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류현진 파워" 채은성의 미소, 그런데 왜 '문동주 팀'으로 뛰고 싶다고 했을까

인천국제공항=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0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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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주장 채은성이 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한화 이글스 주장 채은성(34)의 표정은 처음 스프링캠프를 떠날 때에 비해 한결 밝아져 있었다. '류현진 효과'를 제대로 느꼈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는 4일 호주 멜버른-일본 오키나와를 거친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현장은 이들을 맞으려는 팬들과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단숨에 KBO리그 최고 인기 구단으로 떠올랐다. 최원호 감독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최원호 감독은 "안치홍 선수가 합류하면서 선수단 전체가 올 시즌에는 포스트시즌을 목표로 캠프를 시작했는데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면서도 "오키나와에 류현진 선수가 합류하면서 저를 포함해서 선수단 모두가 더 자신감이 생겼고 그런 목표를 향해서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22일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역대 최고액 계약이다. 8년이라는 기간도 놀랍다. 한화에서 역대 최고령 투수가 될 때까지 활약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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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왼쪽에서 2번째)이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아버지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의 다년 계약과 매력적인 조건의 단년 계약 제안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결국 친정팀 복귀로 가닥을 잡았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한화에 복귀해 팀의 가을야구, 나아가 우승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로 향한 류현진은 합류 당일 불펜 피칭을 치렀고 이후 또 한 차례의 불펜 피칭에 이어 라이브 피칭까지 마치고 캠프를 마무리했다.

연습경기를 걸렀지만 큰 문제는 없다. 류현진은 오는 7일 펼쳐질 자체 청백전에 첫 실전 등판한다. 상대 투수는 지난해 신인상 주인공이자 국가대표 에이스로 성장한 문동주(21).

청백전에서 류현진과 문동주의 선발 맞대결을 예고한 것에 대해 최원호 감독은 "큰 의도는 없다. 스케줄을 짜다 보니까 오늘 같이 이동일이나 휴식일도 있고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문동주 선수도 경기에서 던져야 하고 (류)현진이는 경기가 잡혔고 또 김민우 선수도 던져야 되고 그러다보니 문동주 선수하고 류현진 선수가 같은 날 청백전을 하게 된 것이다. 굳이 청백전을 일부러 그 두 선수를 맞춘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선 4일 휴식, 개막을 앞두고는 5일 휴식 후 등판 예정이다. 즉 7일 청백전에서 던진 뒤 오는 12일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 등판하고 17일 롯데 자이언츠 원정경기에 등판한다. 이어 5일을 쉬고 오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LG 트윈스와 원정 개막전에 마운드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이 일정을 소화한다면 오는 29일 대전 홈 개막전에도 등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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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미소를 띈 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천군만마를 얻은 건 주장 채은성도 마찬가지다. 그는 "올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오피셜보다) 우리는 조금 미리 알았다. 그래서 단장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고 고생하셨다고 일단 연락드렸다"며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많이 느꼈고 현진이 형이 옴으로써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선수 한 명이 가지고 있는 힘이 이렇게 크기 때문에 선수들도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키나와 캠프에 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렸다. 채은성은 "작년에 느껴보지 못했던 분위기다. 오키나와 야구장에서 열기가 느껴져서 체감했다"며 "이게 현진이 형의 파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류현진의 합류는 팀 분위기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채은성은 "작년 같은 경우에는 야수 쪽이나 투수 쪽에 이제 고참들이 많이 없었는데 올해 또 많이 영입이 되고 좋은 선수들도 많이 왔다"며 "고참들끼리 시간을 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팀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누고 (류현진과도) 여러 방면으로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입이 마르도록 '류현진 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청백전에선 류현진의 반대편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채은성은 "저는 현진이 형의 반대편에서 현진이 형 공을 한 번 보고 싶다"며 "동주 공은 제가 LG에 있을 때 쳐봤다. 현진이 형은 제가 1군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미국에 가셨다"고 말했다.

2009년 육성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채은성은 2014년에야 1군에서 데뷔했다. 류현진은 2012년을 끝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학창시절부터 류현진을 보며 자랐지만 직접 상대해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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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캠프에 합류한 류현진(오른쪽)을 채은성이 반기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그는 "정말 궁금한 투수 중에 한 명이었다. 타석에 서보고 싶은 투수 중에 한 명이었는데 만약에 경기를 한다고 하면 현진이 형의 공을 반대쪽에서 쳐보고 싶다"며 "그냥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남은 커리어에서 류현진을 상대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3년 뒤 FA로 다른 팀 유니폼을 입거나 그 이전에 트레이드가 돼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둘 모두 가능성이 낮다. 다만 류현진이라는 투수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팀이고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바라봤던 정말 상대해보고 싶은 투수라고 생각했다"며 "타석에 서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같은 팀이라 시즌 중에 맞대결할 일은 없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얻고 싶은 게 있을까. 채은성은 "그냥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경의 대상이었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일단 보게 될 것 같다"며 "'아 이래서 못 쳤구나' 이런 걸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는 류현진의 합류로 문동주-펠릭스 페냐-리카르도 산체스-김민우 혹은 황준서로 이어질 강력한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이태양 등의 이동 등 연쇄효과로 불펜진도 한층 더 강해졌다. 타선도 안치홍과 김강민, 이재원, 요나단 페라자 등이 합류하며 더욱 탄탄해졌다.

채은성은 "아직 실전으로 안 들어가서 속단하긴 이른 것 같다"면서도 "매번 이 시기 때는 항상 많은 설렘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 같다. 전년도보다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좋은 분위기를 가져온 건 맞다. 더 강해져야 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반드시 한화와 함께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싶다는 의지도 불태웠다.

야구계의 관심이 온통 한화를 향하고 있다. 한화는 7일 청백전 후 9일부터 삼성 라이온즈, KIA, KT(이상 홈), 롯데(원정), 두산 베어스(홈)로 이어지는 시범경기 일정을 치른다. 이어 LG와 개막전, SSG 랜더스(이상 원정)에 이어 29일 KT와 홈 3연정에 나선다. 류현진과 달라진 한화의 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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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지난 2일 코칭스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라이브 피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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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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