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감독이 충격패 당하고 웃어?' 한국 사람이면 바로 경질당했을지 모른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2.0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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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왼쪽에서 두 번째)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6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충격패를 당한 뒤 상대 감독과 인사를 나누던 중 미소를 지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만약 한국인 감독이 그랬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디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요르단 대표팀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했다.


한국 축구는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을 목표로 야심 차게 이번 대회에 임했다. 무엇보다 역대급 멤버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격수 라인에는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출신의 손흥민과 역시 EPL 무대를 누비고 있는 황희찬이 포진해 있었다.

또 중원에는 세계적인 명문 클럽 파리생제르망(PSG)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이 버티고 있었다. 최종 수비 라인은 세계적인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수비수 김민재가 이끌었다.

그렇지만 한국은 요르단을 압도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오히려 이강인과 같은 프랑스 리그1의 몽펠리에에서 뛰고 있는 무사 알-타마리를 막지 못한 채 추가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만약 1-0 리드 상태로 경기를 끌고 갔다면 또 한 번 '좀비 축구'의 기적을 기대할 수도 있었지만, 2골 차는 달랐다.


더욱 한국 팬들의 분노와 실소를 자아내게 한 장면은 경기가 끝난 뒤에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이 후사인 아무다 요르단 감독 및 요르단 스태프와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환하게 웃음을 짓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힌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선수들은 망연자실, 패배의 쓰라린 아픔을 겪고 있는데 수장이 미소를 보이자 팬들은 공분했다.

만약 외국인 감독이 아니라 한국인이 이와 똑같은 장면을 연출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외국인 감독은 국내 여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한국인 감독은 또 다르다. 국내 여론과 축구 팬들의 목소리를 신경 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더 나아가 현 분노의 무게감으로 볼 때 한국인 감독이라면 심지어 경질까지 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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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물론 클린스만 감독의 입장도 있었다. 승리한 상대 팀을 축하해줬다는 것이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한 질문에 "상대 팀을 축하하고 존중하고, 또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했을 때는 축하해주는 건 당연하다"면서 "웃으면서 축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면 생각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상대 승리를 축하하고 존중하는 것도 지도자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기 후 상대 감독 및 스태프들과 인사한 것은 상대를 존중한 것"이었다면서 "제가 웃으면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다. 다만 상대는 존중하고 축하해줄 때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그렇지만 상대 팀을 향한 축하보다 우리 선수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상대 팀 감독을 향한 축하는 그저 악수 정도면 충분했다. 그 이후 공식기자회견을 통해 한 번 더 축하 인사 정도를 건네는 것까지도 괜찮고 적당하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의 미소는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한국이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자 허탈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불길한 예상이 들어맞아서 웃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비난의 화살을 뚫고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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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왼쪽에서 두 번째)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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