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렇게 좋은 마무리 투수 없다" 안방마님 극찬, 9회 충격패→1이닝 퍼펙트 "1차전 패배에도 LG 팬들 제 이름 연호에..."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11.0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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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 후 기뻐하는 고우석(왼쪽)-박동원 LG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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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왼쪽)과 박동원이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 후 손을 맞잡고 있다.
LG의 최강 클로저 고우석(25)은 1차전 충격패에도 불구하고 굳건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팀 동료이자 선배 박동원(33)은 "한국에 이렇게 좋은 마무리 투수는 없다"면서 후배를 연신 치켜세웠다.

고우석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팀이 5-4로 앞선 9회초 구원 등판, 1이닝을 깔끔하게 2탈삼진 포함, 삼자 범퇴로 막아내면서 세이브를 수확했다. 고우석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 세이브를 따낸 순간이었다.


고우석은 지난 7일 펼쳐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패전을 떠안으며 어려운 한국시리즈 출발을 알렸다. 당시 양 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9회초. 선두타자 박병호를 유격수 땅볼, 후속 장성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다. 그러나 배정대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9구째 볼넷을 허용하며 주자를 내보냈고, 타석에 문상철이 들어섰다. 고우석은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2구째 파울을 유도한 뒤 3구와 4구 모두 볼을 던졌다. 앞서 속구 제구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으면서 문상철을 상대로 변화구를 많이 구사한 고우석이었다. 5구째는 파울. 그리고 6구째. 고우석이 던진 몸쪽 커브가 완전히 낮게 떨어지지 않은 채 실투가 되면서 몸쪽으로 몰렸고, 이를 문상철이 제대로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직접 때리는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이 사이 1루 주자 배정대가 홈을 밟으며, 결승타가 됐다. 고우석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패전을 기록한 날이었다.

정신적으로 무너질 법한 상황이었지만, 고우석은 달랐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다시 한번 벤치의 믿음 속에 팀이 5-4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김민혁을 상대로 속구 3개만 뿌리며 유리한 1-2의 볼카운트를 잡은 뒤 4구째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다음 타자 조용호를 상대로 역시 1-2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몸쪽으로 꽉 찬 속구를 꽂아 넣으며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다. 계속해서 김상수마저 2구째 속구로 2루 땅볼을 유도, 깨끗하게 삼자 범퇴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총 투구수는 10개. 그중 8개가 속구였으며, 커브는 2개만 섞었을 뿐이었다. 슬라이더는 던지지도 않았다. 고우석 특유의 강속구가 더욱 빛났다.

고우석은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10경기에 등판해 3세이브를 거뒀으나, 한국시리즈에서 올린 세이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우석의 완벽한 마무리와 함께 LG는 2002년 11월 8일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8-7 승리) 이후 7670일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5-4 승)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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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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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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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오른쪽)과 박동원.
경기가 끝난 뒤 고우석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어제는 어제일 뿐이고, 오늘은 오늘 경기에만 더욱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평소와 똑같이 준비했다. 다만 달라진 게 있었다면, 마운드에서 힘을 빼고 (박)동원이 형의 미트만 보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고우석은 1차전에서 속구 제구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애를 먹었다. 염경엽 LG 감독도 2차전을 마친 뒤 고우석에 관해 "1차전에서도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실투 하나를 상대가 잘 쳤다. 고우석에게 저와 코칭스태프 모두 자신감을 심어주는 이야기를 했다. 결국 고우석이 우리 팀의 마무리로 지켜줘야 우리가 목표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다. 1차전에서는 속구가 날리면서 변화구를 많이 구사한 측면이 있었는데, 오늘은 날리지 않으면서 제구가 좋았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며 신뢰를 보냈다.

고우석은 "감독님께서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경기를 치르면서 제구를 잡아가는 저만의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똑같이 던지라는 조언을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사령탑은 고우석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투구를 할 수 있도록 재차 믿음을 심어줬던 것이다.

고우석과 함께 수훈 선수 인터뷰에 임한 박동원도 동료를 향한 굳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박동원은 고우석에 대해 "어제(1차전) 솔직히 아주 잘 던졌는데, 커브 하나가 실투가 되면서 안 좋은 상황이 됐다. 그래서 어제 그거에 대해서는 아쉬우니까, 다음에는 그쪽 코스로 가지 않게 잘 준비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또 전날 공을 많이 던져서(30구)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괜찮다고 하더라. 준비 잘하자고 했다. 충분히 공이 좋은 선수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좋은 마무리 투수가 없다. 잘 던질 거라 믿었다"는 극찬과 함께 후배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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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왼쪽)이 8일 승리 투수인 함덕주(오른쪽에서 두 번째)에게 승리구를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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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원(왼쪽)과 고우석. /사진=뉴스1
고우석은 전날 패배 후 힘들었을 부분에 관해 "다시 야구장에 나와서 (김)현수 형과 (오)지환이 형, (박)동원이 형도 마찬가지고, 몸이 안 아픈지만 물어보더라. (임)찬규 형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올 시즌뿐만 아니라 2019년부터 가을야구를 치르면서 실패도 계속 겪었다. (한국시리즈와) 조금 다른 무게감이 있긴 했지만,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서 다시 나와 새롭게 마음을 다잡은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런 건 경기장에서 채워나가는 부분이다. 특별히 무거워지지도 않았다. 다른 날과 비슷했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LG는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또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LG 선수들을 보기 위해 많은 LG 팬들이 연일 잠실구장을 가득 메우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고우석은 "어제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을 던지는 순간마다 제 이름을 연호해주셨다. 이 팀에 속해있다는 기쁨을 느꼈다. 그래서 더욱 큰 힘이 됐던 것 같다"면서 LG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제 KT와 LG는 9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0일 오후 6시 30분 수원 KT위즈파크로 무대를 옮겨 한국시리즈 3차전을 치른다. LG와 KT 모두에게 있어 분수령이 될 매우 중요한 경기가 아닐 수 없다. 고우석은 "그동안 항상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때마다 이 시리즈를 하기 위해 시즌을 치르고, 야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1차전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즐거운 마음이 드는 것 같다"면서 남은 경기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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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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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팬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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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왼쪽)과 박동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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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왼쪽)이 경기 후 염경엽 LG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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