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이강인 연예인 아니다, 배고픈 환경 필요", 축구팬들 열광적인 응원 오히려 걱정했다 [상암 현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10.1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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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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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인사하는 이강인. /사진=뉴시스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이 '황금재능'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폭풍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강인을 향한 축구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클린스만호가 2연승에 성공했다. 한국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 A매치 평가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골 폭풍을 몰아쳤다. 가장 큰 히어로는 이강인이었다. 순식간에 멀티골을 뽑아냈다. 후반 10분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날려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후반 12분에는 상대 수비의 거친 압박을 이겨내고 왼발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불과 2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강인을 향해 엄청난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안 그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인기스타 중 하나였기에 이날 경기장 분위기는 더욱 뜨거웠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의 상황과 관련해 만족감과 아쉬운 마음 동시에 드러냈다. 먼저 폭풍활약에는 칭찬을 보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파리 생제르맹이 이강인을 영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선수인지 증명된 것 같다. 이강인에게 새로운 장이 열린 것 같다.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뛰었는데, 그 어떤 대회도 챔스와 비교될 수 없다. 세계적인 선수, 팀과 경쟁해야 하고, 매 경기 승리해야 하는 압박감을 받는 팀에서 뛰고 있다. 또 매 시즌 우승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경기해야 한다"며 "그 안에서 즐기고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수많은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며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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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왼쪽)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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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이 교체아웃된 이강인을 칭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그러나 이강인에게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대해선 따끔하게 지적했다. 팀 전체 분위기, 또 앞으로의 이강인의 성장을 위해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 선수에게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환호해주는 게 새롭다"며 "이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축구선수가 아닌 연예인급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연예인은 골을 넣지 않는다. 이강인은 더 겸손하고, 배고프고, 축구에만 집중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나를 포함한 지도자들이 이를 도와줘야 하고, 클럽 팀도 가르쳐줘야 한다. 이강인 역시 노력하고,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게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는 합격점을 건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과 함께 해 즐겁다. 항상 웃음이 가득한 선수여서 행복하다"며 "이번 경기에선 이강인이 그런 모습을 보여줘 만족스럽다. 스스로 배고픔과 열의, 열정 등을 보여줬다. 앞으로 길게 보면,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팀 대승에 대해선 "너무나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팀이 승리해 기쁘다"며 "경기 전 선수들에게 '3일간 훈련장에서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정확히 들어맞았다. 선수들도 다 쏟아 부었고, 일대일 상황에서도 지지 않고 다부지게 플레이 했다. 훈련 때부터 했던 얘기들이었다. 한 경기씩 하면서 발전하고,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 경기씩 더 잘해야 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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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이 프리킥으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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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오른쪽)의 두 번째 골 장면. /사진=뉴시스 제공
이번 4골은 모두 후반전에 터진 득점이었다. 하프타임 미팅이 통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반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전 앞에서의 세밀함이 부족했다.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것이 유효슈팅, 골대쪽으로 향하지 못했다. 후반 시작 전에 선수들에게 전반 좋은 모습을 유지하며, 과감하게 또 저돌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특히 상대 파이브백을 공략하기 위해 측면을 노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이강인의 역할이 중요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 중원에서 역할을 맡으며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며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려고 했다"며 "선수들에게 상대 문전 앞에서는 자신감 있게 공격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는데 잘해줬다. 톱 레벨의 경기는 모두 정신력이다. 기술은 좋아도, 이런 정신력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즐기며 재미있게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이 즐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야 선수들이 100%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 코치진 역할이 이런 것이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100%로 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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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의 골을 축하하는 한국 선수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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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의 골 세리머니.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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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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