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가 비로 인해 4회 초 노게임 선언된 후 김태형 롯데 감독(맨 오른쪽)과 이승엽 두산 감독(오른쪽 2번째)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
두산 김태형 감독. |
김 감독과 롯데는 11일과 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두산과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홈경기 2연전을 가졌다. 첫날은 두산이 3-0으로 승리했고, 12일은 롯데가 1-0으로 앞서던 4회 초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번 시리즈는 김 감독이 두산과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게임이다. 김 감독은 한때 그야말로 두산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198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전신인 OB의 지명을 받아 2년 뒤인 1990년 입단한 김 감독은 선수와 코치를 거쳐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두산의 감독을 맡았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배터리코치를 맡은 걸 제외하면 OB-두산에서만 무려 30년을 있었다.
특히 감독을 맡았던 시절 두산은 2010년대 후반 KBO 리그의 강자로 등극했다. 부임 첫해인 2015년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NC 다이노스)를 연달아 통과한 후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 라이온즈를 4승 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KBO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인 93승을 거두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2년 동안 준우승을 기록했던 김 감독은 2019년 무려 9경기 차를 뒤집고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을 4전 전승으로 꺾고 3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1년까지 김 감독은 무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그는 두산에서만 무려 645승을 거뒀다.
김태형(맨 위) 감독이 두산 시절인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선수단으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
사직야구장에 3루가 아닌 1루 더그아웃을 쓰는 자체도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첫날인 9일 SSG 랜더스와 경기를 앞두고 '1루 쪽에서 인터뷰하는 게 어색하지 않나'는 질문에 "그렇다. 저쪽(3루)에서 했는데 이쪽에서 하니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11일 두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그라운드에 나와 두산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와 인사를 나눴다. 두산 출신의 민병헌(37) TVING(티빙) 해설위원도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을 보며 김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없고, 유니폼을 입은 그런 부분이 다르다"고 말했다. 허경민, 정수빈, 김재환 등 두산 시절 제자들을 만난 김 감독은 "다 반갑더라"고 말했는데, 특히 지난해 두산에 복귀한 고토 코지 코치를 향해서도 "요미우리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잡았는데, 한국 와서 되게 반가웠다"고 말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맨 오른쪽)이 민병헌 TVING 해설위원(맨 왼쪽)과 인사를 하고 있다. |
두산 이승엽 감독(가운데). |
승부는 승부, 김 감독은 베스트에 가까운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롯데는 11일 게임에서 윤동희(우익수)-고승민(좌익수)-노진혁(유격수)-빅터 레이예스(지명타자)-유강남(포수)-나승엽(1루수)-김민성(3루수)-박승욱(2루수)-황성빈(중견수)으로 타순을 꾸렸다. 부상 중인 김민석과 한동희(이상 내복사근 파열), 선수 보호 차원에서 빠진 전준우를 제외하면 주전 라인업이라 할 수 있다.
첫날 게임은 두산의 승리였다. 2회 1, 3루 찬스에서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린 두산은 3회 박준영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한 점을 추가했다. 이어 5회에는 정수빈의 1타점 3루타로 3-0으로 달아났다. 외국인 선발 라울 알칸타라(3⅔이닝 5피안타 무실점)와 브랜든 와델(4이닝 5탈삼진 퍼펙트)이 호투를 펼치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점검에 나섰다.
두산 이승엽 감독(가운데)이 승리한 후 마무리 김택연(오른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12일 경기를 앞두고 다시 만난 김 감독은 '친정팀과 경기여서 신경이 쓰였냐'는 질문에 "신경은... 초반에 (선수들을) 다 뺐는데..."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는 "이제 안 나갔던 선수들도 나가고 해야 한다"면서 두산을 만나 특별한 용병술은 없었음을 밝혔다.
그래도 전날 롯데를 상대로 9회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한 두산 고졸신인 김택연에 대해서는 "좋더라. 공 자체도 그렇고 시속 140km 후반대를 던지는 건 잘 던지는 거다. 1라운드 지명이 될 만한 선수들은 1군에서 바로 던질 구위는 충분히 된다"며 호평을 내렸다.
롯데 김태형 감독. |
하지만 정오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더욱 굵어졌다. 결국 3회 말이 끝난 오후 1시 45분경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이후 8분 정도 기다린 끝에 양 팀 사령탑과 심판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끝에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김태형 감독은 이승엽 감독과 악수를 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제 김태형 감독은 오는 4월 5일부터 사직야구장에서 두산과 홈 3연전을 펼친다. 이후 5월 17일부터 19일까지는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팬 앞에서 처음으로 원정 시리즈를 치른다.
롯데 김태형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