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감싼' 손흥민 "사과하는 용기 보여줘 뿌듯, 그리고 부탁 있다..." 마지막까지 팀 생각한 명품 리더십 [대표팀 현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이원희 기자 / 입력 : 2024.03.20 17:49
  • 글자크기조절
image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태국전 기자회견이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주장 손흥민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상암=김진경 기자
image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태국전 기자회견이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주장 손흥민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상암=김진경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의 따뜻한 리더십이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자신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후배'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을 다시 한 번 감싸 안았다. 또 마지막까지 이강인을 비롯한 대표팀 동료들을 생각했다.

손흥민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3차전 태국과 홈경기에 앞서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강인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손흥민은 "이강인과 영국에서 만났다. 어제도 (대표팀에서) 다 같이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이강인이 모든 선수들 앞에서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선수들이 그 부분을 잘 받아들였다"며 "사과를 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이강인은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줬다. 선수들도 받아줬다. 덕분에 대표팀이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손흥민은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만큼 대표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이강인이 영국까지 날아와서 화해를 먼저 했고 사과 제스처를 보여줬다. 누군가 먼저 사과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이강인이 용기 내서 뿌듯하다"며 "모든 사람이 실수하고 실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이강인도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단단해지고 대표팀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 멋진, 좋은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지난 달 막을 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4강 탈락해 64년 만에 도전한 우승 기회를 놓쳤다. 아시안컵이 끝난 뒤에는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두 선수,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하는 '탁구 게이트'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겼다. 사건은 한국축구가 패했던 대회 4강 요르단전 전날에 벌어졌다. 이강인 등 일부 젊은 선수들이 저녁식사 시간에 탁구를 치려고 했고,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다. 손흥민은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다.

탁구 게이트 사건이 알려진 뒤로 이강인을 향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10살 어린 후배가 선배, 그것도 손흥민에게 대든 사건이었던 만큼 후폭풍이 거셌다. 여론이 심해지자 이강인은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강인을 따갑게 보는 시선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후 이강인은 손흥민이 있는 영국 런던으로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이와 함께 SNS를 통해 "지난 아시안컵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손)흥민이 형을 비롯해 팀 전체와 축구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대선배답게 손흥민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강인의 사과문이 올라오자 손흥민도 곧바로 자신의 SNS에 "(이)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며 "그 일 이후 (이)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고 업로드했다. 이날에도 손흥민은 이강인을 감쌌다.

image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패배 당시 이강인(왼쪽)과 손흥민. /사진=뉴시스 제공
image
지난 2월 21일 손흥민, 이강인의 화해 소식이 뉴스 화면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와 함께 손흥민은 미디어와 축구팬들을 향해 한 가지 부탁을 전했다. '탁구 게이트' 사건 당시 다쳤던 손가락 부상에 대해 더 이상 언급되지 않기를 바랐다. 팀 동료들을 위해서였다. 손흥민은 "기자분들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다. 손가락 부상 기사는 더 이상 안 써주셨으면 한다. 소속팀 안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님이 '축구선수이니 손가락 하나는 없어도 괜찮다'고 얘기했다"며 "너무 걱정할 만큼 심각한 부상이 아니다. 걱정해주고 신경 써주시는 것에 감사하지만, 이런 것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같이 미안하고 제가 힘들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저로 인해 안 좋은 기사들이 나가는 것이 불편하다. 손가락은 너무 괜찮다. 이정도의 아픔은 모든 축구선수들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황선홍 A대표팀 임시감독은 여러 논란에도 이강인을 대표팀에 선발했다. 대표팀 소집명단 발표 당시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 손흥민과 직접 소통했다. 또 이강인이 축구 팬들과 여러분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길 원하고, 손흥민도 '이강인이 보듬어 안고 화합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저도 그런 생각이 있어서 선발 했다. 또 이강인과 손흥민의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안에 있는 팀원들, 코치진, 등 모든 팀 구성원들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태국 2연전은 국민들께 속죄해야 하는 마음으로 치러야 한다. 선수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image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태국전을 대비헤 훈련을 펼쳤다. 손흥민이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상암=김진경 기자
image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태국전 기자회견이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다. 황선홍 감독과 주장 손흥민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상암=김진경 기자
손흥민도 같은 마음이었다. 실망스러웠던 아시안컵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태국과 2연전 승리를 약속했다. 손흥민은 "아시안컵을 마치고 처음으로 뵙는다. 한국이라는 땅에 축구대표팀에 소집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축구선수들을 만날 생각에 너무나도 기쁘다"며 "어제(19일) 모두 모였다. 분위기보다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보여줘야, 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 내일 똘똘 뭉쳐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소집 자체에 대해 단 한순간도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항상 가슴에 태극마크가 달려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한다. 많은 생각 속에서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본다. 지금 오직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 팀을 더 똘똘 뭉치게 하는 것이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이 더 똘똘 뭉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선수들이 개인 능력을 잘 뽑을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 다음은 손흥민 일문일답.

-대표팀 선수단 분위기는 어떠한가.

▶아시안컵을 마치고 처음으로 뵙는다. 한국이라는 땅에 축구대표팀에 소집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축구선수들을 만날 생각에 너무나도 기쁘다. 어제 모두 모였다. 분위기보다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보여줘야, 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 내일 똘똘 뭉쳐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

-대표팀 소집에 대한 생각은.

▶대표팀 소집 자체에 대해 단 한순간도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항상 가슴에 태극마크가 달려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한다. 많은 생각 속에서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본다. 지금 오직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 팀을 더 똘똘 뭉치게 하는 것이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이 더 똘똘 뭉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선수들이 개인 능력을 잘 뽑을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

-이강인 선수와 만났는가. 어땠나.

▶이강인이 모든 선수들 앞에서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선수들도 그 부분을 잘 받아들였다. 사과를 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이강인도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준 것 같다. 선수들도 받아주었다. 그것이 계기가 돼서 우리가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만큼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이강인이 영국까지 날아와서 화해를 먼저 했고 사과 제스처를 보여줬다. 누군가 먼저 사과를 하기 위해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강인이 용기 내서 뿌듯했다.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하고 실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단단해지는, 또 국가대표팀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더 멋진 사람, 더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image
손흥민. /사진=뉴스1 제공
-태국 전력에 대해선.

▶축구에서 당연히 이기는 경기는 없다. 여러 리그를 경험하고 여러 경기를 뛰어봤는데, 당연하게도 이기는 경기가 없다. 상대팀이 동남아든 세계챔피언이든 당연히 이기는 팀이 없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능력치에 대한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팀이든 좋은 자세로 진지하게 경기를 임하는지가 중요하다. 매 경기 결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아니라면 홈에서 하는 경기인데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좋은 마음과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아시아축구가 발전했다는 것도 좋은 부분인 것 같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아시아 축구는 발전하고 있고, 항상 얘기해왔던 약팀들이 아시안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시아 축구인으로서 자랑스럽다. 한국 축구도 더 발전해야 한다. 또 더 많이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 좋은 현상이다.

▶손가락 부상은 어떠한가.

-기자분들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다. 손가락 부상 기사는 더 이상 안 써주셨으면 한다. 소속팀 안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님이 '축구선수이니 손가락 하나는 없어도 괜찮다'고 얘기했다. 너무 걱정할 만큼 심각한 부상이 아니다. 걱정해주고 신경 써주시는 것에 감사하지만, 이런 것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같이 미안하고 제가 힘들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저로 인해 안 좋은 기사들이 나가는 것이 불편하다. 손가락은 너무 괜찮다. 이정도의 아픔은 모든 축구선수들이 가지고 있다.

image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손흥민. /사진=뉴스1 제공
기자 프로필
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이원희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