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로우 공백? 김연경이 있잖아!' 홀로 31점 훨훨, 흥국생명 5연승-선두 현대건설 바짝 추격 [인천 현장리뷰]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2.1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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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흥국생명 김연경(왼쪽)과 김미연이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득점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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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득점 후 기뻐하는 하는 흥국생명 선수들. /사진=KOVO
4연승을 이끈 핵심 전력 없이도 인천 흥국생명은 강했다. 61일 만의 정상 탈환은 아쉽게 물거품이 됐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소중한 1승을 보탰다. 에이스 김연경(36)의 무시무시한 힘이 있었다.

흥국생명은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8, 26-24, 23-25, 24-26, 15-12)로 이겼다.


5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23승 6패를 기록했지만 승점 2를 보태며 64로 수원 현대건설(승점 65)을 넘어서진 못했다.

김연경은 홀로 31점을 책임지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레이나는 9개의 범실을 저질렀지만 승리를 확정짓는 득점 포함 23점을 냈고 김수지와 김미연도 나란히 11점을 올렸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연승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상대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13승 15패(승점 40)로 5위에 머물렀다. 4위 대전 정관장(승점 44)과 격차는 승점 4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가 31점, 표승주가 15점, 황민경이 13점, 최정민이 11점을 올렸으나 마지막 순간 집중력에서 희비가 갈렸다.

4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이지만 아본단자 감독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부상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아본단자 감독은 "분위기는 좋다"면서도 "오늘은 피지컬 이슈 있어 경기력이 불안하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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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부상으로 빠진 흥국생명 윌로우 존슨.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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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로우 존슨(뒤, 가운데)이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KOVO
의미심장한 답변에 직접적으로 '피지컬 이슈'에 대해 직접 묻자 그는 "전 경기를 뛴 선수들 중 오늘 경기에 뛰기 어려운 선수들이 있다. 부상 이슈도 있다"며 "좋은 흐름을 완벽히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입되는 선수들이 추가적으로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란다. 그런 게 다 잘 됐을 때 오늘 경기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후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는 윌로우가 지난 12일 현대건설전 도중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꼈고 현재 인대가 부어 있는 상태로 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에만 출전이 어렵냐는 질문엔 확답을 하지 못했다.

윌로우가 빠진 가운데 흥국생명은 아포짓 스파이커 레이나 도코쿠(등록명 레이나), 미들블로커 이주아, 세터 이원정,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 미들블로커 김수지, 아웃사이드 히터 김미연이 선발로 나섰다. 리베로로는 김해란과 도수빈이 대기했다.

IBK기업은행도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김호철 감독은 "올 시즌에 한 번도 못 이겨봤겨 본 상대지만 이길 뻔한 경기도 두 번 있었다"며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 좀 더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때에 가서도 선수들이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흥국생명과 하면서 많이 보였던 것 같다. 중요한 상황에서 우리 범실로 (흐름을) 넘겨주는 일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IBK기업은행도 불안요소는 있다. 리베로 신연경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연경은 여자부 역대 15번째로 통산 수비 5000개까지 42개만을 남긴 뛰어난 리베로다. 김연경 등을 막아내야 하는 IBK기업은행의 그의 공백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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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이 서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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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높은 타점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김연경(오른쪽). /사진=KOVO
김호철 감독은 "오늘도 연경이가 못 왔다. (김)채원이가 계속 해줘야 한다. 두 경기 정도는 채원이가 기대 이상으로 해줬다"며 "중요한 경기에서 연경이가 안정적으로 해줘야 하는데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나머진 선수들이 잘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폰푼 게르파르드(등록명 폰푼), 아웃사이드 히터 황민경, 미들블로커 김현정, 아포짓 스파이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 미들블로커 최정민으로 맞섰다. 리베로는 김채원.

1세트 흥국생명의 높이가 IBK기업은행을 압도했다. 블로킹에서 4-1로 앞섰고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의 높이를 쉽게 넘지 못했다. 공격 효율이 9.09%에 그쳤다.

반면 흥국생명에선 김연경이 7득점, 레이나가 5득점으로 측면 공격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특히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 50%로 높은 적중률을 자랑했다.

세트 막판 급격히 흐름이 기울었다. 18-18로 맞서던 양 팀에서 흥국생명이 무섭게 달아났다. 김연경의 퀵오픈을 시작으로 레이나의 블로킹과 시간차 공격, 김미연의 퀵오픈과 상대 범실로 순식간에 세트스코어에 도달했고 레이나의 퀵오픈으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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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미연(오른쪽)이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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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쓰러진 김미연(오른쪽)에게 김연경이 다가가고 있다. /사진=KOVO
2세트는 매우 치열하게 진행됐다. 15-11로 앞서가던 흥국생명은 표승주와 브리트니 아베크롬비 등에 당하며 쫓겼고 결국 18-18 동점을 허용했다. 20-20에서도 표승주와 아베크롬비에 당하며 20-22로 쫓겼다.

김미연과 김수지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연경의 시간차로 한 점을 쫓은 상황에서 김수지가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22-22 동점을 이끌었다. 이어 이원정의 서브 범실과 김미연의 오픈이 라인을 벗어나며 세트포인트에 몰렸으나 다시 한 번 김연경의 시간차가 성공했고 김수지가 나섰다. 아베크롬비의 강타를 김수지가 완벽하게 막아서며 24-24 듀스가 됐다. 이어 최정민의 속공을 이원정이 받아냈고 김수지가 빈곳을 향해 정확히 밀어넣으며 흥국생명이 세트포인트에 다다랐다.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에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레이나의 오픈이 예리하고 파고 들었고 IBK기업은행은 제대로 공격 기회를 갖지 못하고 받아 넘기기에 바빴다. 이원정의 빠른 토스에 맞춰 도약한 김미연은 강력한 퀵오픈으로 2세트를 매조졌다.

2세트에도 김연경이 7득점으로 가장 돋보였지만 김미연이 6점, 김수지가 5점을 올리며 김연경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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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득점에 성공하는 김수지(가운데).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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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선수들에게 따봉을 날리는 아본단자 감독. /사진=KOVO
3세트 IBK기업은행이 거세게 반격했다. 11-11 동점에서 상대의 연이은 범실과 김연경의 오픈, 레이나의 퀵오픈으로 17-14로 앞서갔다. 세트 중반 이후 IBK기업은행이 급격히 흔들렸고 흥국생명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작전타임을 부른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선수단을 다독였다. 이후 연이은 득점으로 19-19, 다시 승부는 원점이 됐다. 21-19에 앞서갔지만 황민경의 블로킹과 김연경의 범실, 표승주의 퀵오픈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23-23으로 다시 균형을 맞췄으나 표승주의 오픈 공격과 김연경의 퀵오픈 아웃으로 3세트에서 승부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레이나가 3세트에만 홀로 7점을 몰아쳤던 터라 흐름을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4세트에도 IBK기업은행의 거센 반격에 쉽게 우위를 잡지 못했다. 초반 7-3까지 앞섰지만 최정민의 블로킹과 표승주의 오픈 공격, 아베크롬비의 백어택 등으로 7-7 동점이 됐다. 다시 17-14까지 앞서간 흥국생명은 다시 한 번 거센 저항에 맞섰다. 긴 랠리 끝에 아베크롬비의 백어택으로 실점했고 레이나의 범실까지 나오며 1점 차로 쫓겼다.

그러나 김정아의 서브 범실과 황민경의 퀵오픈 아웃으로 한숨을 돌렸고 이주아의 속공이 작렬하며 20점 고지를 밟았다. 김연경이 오픈 기회에서 특유의 대각 공격으로 빈 코트를 공략했으나 김현정의 속공과 김연경의 오픈 아웃, 구혜인의 서브 에이스까지 겹치며 다시 21-21.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접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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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레이나(왼쪽)가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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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흥국생명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득점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다시 김연경이 나섰다. 오픈 공격을 완벽히 성공시켰고 아베크롬비의 퀵오픈을 레이나가 완벽히 막아내며 한 점을 달아났다. 23-23으로 다시 어려운 상황에 몰렸으나 김수지의 속공으로 매치포인트에 올라섰다.

마지막에 웃은 건 IBK기업은해이었다. 이어 레이나의 야심찬 오픈 공격이 크게 벗어났고 이어 오픈 공격이 최정민의 블로킹 벽에 막혔고 그 공이 자신의 머리에 맞고 라인을 벗어나기까지 했다. 24-25. 폰푼의 토스가 코트 쪽으로 가까이 붙었고 백어택을 준비하던 아베크롬비가 힘차게 뛰어올라 어려운 자세에서 블로킹 벽을 살짝 넘겼다. 공은 빈곳으로 향했고 승부는 결국 5세트로 향했다.

4세트 레이나는 공겨의 46.3%를 책임지면서도 공격 성공률은 16%에 그쳤다. 범실 4개가 쏟아졌고 공격 효율은 -12%까지 떨어졌다. 반면 IBK기업은행에선 아베크롬비가 홀로 8점을 올리며 풀세트 승부를 이끌었다.

5세트도 끝날 때까지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접전이 펼쳐졌다. 7-5로 앞서가는 듯 했던 흥국생명이지만 황민경의 퀵오픈과 아베크롬비의 오픈이 성공, 7-7 동점이 됐다.

위기의 순간, 흥국생명엔 김연경이 있었다. 강력한 오픈 공격으로 다시 리드를 안겼고 이어 한 차례 더 똑같은 오픈 공격을 성공시켰다. 이어 시간차 공격까지 성공시키며 팀에 10번째 점수를 안겼다.

길게 이어진 랠리 끝에도 김연경이 있었다. 김미연의 세트가 다소 길게 이어졌지만 빈곳을 노린 감각적인 공격으로 다시 한 번 점수를 올렸다. 2점의 리드를 지킨 흥국생명은 김다은의 퀵오픈으로 매치 포인트에 다다랐고 이날 많은 범실로 고개를 숙였던 레이나가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끝냈다. 레이나는 선수들과 포효한 뒤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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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오른쪽)가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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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오른쪽)가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맞대결에서 심판 판정을 확인하고 있.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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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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