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MVP는 박동원·유영찬, 500만원씩 나눠주겠다" [잠실 일문일답]

잠실=신화섭 기자 / 입력 : 2023.11.1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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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LG 감독. /사진=뉴시스
"팬들의 변함없는 응원이 선수단에 절실함과 열정을 만들어줬다."

29년 만에 LG 트윈스를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염경엽(55) LG 감독이 가슴 벅찬 우승 소감을 밝혔다.


LG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한국시리즈 전적을 4승 1패로 마무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LG는 1차전에서 클로저 고우석의 9회 난조로 경기를 내줬으나, 이후 내리 4경기를 가져가며 마침내 우승 대업을 달성했다.

LG는 지난 1990년과 1994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29년 만에 구단 역사상 세 번째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KT는 지난 2021시즌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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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LG 감독.




다음은 우승 후 염경엽 감독과 공식기자회견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 좋은 경기를 펼쳐준 KT 이강철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팬들께서 오래 기다려 주셨는데도, 변함 없이 한결 같이 응원해준 덕분에 선수단에 절실함을 심어줬다. 선수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경기를 잘 풀어주고 열심히 해줘 저에게도 자신감을 만들어줬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성장하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한국시리즈에 와서는 가장 중요하다는 1차전에서 패했지만, 2차전을 박동원의 역전 홈런으로 잡았던 게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자신감을 되찾아 흐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 1994년 LG 우승 때는 상대팀인 태평양 선수였는데.

▶ 그때는 저희(태평양)가 전력이 달렸기 때문에 지키는 야구를 했는데, LG는 공수가 완벽한 팀이라 우승을 뺏겼다. 이번 우승은 승리조들이 한 단계 성장하고, 모든 선수들이 신구 조화를 이루면서 지키는 야구와 공격적인 야구가 함께 하면서 4승 1패를 하게 됐다.

- 넥센 감독이던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에 우승을 내줬는데.

▶ 저한테는 시련에 이어 휴식 기간에 그동안의 감독 생활뿐 아니라 시즌들을 돌아보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어떤 게 부족했고 잘 했는지, 이런 부분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다. 미국 연수 때는 시간이 엄청 많았고 가족 없이 혼자 노트를 체크하고 재정리했다. 그런 실패들이 자양분이 돼 이번 시즌을 치르는 데 준비부터 마지막까지 많은 도움이 됐다.

- 이번 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신한 순간은.

▶ 2차전에서 역전을 했을 때, 그리고 3차전을 이겼을 때 확신이 들었다. 단기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게 승운인데, 그게 우리한테 있고 선수들이 2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는 것을 봤다. 제게 가장 힘이 된 것은 선수들의 절실함과 승리에 대한 열망이었다. 시리즈가 6~7차전으로 길게 가더라도 승리할 수 확신을 갖게 됐다.

- 감독 선정 MVP에게 1000만원을 주기로 했는데.

▶ 500만원씩 나눠서 박동원과 유영찬에게 주겠다. 좋은 가방이라도 샀으면 한다. 박동원은 FA(프리에이전트)로 돈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웃음), 유영찬과 나눠주기로 했다. 유영찬이 이닝을 끌고 간 것이 경기에 숨통을 틔워줬다. 어제(12일) 저녁에 결정했다.

- 이번 시리즈에서 선수들에게 주문한 것은.

▶ 선수들의 우승에 대한 절실함과 열정은 잘못 되면 조급함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이 기본기와 차분함이다. 모든 플레이를 침착하게 하나하나 하라고 코치들과 고참들도 계속 얘기를 했다. 오늘(13일) 경기 전에도 선수들이 약간 흥분된 상태여서 다운시키려고 노력했다.

- 28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을 이끌었는데.

▶ 엄청 부담스러웠다. 4, 5월에 선발진과 승리조가 붕괴되면서, 솔직히 잠을 못 잤다. 우리 선수들이 잘 버텨주고 타선이 터져주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줬다.

- 이번 시리즈에서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 2차전에서 선발 최원태가 1회를 못 버텼을 때였다. 나머지 이닝에서 1점이라도 줘서 2차전도 내주면, 아무리 절실함과 열정을 갖고 있어도 힘들 수 있다고 봤다.

- 시즌을 치르면서 신경 썼던 부분은.

▶ 휴식 기간 공부했던 것 중 하나가 '밖의 말에 흔들이지 말자'이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는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야구를 우리 선수들에게 심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뛰는 야구 때문에 말이 많았을 때 엄청 고민하긴 했다. 그러나 뛰는 게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라, 우리 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망설임과 초조함을 없애고 좀더 자신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뛰는 야구, 초구부터 공격적인 야구를 통해 망설이지 않는 팀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처음 LG 감독을 제안 받았을 때 가족들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쁨보다는 엄청 반대를 했다. 아내는 종교가 불교라 이번 한국시리즈 내내 매일 같이 절에 가서 불공을 드렸다. 딸도 야구장 오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에 올 때마다 이기자 예비 사위와 함께 이 추운 날에 응원을 왔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가족도 많은 힘이 됐다.

- 넥센 감독 시절인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때는 많이 울었는데, 이번에는 어땠는가.

▶ 잠깐 울었다. 너무 절실하다 보니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감정선이 절실함을 누른 것 같다. 선수들이 우니까 잠깐 울긴 했다. 엄청 울 줄 알았는데.... 쉬고 싶다.

- 이제 2연패를 준비해야 하는데.

▶ 올해가 가장 중요했다. 우승을 한다면 내년 시즌에는 우리 팀에 더 큰 자신감과 단단한 멘탈의 힘을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신구 조화가 잘 돼 있고 매년 어린 선수들을 한두 명 더 키워낸다면 명문구단으로 계속 우승할 수 있는 힘을 가져 더 강해진 트윈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팬들에게도 마지막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얘기했다. LG 트윈스가 강팀이자 명문 구단으로 가는 첫 걸음을 떼었다고 본다. 계속 해서 좋은 과정을 거치면,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 좀 쉬었다가 준비 잘 해 내년에도 또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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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가운데) LG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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