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확률'에도 떠오르는 트라우마, 김연경-아본단자의 경계심 '언더독 드라마를 꿈꾼다' [인천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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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이 22일 정관장과 PO 1차전 승리를 거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100%의 확률을 잡았다. 인천 흥국생명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럼에도 마르첼로 아본단자(54) 감독과 에이스 김연경(37)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난해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2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정관장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1차전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2-25, 25-13, 25-23, 25-23)로 역전승을 거뒀다다.


1세트를 내주고 시작했으나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결국 1차전의 승자가 됐다.

기분 좋은 확률도 얻어냈다. 역대 여자부 17차례 PO 중 1차전 승리팀은 한 차례도 빠짐없이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그만큼 유리하다는 뜻이다.

4라운드 이후 상승세를 이끈 이소영이 빠졌고 설상가상 이날은 미들블로커 정호영이 3세트 막판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한 뒤 한송이와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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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가운데)이 22일 정관장과 PO 1차전에서 3세트 승리를 이끈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경기 후 "정호영의 상태가 걱정된다. 아직 부상 정도를 정확히 모른다.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방심하지 않았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후 "이 질문에 대해선 솔직히 노코멘트 하고 싶다"며 "작년에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2승 무패에서 2승 3패로 역전을 당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방심을 경계했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챔프전에 직행했다. 3위 한국도로공사는 2위 수원 현대건설을 꺾고 챔프전에 올랐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을 넘기엔 역부족처럼 보였다. 흥국생명은 먼저 2승을 차지했다. 역대 5전 3승제 챔프전 14번 가운데 1,2차전을 모두 챙긴 팀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당시에도 이런 질문을 받았고 정석처럼 승부의 세계는 예측할 수 없다며 방심하지 않겠다는 말을 거듭했다.

다만 선수들은 다소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질문을 받은 김연경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잘 해야 한다. 대전 원정을 바로 넘어가는데 승리해야 한다"며 "초반에 분위기가 정말 중요할 것 같다. 흐름이 우리에게 넘어왔다. 바로 마무리할 수 있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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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아본단자 감독(왼쪽). /사진=KOVO
이어 "작년을 생각 안하고 싶지만 얘기를 꺼내셔서 생각이 났다"면서도 "작년과 올해는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 작년엔 워낙 도로공사가 잘했고 3차전부터 우리가 긴장 늦춘 부분도 있었다. 진 건 인정하지만 그걸 다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2차전 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더욱 방심할 수 없는 이유는 지난 시즌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PO에선 탑독이지만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당연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한 시즌을 보냈다. 챔프전에 진출해 우승을 이뤄내겠다는 일념뿐이라 아직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날은 평일에 빗발이 날리며 매진에 실패했다. 4281명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함성 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더 거셌다. 팬들은 목놓아 함성을 질렀고 이는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1세트를 내주고도 2세트를 가져왔고 3세트는 끌려가던 상황에서 극적인 역전극을 거뒀다.

김연경은 "어려운 경기를 했다. 쉽게 갈 수 있었던 상황을 시즌 초반 때 그랬는데 경기를 이끌어갔고 2세트를 잡아내고 3세트도 흐름을 넘겨줬는데 선수들과 끝까지 하자고 말했다"며 "그렇게 경기를 뒤집어 이긴 경우가 많아서 서로 얘기하면서 할 수 있다고 푸시해줬다. 3세트가 결정적이었다. 4세트도 비등비등했는데 집중력이 좋아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은 4000여 관중을 향해서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경기가 경기인 만큼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다"며 "대전에서 꼭 마무리해서 챔프전까지 꼭 가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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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기뻐하는 김연경(오른쪽).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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