 리그 역대 최장 시간 경기가 중단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화 이글스파크 구장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정비하는 데만 무려 3시간 넘게 걸린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이글스파크를 찾은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며 야구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을 보여줬다.

KT 위즈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 경기 더블헤더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2시에 열린 더블헤더 1차전(관중 7406명 입장)에서 7-0 완승을 거뒀던 KT는 69승 54패 3무를 기록하며 리그 2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한화는 4연패 늪에 빠진 채 50승 66패 6무를 마크했다.


2차전에서 KT는 김민혁(우익수)-황재균(3루수)-강백호(지명타자)-박병호(1루수)-알포드(좌익수)-장성우(포수)-이호연(2루수)-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웨스 벤자민. 더블헤더 1차전과 비교해 2루수가 오윤석에서 이호연으로 바뀌었으며, 포수 강현우 대신 장성우가 선발 마스크를 썼다.

이에 맞서 한화는 이진영(좌익수)-윌리엄스(우익수)-노시환(3루수)-채은성(지명타자)-김태연(1루수)-오선진(유격수)-이원석(중견수)-박상언(포수)-문현빈(2루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한승주였다. 더블헤더 1차전과 비교해 볼 때 리드오프가 문현빈에 이진영으로 바뀌었으며, 최인호 대신 이진영이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또 권광민을 대신해 이원석이 중견수를 맡았다. 포수도 최재훈에서 박상언으로, 유격수도 이도윤에서 오선진으로 각각 바뀌었다.






1차전은 KT의 압승이었다. KT 선발 쿠에바스의 역투가 빛났다. 쿠에바스는 7이닝(94구) 동안 7피안타 5탈삼진 2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시즌 9승 달성에 성공했다. 시즌 도중 대체 외인으로 KT에 합류한 쿠에바스는 아직 올 시즌 패배가 없다. 이어 이상동이 2이닝을 3탈삼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총 14안타를 친 타선에서는 박병호가 3안타, 강백호와 알포드, 김상수가 2안타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반면 한화 선발 산체스는 5이닝(101구)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1몸에 맞는 볼, 3실점(3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산체스는 6승 6패를 마크했다. 타선은 산발 7안타를 기록했다.

KT는 1회부터 강백호의 중전 적시타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뒤 4회에는 알포드가 좌월 투런포를 터트리며 3-0으로 달아났다. 5회까지 한화 선발 산체스의 투구 수는 101개. 반면 KT 선발 쿠에바스의 투구 수는 66개로 효율적이었다. 한화는 6회부터 장시환을 투입하며 불펜을 활용했다. KT는 7회 바뀐 투수 윤대경을 상대로 1,2루 기회에서 대타 이호연이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5-0) 결국 9회에는 2사 3루 기회에서 대타 김준태가 중월 투런포를 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7-0) 김준태의 시즌 3호 홈런. 아울러 대타 홈런은 올 시즌 27호이자, KBO 통산 1028호, 그리고 김준태 개인 2번째 대타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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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에바스. /사진=KT 위즈 제공




◆ 더블헤더 2차전 : KBO 최장 시간 경기 중단 신기록





그리고 이어진 더블헤더 2차전. 1차전과 흐름이 비슷했다. KT 선발 벤자민이 초반부터 호투를 펼친 반면, 한화는 한승주가 흔들리며 리드를 빼앗겼다. KT는 2회 대포 한 방으로 다시 한 번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1차전에서 휴식을 취했던 안방마님 장성우였다. 선두타자 알포드가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장성우가 한승주의 초구 속구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터트렸다. 장성우의 올 시즌 11번째 홈런. 이 홈런으로 장성우는 KBO 리그 105번째로 개인 통산 100홈런 고지를 밟았다. KT는 3회 또 한 점을 달아났다. 선두타자 김민혁이 우전 안타로 출루한 뒤 황재균의 희생번트 때 2루까지 갔다. 이어 강백호가 우전 안타를 치며 1,3루 기회를 만들었고, 박병호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 주자 김민혁이 득점에 성공했다.(3-0)

한화는 1회와 2회 모두 삼자 범퇴로 물러났으나, 3회부터 반격에 나섰다. 벤자민의 제구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 선두타자 이원석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1사 후 문현빈이 몸에 맞는 볼로 1사 1,2루가 됐다. 곧이어 이원석이 기습적으로 3루 도루까지 성공한 가운데, 이진영마저 볼넷을 골라내며 만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윌리엄스의 2루수 강습 내야 안타가 나오면서 3루 주자 이원석이 홈인, 3-1을 만들었다. 하지만 노시환이 3구 삼진, 채은성이 유격수 땅볼로 각각 아웃되며 추가 득점엔 실패했다.

4회 양 팀 선발들이 다시 안정감을 찾은 가운데, 3-1로 앞선 KT의 5회초 공격. 이글스파크에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1사 후 김민혁이 볼넷을 골라 출루했으나 황재균이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뒤 강백호가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 5회말 소나기로 인한 경기 중단, 2차전에 입장한 6228명의 관중, 그리고 대부분이 3시간 20분 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5회말. 한화의 공격. 일단 경기 중단 없이 5회말에 들어갔다. 하지만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며 이글스파크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투수는 벤자민. 타자는 문현빈. 초구와 2구째 스트라이크 이후 3구와 4구는 파울이었다. 5구와 6구째는 볼. 7구째 파울. 이 순간, 심판진이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심판의 콜 순간, 이미 이글스파크에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한화 구장관리팀 직원이 즉각 나와 마운드부터 방수포를 깐 뒤 홈플레이트 근처에도 방수포를 깔았다. 그리고 외야 쪽으로 뛰어가 대형 방수포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내야에 흥건히 빗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약 20여명이 나와 대형 방수포를 설치했지만, 그라운드가 이미 완전히 젖은 상태였다.

다행히 소나기였다. 비는 30여분 정도 내린 뒤 다시 점점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라운드를 정비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이미 내린 비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구장 관리팀 직원과 경호팀 직원 및 볼보이까지 투입돼 10명의 인원이 그라운드 정비에 나섰다. 경기장의 물기를 뺀 뒤 롤러로 다지고 흙을 뿌리며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내야로 만들었다.

결국 오후 6시 33분에 중단된 경기는 3시간 24분을 지나 오후 9시 57분에 재개됐다. 이는 KBO 리그 역대 최장 시간 경기 중단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16분(1시간 56분)으로 지난 1987년 8월 15일 대전 삼성-빙그레전에서 나왔는데, 당시에는 두 차례 경기가 중단됐다. 또 지난해 7월 23일에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한화전에서 비로 인해 역시 116분 동안 경기가 중단된 바 있다. 당시 KT가 8회초 5-3 강우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올 시즌 최장 시간 경기 중단은 1시간 44분으로 지난 5일 수원 LG-KT전에서 나온 바 있다. 이토록 2시간 넘게 중단된 경기가 없었는데, 이날 무려 3시간 넘게 경기가 중단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우천 중단과 관련해 "구단은 심판의 방수포 설치 사인 이후 2분 40초만에 방수포를 덮었다. 이후 비가 그친 뒤 방수포 철거 후 심판 측의 정비시간 문의에 '정비에 2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달했다. 이에 심판진은 '그럼 정비를 하라'고 구단 측에 지시했다"면서 "정비를 개시한 지 2시간 30분 가량이 지난 시점에 심판진이 나와 어느정도 시간이 더 필요한 지 문의해 구단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더 필요하다'고 알렸고, 이에 심판진은 다시 정비하라고 통고했습다. 이후 추가 정비를 진행해 21시 57분 경기가 재개됐다"고 덧붙였다.

3시간 넘게 쉬었다가 재개된 경기. 부상 위험도 클 수밖에 없었다. "약 15분 뒤에 경기가 재개되겠습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오자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 중 일부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 정도로 기다리면서 지칠 법도 한 매우 긴 시간이었다. 이후 경기가 속개되자 이내 이글스파크에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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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파크에 대형 방수포를 깔고 있는 모습.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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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재개를 위해 이글스파크를 정비하는 모습.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이후 경기는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KT 투수 벤자민은 타자와 승부 도중 마운드를 내려왔던 상황. 이에 규정에 따라 한 타자와 승부를 마무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벤자민은 손동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손동현은 이진영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며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윌리엄스와 노시환, 채은성을 모두 범타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한화도 6회초 선발 한승주를 내리는 대신 이민우를 투입했다. 이민호는 1사 2,3루 위기에 몰리긴 했으나, 이호연을 1루 땅볼, 배정대를 삼진으로 각각 처리하며 한숨 돌렸다.

7회초 경기가 후반부로 돌입한 가운데, 한화는 김범수를 투입했다. 포수도 최재훈으로 빠꿨다. 김범수는 1사 후 1루수 포구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하긴 했으나, 황재균과 강백호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7회말 KT는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박영현을 올리며 지키기에 나섰다. 박영현은 7회말 삼자 범퇴로 한화 타순을 봉쇄했다. 8회초에는 바뀐 투수 주현상이 KT 박병호, 알포드, 장성우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그리고 8회말. 여전히 투수는 박영현이었다. 노시환을 3루 땅볼, 채은성을 중견수 뜬공, 김태연을 3루 땅볼로 각각 아웃시켰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장민재는 'KKK'로 KT 타선을 잡아냈다. 이호연을 5구째 포크볼, 배정대를 7구째 속구, 김상수를 10구째 속구로 각각 삼진 처리했다.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다. 9회말. KT는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재윤은 선두타자 이도윤에게 중전 안타를 내준 뒤 대타 최인호를 3구 삼진 처리했으나 최재훈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문현빈을 7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진영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더블헤더 경기. 그리고 경기가 끝나는 순간, 전광판 시간은 오후 11시 26분을 알리고 있었다.

경기 후 장성우는 "공격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많이 하려고 한다. 오늘 팀이 이길 수 있는 결승타를 쳐서 가장 기쁘다. 올해 내가 팀이 이길 수 있는 타점을 쳤을 때 경기 후반에 다시 역전을 허용한 적이 있어 그 부분이 가장 많이 신경쓰였다. 그래도 오늘은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중단 당시 심정에 대해 "중단됐을 때 100호 홈런 기록이 없어질까봐 걱정하기보다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5회말에 애매하게 중단이 돼 조마조마했다. 100호 홈런 기록은 하나 남았기에 언제든 나중에 세울 수 있는 기록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장성우는 "다만 3시간 30분이나 경기가 중단됐다 재개돼 선수단이 힘들었다. 특히 선발 투수가 타자와 승부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랜 시간 쉰 벤자민이 다시 그 상황을 마무리하고 내려가야만 했다는 점에서 규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오늘 선수들이 장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승장' 이강철 감독은 "선발 벤자민이 우천 중단으로 끝까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본인의 역할을 다했다. 불펜도 타이트한 상황에서 5이닝을 잘 막아줘서 정말 고맙다. 타선에서는 장성우의 선취 투런 홈런으로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다. 박병호의 추가 타점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늘 경기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선수들 수고 많았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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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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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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