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류현진 리더십', 실수한 후배 위해 회심의 3구 삼진 '쾅'! "실책 후 흔들리면 더 위축된다" 격려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3.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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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오른쪽)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4회 말 좋은 수비를 보여준 하주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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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임종찬.
까마득한 후배가 수비에서 실수하면서 안 줘도 될 점수를 내줬다. 하지만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언제나 그렇듯이 흔들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17일 오후 1시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5이닝 6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류현진은 시즌 개막전(23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마지막 리허설을 진행했다. 76구를 던지면서 투구 수를 끌어 올렸고, 패스트볼 40구, 체인지업 16구, 커브 12구, 커터 8구를 던지며 자신이 가진 구종을 점검했다. 스트라이크 비율도 69.7%로 과감한 승부가 돋보였다.

류현진은 이로써 시범경기 2경기에 등판,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9이닝 동안 9피안타를 내줬지만 4사구는 하나도 없었고, 삼진은 9개를 잡아냈다.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는 4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2번째 시범경기 등판에서 류현진은 앞선 경기만큼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경기 최고 구속도 KIA전에서는 시속 148㎞였지만 이날은 144㎞로 떨어졌다. 실투성 공도 몇 차례 나왔다. 선수 본인도 "제구는 저번(12일 KIA전)보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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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그래도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1회부터 그는 선두타자 정훈에게 안타를 맞으며 출발했다. 이어 1사 후에는 메이저리그(MLB)에서 상대 전적 2타수 2안타였던 빅터 레이예스에게 몸쪽 빠른 볼을 던졌다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했다. 순식간에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류현진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삼아 전준우와 유강남을 연속해서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고비를 넘겼다.

2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류현진은 3회에도 위기를 맞이했다. 장두성과 정훈을 각각 2루수 땅볼과 삼진으로 처리한 그는 그러나 노진혁이 친 공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내야안타를 맞았다. 글러브에 맞았기에 부상을 피할 수 있었던 타구였다. 이어 레이예스에게 파울홈런에 이어 또 안타를 허용하며 1, 2루가 됐다.

여기서 류현진은 전준우를 상대로 볼카운트 2볼-0스트라이크로 몰렸지만, 우익수 방면 뜬공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치는 듯했다. 그런데 우익수 임종찬이 낙구 지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면서 2루수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2루타로 둔갑하고 말았다. 2아웃이었기에 스타트를 끊은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류현진 입장에서는 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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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3회 말 전준우의 타구가 안타가 되자 뒤를 돌아보고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음 타자 유강남을 상대로 초구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그는 몸쪽 패스트볼 2개를 연달아 꽂아 넣으면서 루킹 3구 삼진을 잡아냈다. 류현진은 담담하게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류현진은 과거 한화에서 뛰던 시절 수비로 고통받는다는 이미지가 있었기에 이 수비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류현진은 지난 2012년 한 프로그램에서 유소년 선수에게 "수비 믿고 던지면 안 된다. 네가 잡아야 한다"는 조언을 했던 바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지웠다. 류현진은 지난 12일 KIA전 종료 후 과거 불안한 수비로 고생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아니다. 고생 안 했다. 기억이 안 난다"며 "투수가 (수비를) 믿고 던져야 한다. 야수들을 믿지 않으면 던질 수 없다. 항상 믿고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야 수비가 안정적이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후 만난 류현진은 '3회 마지막 3구 삼진은 감정이 담긴 것인가'라는 말에 "아니다, (감정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가장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투수가 집중해서 다음 타자에게 안 맞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다"며 "그 이후에 투수가 흔들린다면 실수한 야수가 더 위축될 거고 어려워하리라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실수가 난 이후에 조금 더 집중했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유)강남이가 좀 운이 없었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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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오른쪽)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4회 말 좋은 수비를 보여준 하주석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 수비진은 실수만큼이나 좋은 수비로 류현진을 도와줬다. 4회 선두타자 김민성이 친 애매한 코스의 플라이를 유격수 이도윤이 끝까지 따라가 아웃으로 처리했다. 이어 박승욱에게 안타를 맞은 후 이주찬의 느린 땅볼도 3루수 하주석이 실수 없이 아웃으로 연결했다. 호수비가 나오자 류현진은 직접 선수를 보고 박수를 보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류현진은 "그런 플레이를 해주면 투수 입장에서도 편하게 이닝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 "실책해도, 호수비해도 계속 끝까지 쳐다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수비 실수를 했던 임종찬은 2001년생의 젊은 선수다. 류현진과는 14살 차이가 나는 까마득한 후배다. 그렇기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화 공식 유튜브 채널 '이글스TV'에 따르면 류현진은 5회 말 수비가 끝난 후 더그아웃에서 서 있던 임종찬의 볼을 어루만져주며 격려했다. 임종찬은 그제야 얼굴에 웃음기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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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오른쪽)이 수비 실수를 저지른 임종찬을 격려하며 들어가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유튜브 채널 '이글스 TV' 갈무리
사실 임종찬은 이날 타격에서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5번 타자로 나온 그는 1회부터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렸고, 4회 우익수 앞 2타점 적시타, 5회 1타점 2루타를 연이어 기록했다. 그는 이날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14-2 대승을 이끌었다.

타선의 힘을 받았던 류현진은 "불안해서 시즌 때 뽑아줬으면 좋겠다"고 농담하며 "타자들이 컨디션이 좋다. 연습할 때도 저렇게 계속 치기 어려울 텐데 시합 때 계속 치는 게 컨디션이 괜찮다는 걸 느꼈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류현진 3월 17일 롯데 자이언츠전 투구 내용(총 76구)





- 1회(20구): 정훈 우전 안타-노진혁 삼진-레이예스 좌전 안타-유강남 우익수 뜬공

- 2회(13구): 김민성 중견수 뜬공-박승욱 삼진-이주찬 좌익수 뜬공

- 3회(21구): 장두성 2루수 땅볼-정훈 삼진-노진혁 내야안타-레이예스 우전 안타-전준우 우익수 2루타(2실점)-유강남 삼진

- 4회(8구): 김민성 유격수 직선타-박승욱 좌전 안타-이주찬 3루수 땅볼-장두성 유격수 뜬공

- 5회(14구): 정훈 삼진-노진혁 삼진-레이예스 유격수 땅볼

▶ 총 76구(스트라이크 53구, 볼 23구)

- 패스트볼 40구(최고 시속 144㎞), 체인지업 16구, 커브 12구, 커터 8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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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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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원정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5회 말 수비를 마친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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