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5㎞' 이정후 총알 홈런에 美도 "환상적인 스타트" 입이 떡! 장타력 우려 불식, 데이터로 증명했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3.07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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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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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타격 모습.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처음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할 때만 해도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파워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며 데이터를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6일(한국시간) 2024시즌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주목할 트래킹 데이터를 소개하면서 "이정후가 자신의 파워를 과시했다(Jung Hoo Lee showcased his power)"고 전했다.


이정후는 6일까지 시범경기에서 5경기에 출전, 13타수 6안타(타율 0.462) 1홈런 3타점 3득점 2볼넷 OPS 1.302를 기록 중이다. 몇 경기 나오지는 않았지만 매번 맹타를 휘두르며 빅리그 적응에 대한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 안타 6개 중 장타가 2개(홈런 1개, 2루타 1개)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정후는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 3회 초 2사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실전 경기에서 나온 첫 홈런이라는 점 자체도 고무적이지만, 데이터를 뜯어보면 더욱 긍정적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이정후의 이 타구는 시속 109.7마일(176.5㎞)의 타구 속도를 기록했고, 발사각도는 18도, 비거리 418피트(127m)였다. 이날 양 팀에서 나온 타구 중 가장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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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타격 모습.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의 홈런 소식을 전하며 "이정후가 KBO리그를 떠나 MLB 수준의 투구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배트 투 볼 기술로 가장 잘 알려진 선수가 예상보다 약간 더 많은 장타력을 갖고 있다는 힌트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야후 스포츠도 이 홈런 타구에 주목했다. 매체는 "이정후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가장 매력적인 '미스터리 박스(mystery box,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 상자)'다"고 말하며 "지난 5년 동안 한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뒤 이번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6억 원) 계약을 맺었다"고 이정후를 소개했다. 이어 "중견수 위치에서 향후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는 완벽하게 다재다능한 선수로, 콘택트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일각에서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이나 3월에는 이에 대해 확실히 답할 수 없었지만, 지난 주 이정후의 타구 속도 109.7마일 홈런포는 최소한 그가 메이저리그 평균 정도는 지니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전했다. 호세 알투베(휴스턴)나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 브라이슨 스탓(필라델피아) 등을 언급한 매체는 "이들은 지난 시즌 그다지 강한 타구를 만들지 않고도 생산력을 뽐낸 타자들이다"면서, "이정후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야 하고, 뜬공 생산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 타구 속도는 환상적인 출발이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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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애리조나전 홈런을 날리고 있는 이정후.
아직 이정후에 대한 평가는 '콘택트는 평균 이상이지만, 파워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망주 평가에서 공신력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 미국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발표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그는 20-80 스케일(선수 평가 척도)상 콘택트는 60점으로 평균 이상이 나왔지만, 파워는 45점이 나와 평균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MLB.com은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의 호르헤 솔레어 영입 소식을 전하며 "이번 스토브리그에 영입한 이정후는 홈런 개수를 크게 올리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장타력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에 대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진이 많아진 현대야구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아도 땅볼을 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플라이볼에 대한 기대는 적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KBO 리그에서도 이정후는 홈런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시즌 동안 65개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연평균 10개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발전하는 모습은 보여 2020년에는 첫 두자릿수 홈런(15개)을 터트렸고, 2022년에는 23홈런을 기록하면서 파워를 보여줬다. 하지만 '거포'라고 하기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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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여기에 대부분의 한국인 타자들이 KBO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갈 때 장타력이 하락한다. 그나마 강정호(전 피츠버그)가 20홈런 이상을 쳐냈을 뿐, 한국에서 40홈런 이상을 기록했던 박병호(전 미네소타, 현 KT)나 이대호(전 시애틀, 은퇴) 등은 힘겹게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리는 데 그쳤다. 거포라고 할 수 없는 이정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인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눈에 띄는 파워는 아니지만, 그래도 두 자릿수 홈런에 턱걸이는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스프링캠프 합류 후 연습배팅에서도 홈런포를 연달아 쏘아올렸고, 시범경기에서도 대포를 터트렸다. 이에 선수 시절 빅리그 통산 292홈런을 터트렸던 팻 버렐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 수 있기에 그를 좋아하지만, 장타력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그가 우익수 밖으로 타구를 내보내려고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걸림돌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다. 지난 2000년 개장한 이곳은 특이한 구조로 주목을 받았다. 좌측 폴대부터 우중간 외야 펜스까지는 가운데가 평평한 것을 제외하면 평범하다. 하지만 우중간부터는 급격히 안쪽으로 말려들어오며 타 구장과는 다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좌측 폴대쪽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03m인 반면 우측은 94m로 매우 짧다. 하지만 왼쪽 펜스가 2.4m로 평범하지만 오른쪽은 7.6m로 세 배나 높다. 또한 우측 외야 바로 바깥에는 바다가 있어 해풍까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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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의 전경. /AFPBBNews=뉴스1
이런 조건 속에 오라클 파크는 좌타자가 장타를 때려내기 어려운 구장으로 정평이 났다. 실제로 MLB.com에 따르면 오라클 파크에 출전한 좌타자의 장타율은 0.369로, 이는 지난해 빅리그 홈구장 중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 파크(0.368)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스탯캐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파크팩터(100이 평균)에서 좌타자의 홈런 팩터는 84로 빅리그에서 6번째로 낮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터트린 이정후의 홈런포 역시 야후 스포츠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 29곳에서 홈런이 될 타구지만, 유일하게 오라클 파크에서는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2000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약물의 힘을 빌린 배리 본즈(5회)를 제외하면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좌타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브랜든 벨트(현 토론토)가 2021년 29홈런을 기록했고, 2010년 오브리 허프(26홈런), 2021년 마이크 야스트렘스키(25홈런)를 비롯해 6명의 좌타자가 20홈런 이상을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 후 오라클 파크를 보고 왔던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일단 가보니까 확실히 우측은 짧게 느껴지는데 담장이 많이 높았다. 우중간 외야가 넓고 난 홈런 타자가 아니라 좌 우 중간을 잘 가르는 타구를 칠 수 있는 갭히터라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 장점을 잘 살리면 더 잘 맞는 구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처 방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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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KBO 리그 시절 기록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2017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꾸준히 출장하면서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데뷔 시즌인 2017년 622타석에서 단 2홈런에 그쳤던 이정후는 매년 꾸준히 홈런 개수를 늘려 2020년에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5홈런)을 터트렸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장타력을 올렸다. 기존에도 2루타는 많이 기록했지만, 이것이 홈런으로 변환되면서 20홈런 이상 시즌을 만든 것이다.

2023시즌에는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올렸다. 4월 한 달 동안 0.218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늦은 출발을 보인 이정후는 5월 0.305, 6월 0.374, 7월 0.435의 월간 타율을 보여줬다. 결국 6월 11일 3할 타율에 진입한 그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 막바지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팬서비스 차원의 출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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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시절의 이정후.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6년 1억 13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아시아 타자 최고 몸값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계약금 500만 달러(약 66억 원)에 계약 첫해인 2024년 700만 달러(약 92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12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92억 원)를 받고 2028년과 2029년에는 2050만 달러(약 272억 원)를 받는다.

총액 1억 달러 이상 계약은 이번 FA 시장에서 이정후를 포함해 단 5명만이 받았다. FA 최대어였던 오타니 쇼헤이(30)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330억 원)라는, 메이저리그를 넘어 북미 4대 프로스포츠 최고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다저스는 또한 일본프로야구(NPB) 최고의 투수인 야마모토 요시노부(26)에게도 역대 투수 최고액인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32억 원) 계약을 안겨줬다. 이외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애런 놀라(7년 1억 7200만 달러)-잭 휠러(3년 1억 2600만 달러)에게 준 것이 끝이었다. 그만큼 이정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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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5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설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2024 미국 MLB 원정 시범경기를 앞두고 새 헬멧을 착용해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자 현지 평가도 높아졌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머큐리 뉴스는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리드오프 이정후가 뜨거움을 유지하며 캑터스리그에서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갔다"며 "이전 KBO리그 스타는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5번의 스프링 트레이닝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매체는 "자이언츠는 자신들의 순위를 안정시키기 위해 올 겨울 이정후를 영입했고 지금까지 캠프에서 이정후는 그렇게 해왔다"며 "이정후는 월요일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10-12 패)에서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한 뒤 자신이 출전한 5번의 캑터스리그 경기에서 적어도 안타 하나씩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25세 중견수는 홈런 하나에 타율 0.462, 출루율 0.533, OPS(출루율+장타율) 1.302의 스프링 슬래시 라인을 갖고 있다"며 "표본 크기는 작지만 지난 시즌 9명의 선두 타자를 기용한 뒤 이정후와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팀에게는 고무적인 신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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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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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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