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삭제로는 어림 없다' 오타니, 불법 도박 연루 논란... 직접 입장 밝힌다 '26일 기자회견'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2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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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기자회견에서 미즈하라 잇페이 통역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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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 잇페이(왼쪽)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미즈하라 잇페이 전 통역사와 관련된 게시물을 모두 내렸음에도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결국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다.

ESPN, 폭스 스포츠 등 미국 매체는 25일(한국시간) "오타니가 LA 다저스의 서울 시리즈 중 드러난 미즈하라 통역과 관련된 불법 도박 및 절도 혐의에 대해 26일 처음으로 언론에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타니가 미즈하라 통역과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나서는 건 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전이 끝나고 해당 사건이 알려진 이후 처음이다. ESPN에 따르면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오타니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걸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츠 감독은 25일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오타니의 그 결정은 옳은 일이다(It's the right thing to do)"라고 지지하면서 "난 오타니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하고 관련된 전체 상황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기쁘다. 난 오타니의 기자회견이 우리 모두에게 (상황을)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시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2024년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개막전이 끝난 직후였다. 미즈하라 통역은 자신이 불법 도박에 빠져 약 450만 달러(약 61억 원)의 거액의 빚이 있었고, 그 빚을 오타니가 대신 갚아줬다는 말을 남긴 채 LA 다저스에서 해고됐다.


처음에는 오타니의 변호인이 미즈하라 통역을 횡령 혐의로 고발하고, 미즈하라의 아내도 남편의 SNS를 언팔로우하면서 오타니가 온전한 피해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일이 알려지기에 앞서 LA 다저스 구단 허락하에 미즈하라가 ESPN과 인터뷰 과정에서 오타니가 자신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불법 도박사의 계좌에 직접 송금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일이 커졌다.

이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오타니가 불법 도박에 직접 개입돼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미즈하라를 SNS 언팔로우했던 오타니는 23일 그와 찍은 사진과 게시물까지 모두 지우며 관련 의혹을 차단했으나,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더욱이 오타니는 22일 새벽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아직 팀 동료들에게도 이번 일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 개막전까지 LA 다저스는 3번의 시범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로버츠 감독은 "나는 오타니가 선수들과 일회성의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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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 /사진=뉴스1


오타니와 통역사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논란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모두에 충격을 준 일이었다. 오타니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 입단 당시 외국인 선수 크리스 마틴의 통역을 하던 미즈하라와 인연을 맺었다. 2018년 오타니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동행하게 됐고 그때부터 미즈하라는 단순한 통역을 넘어 야구 외적인 모든 일을 맡는 매니저 및 파트너로 잘 알려졌다. 오타니의 가벼운 훈련을 돕는 것과 동시에 집 임대, 공과금 납부 등 생활 일체를 책임졌다. 그런 만큼 오타니의 미즈하라에 대한 신뢰는 높았고 그의 결혼 때 신혼여행 자금 일체를 부담할 정도로 끈끈한 우애를 자랑했다.

그 신뢰에 균열이 간 것이 지난해 10월이었다. 미국 연방 수사국(FBI)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거점으로 하는 불법 도박 업자 매튜 보이어의 자택을 수색했다. 보이어의 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타니가 지난해 9월, 10월 두 차례 걸쳐 총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송금한 사실이 발견됐다. 또한 미즈하라의 도박 빚이 45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하라의 연봉이 50만 달러(약 7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그가 감당하기엔 어려운 액수였음은 분명하다.

미즈하라가 도박에 빠진 건 2021년이었다.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포커 게임을 하다 보이어를 만났다. 보이어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스포츠 관련 베팅에 빠졌다. 문제는 그가 있는 곳이 캘리포니아주라는 점이었다. 미국은 38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수도 워싱턴 D.C.)에서 스포츠 관련 베팅을 허용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엄연히 불법이다. 특히 야구 선수 및 구단 관계자가 야구와 관련해 베팅할 경우 처벌 수위는 차원이 다르다.

미즈하라는 야구 종목에는 베팅하지 않고, 보이어와 함께 한 도박이 불법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도박 관련 규정에 따라 구단 모든 클럽하우스에 '야구에 베팅하는 건 법적으로 금지됐든 아니든 1년의 출전 금지 처벌을 받는다. 다른 스포츠에 대한 불법적인 베팅에 대한 커미셔너의 재량에 달려있다'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몰랐다는 미즈하라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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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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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그의 발언이 의심받는 이유는 또 있었다. 미즈하라는 ESPN과 단독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대신 갚아줬다는 발언을 했으나, 기사화 전 오타니의 변호인이 그를 횡령으로 고발한 뒤 말을 바꿨다. 오타니가 직접 보이어에게 금액을 이체한 것이 아닌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돈을 횡령해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소속사를 통해 "분명 오타니는 이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오타니 역시 나로부터 이에 대한(불법도박)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또 내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 또한 이것이 불법도박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많은 걸 배웠고, 교훈을 얻었다. 스포츠 불법도박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며 오타니 연루설에 선을 그었다.

오타니가 직접 불법 도박에 관여했다는 증거나 증언은 현재까지 나오고 있지 않다. 하지만 돈을 대신 갚아줬다는 선의에서 시작됐더라도 불법 도박 업자에게 직접 송금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법학자 I. 넬슨 로즈 교수는 "불법 도박인 것을 알면서도 빚을 갚아준 것이라면 연방법에 의해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례를 보면 불법 도박업자의 빚 독촉을 도운 경우 사실상 도박 사업을 한 것이라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의 도박은 엄격하게 금지돼있다. 자신과 관련된 경기에 베팅하는 선수나 심판, 코치진 등은 영구 제명, 관련 없는 경기에 돈을 걸더라도 1년 자격 정지, 불법 도박을 운영하는 등 관련이 있는 인물도 최소 1년간 자격이 정지된다.

단 오타니가 직접 송금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처벌 수위는 그리 높지 않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오타니의 변호인과 미즈하라뿐 아니라 불법 도박업자 보이어도 오타니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오타니가 직접 도박했을 가능성은 낮다. 이럴 경우 불법 도박 업자에게 직접 돈을 송금한 것만 징계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매체 USA 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은 2015년 마이애미 말린스 투수 재러드 코자트의 예를 들면서 징계 수위가 벌금형이 최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코자트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조사에 따라 불법 스포츠 베팅했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야구 외 다른 스포츠에 대한 베팅이어서 출전 금지가 아닌 벌금형에 그쳤다. 만약 야구 선수가 자신과 관련 없는 야구 경기에 베팅했다면 자동으로 1년간 출전 금지, 자신과 관련 있는 야구 경기에 베팅한다면 1989년 피트 로즈가 받은 것처럼 영구 제명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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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왼쪽)이 오타니 쇼헤이의 FA 입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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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2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예정인 미국 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1차전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오타니가 이번 일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메이저리그에는 큰 타격이다. 오타니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다. 베이브 루스 이후 최초의 투타 겸업으로 뛰어난 기량과 함께 그에 걸맞은 품성과 스타성으로 데릭 지터 이후 처음으로 야구의 중흥기를 이끌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 에인절스에 입단해 통산 6시즌 동안 타자로서 701경기 타율 0.274(2483타수 681안타) 171홈런 437타점 428득점 86도루, 출루율 0.366 장타율 0.556 OPS 0.922, 투수로서 86경기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 481⅔이닝 608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2018년 데뷔하자마자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했고 이후 2번의 실버슬러거를 수상하고 3번의 올스타에 선정됐다.

2021년에는 만장일치로 커리어 첫 메이저리그 MVP를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UCL) 파열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음에도 타자로서 135경기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102득점 20도루, 출루율 0.412 장타율 0.654 OPS(출루율+장타율) 1.066, 투수로서 23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132이닝 167탈삼진을 기록하며 또 한 번 만장일치 MVP를 차지했다. 한 선수가 만장일치 MVP를 2회 수상한 건 오타니가 최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390억 원)라는 사상 초유의 FA 계약을 체결해 프로스포츠 역사를 갈아치웠다. 종전 북미 스포츠 최고액은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2020년 주전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에게 안겨준 10년 4억 5000만 달러(약 6035억 원) 규모의 연장 계약이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은 LA 에인절스와 마이크 트라웃이 2019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722억 원)의 연장계약이다. FA 계약으로는 지난해 뉴욕 양키스가 애런 저지와 체결한 9년 3억 6000만 달러(약 4829억 원)지만, 오타니의 FA 계약은 이 모든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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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 출전하는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부인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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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2루에 도착해 김하성에게 인사하고 있다.


10년 계약의 첫 단추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잘 끊었다. 서울에 들어오기 전 자신이 직접 결혼한 사실을 밝히면서 부인 다나카 마미코를 공개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한국 입국 전부터 한글과 태극기를 여러 차례 사용해 관심을 모았고 자연스레 그의 입국 현장에는 취재진 포함 5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한국에 입국해서도 뛰어난 팬서비스로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다운 모습을 보였다. 오타니는 16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렇게 주목해 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도 새로운 팀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플레이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때는 내가 고등학생이었다. 지금과 달랐다. 한국과 대만 정도밖에 가지 못했으나, 그때부터 한국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이렇게 야구를 통해 한국에 돌아와 뛸 수 있게 돼 굉장히 기쁘고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 되길 바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샌디에이고와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에서는 두 번 모두 2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20일에는 5타수 2안타, 21일에는 6타석 5타수 1안타 1득점 1타점으로 타율 0.300(10타수 3안타)을 기록,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서울 시리즈 막판 통역사이자 절친이었던 미즈하라가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오타니 역시 미즈하라와 관련된 SNS를 삭제하고 변호인을 통해 부인했지만, 그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만큼 오타니에 걸린 기대가 높다는 반증이다. 에이전트 출신의 리 스타인버그는 ESPN과 인터뷰를 통해 "이보다 더 나쁜 타이밍은 상상할 수 없다. 전 세계가 오타니에게 집중하고 있고, 오타니가 가진 희망, 꿈, 열망, 좋아하는 것을 대신 다른 것에 집중됐다"며 "이번 한국 여행은 오타니의 브랜드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그는 잘생겼고 베이브 루스 이후 가장 재능 있는 야구 선수이며, 전국의 야구팬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혁신적인 인물이었다. 오타니가 이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미즈하라에게 자금을 이체할 수 있다는 권한을 줬다는 사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사람들은 오타니의 판단력과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는 것에 비난을 퍼부을 것이지만, 시간은 흐른다. 야구계는 오타니가 친구에게 속아 끔찍한 판단을 했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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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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