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후 입대→캐리머신 변신' 임동혁의 고백 "선수 형에 첫 반말했어요" 그만큼 승리가 간절했다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1.0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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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임동혁이 5일 우리카드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요즘 말로 '캐리'한다고 생각하고 들어갔어요."

임동혁(25·인천 대한항공)의 날이었다. 선두 서울 우리카드만 만나면 작아졌던 대한항공이 드디어 한풀이를 했다. 임동혁이 선봉에 섰다.


임동혁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홀로 28점을 쓸어담으며 세트스코어 3-0(25-22, 25-14, 25-16)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트리플 크라운(백어택·블로킹·서브득점 3개 이상씩)에 서브에이스 하나가 모자란 게 유일한 흠이었다. 공격 성공률은 73.33%에 달했고 공격 효율도 63.33%로 높았다.

2연패에 빠져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대한항공에 안긴 의미 깊은 승점 3이었다. 2위 대전 삼성화재와 격차를 지우며 승점 38로 우리카드(승점 42)를 쫓았다.


팽팽했던 1세트에만 14점을 올렸고 이날 시즌 첫 선발 출전한 정지석이 2,3세트 살아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줬다. 에이스 2개 포함 강력한 서브로 우리카드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고 블로킹도 4개나 잡아내며 완벽한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시간도 1시간 24분에 불과했다. 올 시즌 가장 완벽했던 대한항공의 경기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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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스파이크를 꽂아 넣는 임동혁. /사진=KOVO
경기 후 만난 임동혁은 "우리카드전은 늘 그렇지만 이기고 싶은 마음이 특히 컸던 경기였다"며 "이번 경기 발판 삼아 이 마음가짐으로 배구 한다면 대한항공에 어울리는 순위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오직 팀의 승리 뿐이었다. 트리플 크라운을 아쉽게 놓쳤음에도 "마지막 서브 때 (곽)승석이 형이 알려줘 알았는데 신경을 안 썼다"며 "트리플 크라운보다 팀에 도움이 되고자 서브를 세게 쳤다. 이기고 있다가 지는 경우가 많아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1세트 승부처였던 19-20에서 상대 블로킹을 발로 살려낸 데 이어 강력한 오픈 공격으로 득점까지 올렸다. 이후 퀵오픈 득점에 이어 서버로 나서 백어택 등으로 역전을 이뤄냈다. 1세트에만 14점을 올렸고 팀은 이후 2,3세트도 손쉽게 따낼 수 있었다.

임동혁은 "경기 되돌아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봤는데 내가 공을 많이 때리는 날이 경기력이 좋더라"며 "(한)선수형한테 태어나서 처음으로 반말 해봤다. '올려, 올려'라고 했다. 그 정도로 어필했는데 진짜 올라올 줄은 몰랐다. 그 포인트가 경기력이 좋았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선수는 뭐라고 했을까. "끝나고 잠깐 얘기했는데 선수 형이 '뒤에서 올려올려 하니까 안 올릴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 올리라고 하면 올려주지 않을까(웃음). 계속 책임감을 갖고 사인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승리가 간절했다. "오늘은 다 때릴 각오로 연습 때부터 올려달라고 했다. 오늘은 내가요즘 말로 하면 캐리한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내가 이기게 하겠단 각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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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세리머니를 하는 임동혁. /사진=KOVO
이젠 명실상부 에이스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좋지 않은 공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연습 중에 선수 형이 계속 좋은 공을 주기 위해 물어보는데 다 좋다고 한다"며 "선수 형은 우리나라 최고 세터이고 그만큼 좋은 공을 올린다. 때리는 건 공격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안 좋은 공도 처리해주면 선수 형도 플레이하기 쉬워지니 한 발 더 움직여 잘 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7~2018시즌 데뷔 후 이토록 좋았던 적이 없었다. 2020~2021시즌을 넘어 커리어하이 시즌으로 나아가고 있다. 당시와 비교해 세트당 득점은 4.11점에서 4.61점으로 한층 끌어올렸고 동시에 공격 성공률도 51.23%에서 57.31%로 더 상승시켰다.

아쉬운 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을 해 올 시즌을 끝으로 당분간 V리그를 떠난다는 것이다. 임동혁은 "형들이 군대 가기 전에 공을 다 때리고 가라고 했다. 많은 공을 책임져 대한항공이 4연속 통합우승을 이끌고 싶다. 그걸 못 이루고 가면 찜찜할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성공률이 높은데 그걸 유지해서 임동혁이라는 이름을 V리그에 다시 각인 시키고 입대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당당히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전체 득점 7위(327점), 공격 성공률은 당당히 1위다. "내가 외인만큼 해야한다기 보다는 무조건 내가 해야 한다. 내가 때려주고 한 발 더 뛰고 파이팅 있게 해야 한다. 팀에 부상 선수도 나오고 하니 멤버도 바뀌고 하는데 한 자리 맡아서 해줘야 한다. 누굴 믿기보다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남다른 책임감을 나타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에이스로 성장한 임동혁이지만 경기 후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임동혁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한참을 고민하더니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그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속 뜻이 담겨 있었다. "배고파해야 한다. 다음 경기가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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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왼쪽)이 득점 후 틸리카이넨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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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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