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서만 645승' 김태형 친정 상대한 날, 반가운 제자들 만나 밝은 미소→"개인적 감정 없다" 승부엔 냉정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3.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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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가 비로 인해 4회 초 노게임 선언된 후 김태형 롯데 감독(맨 오른쪽)과 이승엽 두산 감독(오른쪽 2번째)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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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30년 동안 몸담아왔던 친정팀과 시범경기지만 처음으로 만났다. 김태형(57)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두산 베어스와 만났다.

김 감독과 롯데는 11일과 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두산과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홈경기 2연전을 가졌다. 첫날은 두산이 3-0으로 승리했고, 12일은 롯데가 1-0으로 앞서던 4회 초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번 시리즈는 김 감독이 두산과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게임이다. 김 감독은 한때 그야말로 두산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198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전신인 OB의 지명을 받아 2년 뒤인 1990년 입단한 김 감독은 선수와 코치를 거쳐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두산의 감독을 맡았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배터리코치를 맡은 걸 제외하면 OB-두산에서만 무려 30년을 있었다.

특히 감독을 맡았던 시절 두산은 2010년대 후반 KBO 리그의 강자로 등극했다. 부임 첫해인 2015년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NC 다이노스)를 연달아 통과한 후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 라이온즈를 4승 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KBO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인 93승을 거두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2년 동안 준우승을 기록했던 김 감독은 2019년 무려 9경기 차를 뒤집고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을 4전 전승으로 꺾고 3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1년까지 김 감독은 무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그는 두산에서만 무려 645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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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맨 위) 감독이 두산 시절인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선수단으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22년 두산과 재계약을 맺지 못한 후 지난해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계약기간 3년, 총액 24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6억 원)의 조건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 역사상 다른 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을 영입한 것은 2022년 백인천 전 감독(1990년 LG 우승) 이후 2번째이자 무려 21년 만의 일이었다.

사직야구장에 3루가 아닌 1루 더그아웃을 쓰는 자체도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첫날인 9일 SSG 랜더스와 경기를 앞두고 '1루 쪽에서 인터뷰하는 게 어색하지 않나'는 질문에 "그렇다. 저쪽(3루)에서 했는데 이쪽에서 하니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11일 두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그라운드에 나와 두산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와 인사를 나눴다. 두산 출신의 민병헌(37) TVING(티빙) 해설위원도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을 보며 김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없고, 유니폼을 입은 그런 부분이 다르다"고 말했다. 허경민, 정수빈, 김재환 등 두산 시절 제자들을 만난 김 감독은 "다 반갑더라"고 말했는데, 특히 지난해 두산에 복귀한 고토 코지 코치를 향해서도 "요미우리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잡았는데, 한국 와서 되게 반가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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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태형 감독(맨 오른쪽)이 민병헌 TVING 해설위원(맨 왼쪽)과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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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가운데).
김태형 감독의 SBS스포츠 해설위원 전임자이자 두산 감독 후임자인 이승엽(48) 감독은 최대한 의미부여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아직 시즌이 아니다. 시즌 때면 관심도 높아지고 하겠지만, 지금은 캠프 때부터 연습하고 시즌 전략을 생각하는 과정이지 다른 건 없다"고 밝혔다.

승부는 승부, 김 감독은 베스트에 가까운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롯데는 11일 게임에서 윤동희(우익수)-고승민(좌익수)-노진혁(유격수)-빅터 레이예스(지명타자)-유강남(포수)-나승엽(1루수)-김민성(3루수)-박승욱(2루수)-황성빈(중견수)으로 타순을 꾸렸다. 부상 중인 김민석과 한동희(이상 내복사근 파열), 선수 보호 차원에서 빠진 전준우를 제외하면 주전 라인업이라 할 수 있다.

첫날 게임은 두산의 승리였다. 2회 1, 3루 찬스에서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린 두산은 3회 박준영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한 점을 추가했다. 이어 5회에는 정수빈의 1타점 3루타로 3-0으로 달아났다. 외국인 선발 라울 알칸타라(3⅔이닝 5피안타 무실점)와 브랜든 와델(4이닝 5탈삼진 퍼펙트)이 호투를 펼치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점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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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가운데)이 승리한 후 마무리 김택연(오른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롯데는 5안타에 그치며 타선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선발 애런 윌커슨이 4이닝 4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후 불펜진이 5이닝을 한 점으로 막아낸 점은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9회 초 등판한 구승민이 김인태의 타구에 어깨를 맞고 쓰러지는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다행히 구승민은 큰 부상 없이 일어났다.

12일 경기를 앞두고 다시 만난 김 감독은 '친정팀과 경기여서 신경이 쓰였냐'는 질문에 "신경은... 초반에 (선수들을) 다 뺐는데..."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는 "이제 안 나갔던 선수들도 나가고 해야 한다"면서 두산을 만나 특별한 용병술은 없었음을 밝혔다.

그래도 전날 롯데를 상대로 9회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한 두산 고졸신인 김택연에 대해서는 "좋더라. 공 자체도 그렇고 시속 140km 후반대를 던지는 건 잘 던지는 거다. 1라운드 지명이 될 만한 선수들은 1군에서 바로 던질 구위는 충분히 된다"며 호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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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태형 감독.
이날 롯데는 선취점을 올렸다.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가 1회 말부터 두산 선발 김민규의 패스트볼을 공략해 비거리 130m의 대형 솔로 아치를 그렸다. 롯데는 3회 말까지 1-0으로 앞서나가며 승리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정오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더욱 굵어졌다. 결국 3회 말이 끝난 오후 1시 45분경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이후 8분 정도 기다린 끝에 양 팀 사령탑과 심판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끝에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김태형 감독은 이승엽 감독과 악수를 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제 김태형 감독은 오는 4월 5일부터 사직야구장에서 두산과 홈 3연전을 펼친다. 이후 5월 17일부터 19일까지는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팬 앞에서 처음으로 원정 시리즈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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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태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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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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