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맞아? 또 멀티히트' 이정후, 타율 0.414 찍었다! KBO 출신 컵스 터크먼-파노니도 압도했다 [SF 리뷰]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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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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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날리고 있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또 멀티히트로 날았다. 부상으로 우려를 키웠으나 복귀 후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작렬하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쾌조의 타격감을 유지했다.

이정후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2024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13-12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시범경기 타율은 0.400에서 0.414(23타수 10안타)로 더 올랐다. 출루율은 0.485, 장타율은 0.586, OPS(출루율+장타율)는 1.071이다.

괴물 같은 스탯이다. 지난 14일 신시내티 레즈전 갑작스런 왼쪽 햄스트링 부상 이후 5경기나 쉬어갔지만 타격감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했다. 이정후는 전날 경기에서 복귀해 상대 좌완 선발을 상대로 멀티히트를 때려내고 볼넷 하나와 타점까지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경기 후 "태어나 살면서 한 번도 본적 없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그렇게 했다는 게 정말 놀랍다"며 "타석은 환상적이었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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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트링 부상으로 5경기에서 결장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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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2024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1번 중견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사진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선발 라인업.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 또한 햄스트링 부상 관리를 도와준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감사를 표하며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이제 개막전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매끄러운 슬라이딩 호수비를 펼쳤는데 샌프란시스코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Jung Smooth Lee"라며 이정후의 호수비에 박수를 보냈다.

이날도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갔다. 이정후는 이날도 어김없이 샌프란시스코의 톱 타자를 맡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맷 채프먼(3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닉 아메드(유격수)로 타순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샌프란시스코의 1선발 로건 웹.

컵스는 마이크 터크먼(중견수)-스즈키 세이야(우익수)-크리스토퍼 모렐(3루수)-댄스비 스완슨(유격수)-데이비드 페랄타(지명타자)-미겔 아마야(포수)-맷 머비스(1루수)-맷 쇼(2루수)-오웬 케이시(좌익수)로 맞섰다. 상대 선발은 하비에르 아사드.

2022년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한 터크먼과 리드오프 맞대결이기도 했다. 1회초 선두타자 터크먼은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이후 컵스 타선이 폭발했다. 타자 일순하며 5점을 냈고 터크먼은 두 번째 타석에선 몸에 맞는 공으로 한 이닝 2출루를 했다. 스즈키는 첫 타석 안타에 이어 그랜드 슬램을 날렸고 샌프란시스코는 0-9로 크게 뒤진 채 1회말 공격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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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시범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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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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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오른쪽).
이정후는 첫 타석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팀이 2-10으로 뒤진 3회말에도 이정후는 1루수 땅볼로 고개를 숙였다.

팀이 2점을 더 따라간 4회말 다시 타석에 선 이정후는 바뀐 투수 케인 유커트를 맞아 1타점 중전 안타를 날렸다. 타구는 공교롭게도 터크먼에게 날아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후 1점을 더 내며 6-10으로 컵스를 압박했다.

5회말 4번째 타석에서도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8-12로 끌려가던 2사 1루 타석에 선 이정후는 최근 2년 동안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컵스의 3번째 투수 토마스 파노니를 맞아 다시 한 번 중견수 터크먼 앞으로 중전 안타를 날렸다. 1루 주자 베일리는 2루까지 향했고 이후 솔레어의 중견수 방면 2루타 때 이정후 포함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이정후는 7회초에 앞서 대수비 웨이드 멕클러와 교체됐다. 샌프란시스코는 6회와 8외, 9회에 차례로 1점씩을 추가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컵스에서 준주전급 활약을 펼쳤던 터크먼은 2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 활약했지만 시범경기 타율 0.189, OPS 0.651로 이정후에게는 크게 밀리고 있다. 파노니는 3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5실점하며 크게 흔들렸다.

그래서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정후의 타격감이다. 팀 내에서 2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타율은 트렌튼 브룩스(0.429)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출루율은 4할을 넘어 5할에 근접하고 있고 OPS도 1이상을 기록하며 올 시즌 맹활약을 기대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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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는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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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해 12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6년 1억 1300만 달러(1520억원)에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이정후는 시즌 개막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앞서 유망주 평가 부분에서 공신력 높은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로부터 선수 평가 척도 중 하나인 20-80 스케일에서 이정후의 콘택트는 60점을 받았다. 놀라운 콘택트율과 MLB에서도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극도로 낮은 헛스윙률은 이러한 기대감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파워는 평균 이하인 45점을 받았는데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이러한 평가도 뒤집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2경기 만인 3월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홈런과 2루타를 때려내 장타력을 뽐냈다. 홈런 타구는 시속 109.7마일(176.5㎞)로 이날 양 팀 타자 통틀어 가장 빨랐다. 선수 시절 빅리그 통산 292홈런을 터트렸던 팻 버렐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 수 있기에 그를 좋아하지만, 장타력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그가 우익수 밖으로 타구를 내보내려고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 또한 "이번 스토브리그에 영입한 이정후는 홈런 개수를 크게 올리지 못할 것이다"고 전했지만 이정후는 스프링캠프 합류 후 연습배팅에서도 홈런포를 연달아 쏘아 올렸고 시범경기에서도 대포를 날렸다. 장타율은 0.586으로 장타에 대한 불안요소도 지워가고 있다.

KBO리그에 비해 한층 빠른 속구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구심을 날려버렸기에 가능한 결과다. 시속 95마일(152.8㎞) 이상의 공에 대해서도 문제 없이 대처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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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타격을 한 뒤 1루까지 전력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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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혼신의 주루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뿐만이 아니다. KBO리그 시절엔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주루 능력에도 시선이 모인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총 69도루, 단일 시즌 최다는 1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MLB는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입단과 함께 '바람의 손자'라는 수식어에 관심을 보이더니 이정후의 남다른 주루 능력에 대해 조명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도루에 성공했고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는 빠른 발과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후속 타자의 병살타를 막아내 많은 호평을 얻었다. 경기 후 멜빈 감독은 "우리가 베이스에서 더 큰 혼란을 일으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도 그 사람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분명히 정보가 있다. 영상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를 현장에 데려가서 어떤 종류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내 생각엔 그가 베이스 위에서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플레이하고 자신의 것을 하도록 둘 것"이라고 말했다.

디 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올 시즌 상대팀을 성가시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는 KBO리그 키움에서 한 시즌 13개 이상 도루를 한 적이 없지만 샌프란시스코 코치진은 득점권 상황에서 충분히 점수를 낼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고 이정후의 발 야구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아직 빅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이미 이정후는 '성공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다. MLB닷컴은 "이정후는 아직 MLB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지만, 이미 기록을 세웠다"면서 이정후의 한국인 사상 최대 규모 빅리그 진출 계약 사실을 전하며 "이정후가 이런 계약을 만든 이유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25세(미국기준)인 이정후는 KBO 통산 타율 0.340, 65홈런, 69도루를 기록했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지닌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소개했다.

이정후는 이제 개막전을 위해 최종점검에 들어간다. 오는 29일 오전 5시 10분 공교롭게도 옛 동료 김하성이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펫코파크 원정에서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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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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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수비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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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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