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레전드' 염기훈 감독대행 고개를 숙였다 "사랑하는 수원이 강등... 팬들께 죄송" [수원 현장]

수원월드컵경기장=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12.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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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이 확정된 뒤 팬들에게 심정을 전하는 염기훈 감독대행.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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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선수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통명가' 수원삼성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2부 리그로 강등됐다. 아픈 현실에 '레전드' 염기훈(40) 수원 감독대행도 수원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수원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 38라운드 파이널B 강원FC와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수원은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강등 아픔을 겪었다. 내년 시즌 2부 리그에서 시작한다. 이날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수원이었지만, 강원에게 무려 유효슈팅 8개나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반면 수원의 유효슈팅은 3개였다. 실점은 하지 않았으나 강등은 피하지 못했다.


치열했던 K리그1 파이널B 순위가 모두 정해졌다. 이날 수원이 승리를 얻지 못해 최하위에 머물렀다. 8승9무21패(승점 33)를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K리그2 강등을 당했다. 반면 수원FC는 11위, 강원은 10위를 가져가 잔류 희망을 이어갔다. 수원은 8승9무21패(승점 33)를 기록했으나 다득점에서 수원보다 앞서 극적으로 11위를 차지했다. 강원은 6승16무16패(승점 34)로 10위를 거머쥐고 환호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침묵만 흘렀다. 90분 내내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수원 팬들이었지만, 강등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에 아쉬운 표정만 지었다. 수원 선수들도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슬픔을 나타내는 선수도 있었다.

염기훈 대행도 같은 마음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인터뷰실로 들어온 염 대행은 "팬분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선수들도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우리가 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다. 선수단에 미안하다. 팬분들에게도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수원은 수비에 집중하며 강원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전반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수원에 잔류 희망이 있었다. 같은 시간, 수원FC가 제주유나이티드에 0-1로 뒤져 있었다. 하지만 수원FC는 이영재가 천금 같은 프리킥 골을 터뜨려 1-1을 만들었다. 수원이 살아남기 위해선 무조건 승리와 골이 필요했다.

그러나 경기 분위기는 많이 넘어간 상태였다. 강원의 기세는 여전히 매서웠고, 수원은 김주찬과 김보경, 뮬리치까지 투입해 상대 골문을 노렸다. 그런데도 소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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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강원FC 경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염 대행은 경기력에서 밀린 것에 대해 "강원에 대해 분석했으나 제 부족함이 있었다. 선수들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제가 너무 부족해서 그런 상황이 나왔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제 잘못, 제 부족함이 크다"고 자책했다.

수원의 오랜 부진과 관련해 여러 문제점이 제기돼왔다. 수원은 지난 시즌에도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까스로 1부에서 살아남았다. 올해는 아니었다. 팀 문제점에 대해 질문을 받은 염 대행은 "많은 문제점이 있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두 가지를 꼽기에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어떻게 보면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뛰는 것이다. 그 안에서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선수들도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팀 내부의 모든 변화들이 선수들에게 영향이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올해 수원은 이병근, 김병수 감독과 이별했다. 시즌 막판 염 대행까지 팀을 이끌었으나 아쉽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염 대행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수원의 '리빙 레전드'다. 2010년 수원에 입단해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13년 동안 수원 한 팀에서만 뛰었다. 수원 선수로서 332경기에 출전, 49골 87도움을 올렸다. 올해에는 플레잉코치와 감독대행까지 맡아 팀에 도움을 안겼다. 지난 2010년 수원 유니폼을 입었을 때와 현재 수원 구단을 비교한 염 대행은 "제가 처음 수원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스쿼드, 예산 등에서 많이 열악해졌다. 지금 선수들도 충분히 열심히 해줬지만, 이름 있는 선수들이 함께 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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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수원삼성 감독대행.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염 대행은 "제가 사랑하는 팀이 이렇게 됐다는 자체도 힘들다. 수원은 다시 올라갈 것이다. 선수들도 힘을 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어려운 상황에 팀을 이끈 것에 대해선 "제 선택에 후회는 없다.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해줘 감사하다. 분명히 제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왔다. 팀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 지금 힘든 상황이지만 다시 일어서 K리그1에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힘을 내줬으면 한다"고 독려했다.

개인 커리어와 관련해 염 대행은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어디서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지도자의 꿈 계속 갖고 나갈 것이다. 구단과 향후의 일은 다시 한 번 얘기해야겠지만, 수원이 됐든 다른 데서든 지도자의 삶을 살 것이다. 지도자를 하면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난 해 은퇴하려고 했는데, 올해 플레이코칭을 맡았다. 그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후회는 전혀 없다. 앞으로도 수원을 응원할 것이다. 또 수원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응원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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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이 확정된 뒤 고개를 숙인 염기훈 감독대행.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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