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친정팀에 무안타 2삼진'에도, 트라웃과 뜨거운 포옹 "결혼-계약 다 축하해" 덕담까지 받았다 [LAD 리뷰]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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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왼쪽)과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6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A 에인절스 공식 SNS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마이크 트라웃(33·LA 에인절스)를 만났다. 둘 도 없던 동료는 이젠 적이 됐다. 오타니는 붉은색이 아닌 낯선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옛 동료와 포옹을 나눴다.

오타니는 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얄궂은 운명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에인절스를 떠난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9352억원)라는 야구계에 유례없던 금액으로 이웃집 다저스로 향했다. 경기에선 에인절스가 4-0으로 이겼다.

경기 전 오타니는 옛 동료를 만났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경기 시작 15분 전쯤 오타니가 그라운드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걸음을 멈춘 오타니는 에인절스 외야수 트라웃과 빠르게 포옹했고 아메리칸리그 MVP를 3차례나 차지한 그와 몇 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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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왼쪽)과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6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를 앞두고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LA 에인절스 공식 SNS
매체는 "오타니는 전 동료들과 함께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뒤 생애 처음으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 6년 전 자신에게 메이저리그에서 첫 기회를 준 에인절스를 상대로 경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그렇게 이상하거나 불편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며 "내가 에인절스의 홈에서 뛰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LA 에인절스도 구단 SNS를 통해 오타니와 트라웃이 함께 한 사진을 올리며 "お久しぶり(오랜만이야)"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트라웃도 오타니에게 축복을 빌었다. "나는 그에게 겨울 동안 일어난 모든 일, 결혼과 계약 등에 대해 축하를 전했다"며 "우리는 친구였고 훌륭한 팀 동료였다. 그리고 이젠 서로 다른 팀에 속해 있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최근 결혼 소식을 전했다. 결혼할 생대가 있다고 밝히는 것이 아닌 이미 결혼을 했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즌 전이라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시즌 시작 후엔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일찍 발표하고 싶었지만 전체 과정에서 서류 문제로 지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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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BC 결승전에서 미국 대표팀 마지막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하고 있는 오타니. /AFPBBNews=뉴스1
트라웃과 오타니는 에인절스의 타선을 책임지는 최고의 타자들이었지만 함께 가을야구엔 나서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과 미국을 대표해 만난 게 더 인상적으로 남았을 뿐이다. 당시 결승 무대에서 투수로 나선 오타니는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일본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후 1년 뒤 둘은 상대팀으로 만났다. 당시 둘의 맞대결이 일시적인 일이었다면 이번 맞대결은 앞으로 펼쳐질 둘의 치열한 경쟁의 예고편과 같았다.

그러나 첫 만남에선 에인절스, 트라웃이 웃었다. 2번 지명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체이스 실세스에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3회말엔 바뀐 투수 타일러 토마스에게 루킹삼진을 당했다. 5회말엔 강하게 날린 타구가 공교롭게도 트라웃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오타니의 타율은 0.714에서 0.500(10타수 5안타)로 떨어졌다. 출루율은 0.583, 장타율은 1.000, OPS(출루율+장타율)는 1.583이다.

반면 3번 타자 중견수로 나선 트라웃은 1회초 바비 밀러에게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4회초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5회엔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다만 오타니에게 지금 중요한 건 시범경기의 결과보다는 건강이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올해 투수로 뛰는 게 힘들어졌지만 타자로는 개막을 준비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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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와 6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나선 LA 다저스의 선발 라인업.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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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와 6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나선 LA 에인절스의 선발 라인업. /사진=LA 에인절스/사진=LA 에인절스 공식 SNS
오타니는 "공식적으로 타격 부분에 있어 재활은 끝났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제 더 많은 타석에 나서고 좋은 타격을 하고 공을 지켜보고 타이밍을 늦출 수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서울시리즈 전까지 캑터스리그에서 50타석 정도에 나서고 싶다고 했다. 매체는 이것이 꼭 시범경기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연습타격 등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는 오타니다. 그는 7일 이번 시범경기 처음으로 연속 경기 출장이 될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3타석에 더 설 예정이다.

그는 "오랜 만에 열리는 야간경기였다"며 "여전히 야간경기에서 공을 지켜보는데 익숙해지고 있다"며 "마지막 타석의 느낌은 꽤나 좋았다. 조금은 막혔지만 전체적으로 타격의 질과 결과에 꽤 만족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날 승리에도 에인절스의 올 시즌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 오타니의 이도류 활약에도 73승 89패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4위에 그친 에인절스였기에 올 시즌엔 에이스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매우 커지는 상황이다.

앞선 경기에서 극심한 타격 난조를 보이던 트라웃은 이날 안타를 추가하며 타율 0.167(18타수 3안타)로 타격감을 소폭 끌어올렸다. OPS는 0.46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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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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