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의 특급칭찬→"죽을 힘 다해 싸울 것"... 외로운 김연경, 레이나 활약이 더 중요한 이유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1.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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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이 12일 한국도로공사전 팀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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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를 때려넣는 레이나(왼쪽). /사진=KOVO
사령탑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주포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가 쉽게 부진을 털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 자리를 레이나 도코쿠(25·등록명 레이나)가 메웠다. 그럼에도 스스로는 경기 후 최다득점이라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레이나다.

레이나는 1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3~2024 V리그 홈경기에서 개인 단일 경기 최다인 20점을 몰아치며 팀에 3-1 승리를 안겼다.


경기 전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최근 부진에 빠진 옐레나에 대한 걱정을 나타냈다. 반면 레이나에 대해선 기대를 보였다. 최근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아 승리를 이끌고도 눈물을 흘렸던 그인데 "오늘도 수훈 선수에 선정됐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 맹활약했던 옐레나는 최근 부진에 빠져 있다. 김연경이 더욱 공격적으로 많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던 레이나가 4라운드 들어 아웃사이드 히터로 전념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행스럽게도 레이나는 이후 5경기 중 4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앞서 17경기 중 5경기에서 10점 이상을 기록한 것과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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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왼쪽에서 3번째)가 강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OVO
김연경의 활약은 상수다. 이날도 팀 내 최다인 28점을 올렸고 동시에 공격 성공률은 56.25%에 달했다. 리시브 효율 또한 43.33%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대놓고 김연경 일변도로만 나서면 상대로서도 대비가 더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옐레나가 해줘야 할 역할이지만 이젠 그가 부진해도 레이나가 대체할 수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실제로 레이나까지 터지자 도로공사는 힘없이 무너졌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은 "레이나가 잘해줬다. 경기 중 삐걱대기도 했지만 4세트 블로킹이나 득점 면에서 잘해줬다. 확실히 팀이 업그레이드 되는 부분이 있다"고 칭찬했다.

레이나는 최다 득점이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항상 내 플레이가 좋다고 생각지 못해 최다득점이란 소리에 실감이 안 났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레이나에 대해 칭찬을 하며 더 자신감을 갖기를 바랐다. "잘하고 있다.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 인터뷰에서도 소극적이기도 하고 한데 자기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좀 더 책임감 갖고 중요한 선수라는 걸 알고 앞으로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 공격력이 좋고 블로킹도 높아서 거기서 가져갈 수 있는 게 많다. 약간 기복이 있지만 조금 더 꾸준했으면 좋겠다.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미들블로커를 하다가 4,5경기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왔는데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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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오른쪽)이 대각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KOVO
김연경은 올 시즌에도 놀라운 성적을 써내고 있다. 득점에선 497점으로 5위, 공격 성공률에선 45.45%로 2위에 올라 있다. 오픈(5위)과 후위 공격, 퀵오픈(이상 3위)은 물론이고 시간차(5위)에서도 모두 톱 5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리시브 효율에서도 41.38%로 전체 6위에 올라 있다. 문정원(한국도로공사)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비 전문인 리베로라는 걸 고려하면 김연경의 리시브가 얼마나 순도 높은지를 알 수 있다.

배구계 'GOAT(Greatest Of All Time)'으로 꼽히는 김연경이기에 아무리 전성기가 지났다고 한들 놀라울 일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2위로 처져 있는 게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만큼 김연경의 공격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김연경과 공격을 양분했던 옐레나의 부진이 뼈아프다. 특히 이날은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옐레나가 한 자릿수 득점(8점)에 그친 건 올 시즌 들어 이날이 처음이었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도 이례적으로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렇게 경기하면 드릴 말씀이 없다. 외국인 선수가 마이너스 경기력을 펼치면 안 된다"며 "아포짓 스파이커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승점 3을 챙기며 18승 5패를 기록, 승점 50에 도달했다. 선두 현대건설(승점 52)과 격차를 확 좁혔다. 맞대결 한 번으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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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위, 왼쪽에서 2번째)이 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김연경은 "경기 전부터 승점 3이 필요한 상황이고 승점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집중을 하자고 했는데 초반에 안 풀렸다"며 "후반에 선수들이 잘해주고 상대 주 공격수들을 잘 막으면서 흐름이 우리에게 왔다. 결정적인 순간 레이나도 그렇고 블로킹이 잘 나왔고 그러면서 승점 3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최종 목표는 마지막에 웃는 것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2승 후 3연패를 당하며 고개를 떨궜던 터다. 4라운드 끝자락에서 현대건설을 맹추격하고 있지만 김연경은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보완할 건 항상 많은 것 같다. 모든 부분들이 아직 미흡한데 다 조금씩 더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대건설전에서 5,6라운드 승리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잘 준비해야 한다. 돌아보기보다 GS칼텍스와 4라운드 마지막 한 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5,6라운드에도 파이팅을 해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은퇴 의사도 나타냈던 김연경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긴 고민 끝에 다시 한 번 'GO'를 외쳤다. 그 중 커다란 요인 중 하나는 우승이라는 목표 때문이었다. 올 시즌 V리그 전체 구단을 통틀어 가장 많은 팬들이 찾는 게 흥국생명이다. 단연 '김연경 효과'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김연경도 많은 팬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고 싶다는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선 김연경의 어깨의 부담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선수가 간절하다.

그렇기에 옐레나의 부진에도 한줄기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레이나의 활약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김연경과 칭찬과 쓴소리가 이어진 뒤 레이나는 "팀을 위해서 공격이든 수비든 죽을 힘을 다해서 열심히 할 것"이라고 자못 비장한 각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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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김수지(왼쪽)과 기뻐하는 김연경.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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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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