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명불허전' 이정후 클래스, 사령탑은 패배에도 이정후 칭찬 세례 '충격받을 일이라 공언했던 이유 증명했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3.3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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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에 앞서 말춤을 선보이고 있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데뷔전부터 안타와 타점을 모두 신고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리드오프로서 두 차례 풀카운트 접전을 벌이는 등 상대 투수들에게 총 20개의 공을 던지게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령탑 역시 경기가 끝난 뒤 "인상 깊었다"면서 팀 패배에도 불구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는 29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펼쳐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본토 개막전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맷 채프먼(3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닉 아메드(유격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짰다. 선발투수는 샌프란시스코가 자랑하는 1선발 로건 웹이었다.

이에 맞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타일러 웨이드(3루수)-잭슨 메릴(중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이미 서울시리즈 개막전에서 정규시즌 첫 등판을 마친 바 있는 다르빗슈 유였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1억1300만 달러(한화 약 1519억4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이정후는 시범경기를 잘 치러내며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13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2루타 2개, 3루타 0개, 1홈런 5타점 6득점 5볼넷 4삼진 2도루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 OPS(출루율+장타율) 0.911의 성적을 올렸다.


이미 이정후는 시범경기부터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고정돼 클래스를 뽐냈다. 그리고 개막전에서도 이정후는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았다. 사령탑인 밥 멜빈 감독은 시범경기를 앞두고 이정후에 대해 "만약 그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충격을 받을 일"이라고 공언하면서 굳건한 믿음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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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 아래)가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샌디에이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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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에서 마쓰이 유키를 상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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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등번호 51번)가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에 앞서 김하성(가운데)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멜빈 감독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특히 삼진이 늘어난 현대 야구에서 그의 모습은 보기가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땅볼 타구가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과거 시애틀 매리너스 사령탑 시절(2003~2004년) 한솥밥을 먹었던 '일본 야구의 살아있는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51)를 이정후를 비교했다. 멜빈 감독은 "이치로가 앞발을 더 많이 움직이기는 한다. 그렇지만 배트에 공을 맞히는 방식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또 다른 미국 매체 야후 스포츠는 이정후를 2024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스터리 박스로 꼽기도 했다. 미스터리 박스는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를 상자라는 뜻인데, 풀어 해석하면 그만큼 이정후를 향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매체는 "중견수 위치에서 골드글러브도 수상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이정후를 소개한 뒤 "일각에서는 그의 콘택트 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위력적일지 의문을 표한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이정후가 마침내 타석에 섰다. 아버지 이종범 전 코치와 어머니 등 가족이 자리하고 있는 게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플레이볼이 선언된 1회초. 이정후가 역대 한국인 선수로는 27번째이자, 타자로는 12번째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첫 타석은 아쉽게 삼진이었다. 이정후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초구 파울 이후 2구째 허를 찌른 스트라이크 커브(74마일)를 지켜봤다. 이어 3구째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94.9마일)에 배트를 내지 못한 채 얼어붙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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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전 LG 코치(빨간 원 안)를 비롯한 이정후의 가족들이 29일(한국시간) 열린 이정후의 데뷔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SF Giants on NBCS SNS 갈무리
사실 이정후는 KBO 리그에서도 삼진을 잘 당하지 않기로 정평이 나 있는 타자였다. 그랬기에 다르빗슈를 상대로 첫 타석에서 당한 삼진은 더욱 낯설었다. 게다가 방망이도 아예 내지 못한 채 루킹 삼진을 당한 이정후의 모습은 생경했다. 이정후는 KBO 무대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85득점, 2루타 36개, 3루타 10개, 5도루, 32삼진, 66볼넷, 장타율 0.575, 출루율 0.421, OPS(출루율+장타율) 0.996을 기록했다. 당시 이정후는 타율과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 타점 등 타격 부문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MVP까지 품에 안았다.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이정후 영입 당시, 그의 비슷한 삼진과 홈런 기록을 주목한 뒤 "볼넷은 차치하더라도, 어느 리그에서나 홈런과 삼진의 숫자가 비슷하게 나온다는 건 대단히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정후는 우리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원했던 기록뿐만 아니라, 선구안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이정후는 상대 투수가 투구할 때 정말 빠르게 구질을 인식한다. 그런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관해 우리 역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시범경기에서도 13경기에서 단 4번밖에 삼진을 당하지 않은 이정후가 어쨌든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건 이례적이었다.

이정후는 팀이 1-0으로 앞서고 있는 3회초 1사 2루 기회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여전히 다르빗슈 유. 앞서 공 3개 만에 허무하게 물러섰지만, 이번부터는 달랐다. 이정후 특유의 선구안과 함께 끈질긴 승부를 펼치기 시작했다. 초구부터 3구째까지 모두 볼이었는데, 바깥쪽으로만 던졌다. 이어 4구째와 5구째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과 너클 커브가 연달아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면서 풀카운트가 됐다. 그리고 6구째 다르빗슈의 한가운데 싱커(93마일)를 받아쳤으나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배트 정면에 잘 맞으면서 타구 속도가 100.4마일(161.5km)까지 나올 정도로 타구 질은 좋았으나 방향이 불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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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29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의 안타는 세 번째 타석에서 터졌다. 이번에도 이정후는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를 벌이며 다르빗슈가 많은 공을 던지게 했다. 초구 높은 코스에 살짝 걸친 커터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이어 2구째부터 4구째까지 다소 제구가 안 되며 날리는 볼을 모두 잘 골라낸 이정후. 3-1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5구째 몸쪽 슬라이더를 그냥 지켜봤다. 그리고 6구째. 다르빗슈가 뿌린 회심의 94.8마일 높은 코스의 싱커를 제대로 받아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기록했다. 타구가 잘 뻗어나가면서 자칫 중견수 잭슨 메릴에게 잡힐 뻔했지만, 다행히 직전에 뚝 떨어지며 안타가 됐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였다. 이후 이정후가 친 기념비적인 이 공은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이후 주루 플레이는 아쉬웠다. 2루 도루를 시도하려는 찰나, 다르빗슈가 1루 견제구를 뿌리며 런다운에 걸리게 만들었고, 결국 아웃되고 말았다.

이정후의 첫 타점은 양 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1사 2, 3루 기회에서 나왔다. 상대 투수는 공교롭게도 다르빗슈와 같은 일본 국적의 바뀐 좌완 투수 마쓰이 유키였다. 한가운데 초구는 파울 팁이 됐고, 2구째 낮은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면서 순식간에 0-2의 불리한 볼카운트로 몰렸다. 이어 3구째와 4구째 존에서 많이 벗어난 공을 잘 골라낸 이정후. 그리고 5구째. 92마일 하이 패스트볼을 이정후가 밀리지 않고 공략했고, 타구를 중견수 쪽으로 재차 날렸다. 중견수 희생 플라이 아웃. 3루 주자마이클 콘포토가 득점하며 이정후는 귀중한 타점을 올렸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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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에서 7회초 1사 2,3루 때 역전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린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타점은 팀이 4-6으로 역전패를 당하면서 결승 타점이 되지는 못했다. 샌디에이고의 김하성도 이정후와 마찬가지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앞서 서울시리즈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김하성은 본토 개막전이 펼쳐진 이날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활약했다. 2회 우익수 뜬공에 그친 그는 5회 1사 후 로건 웹의 3구째 낮은 싱커를 받아쳐 2루수 키를 넘어가는 중전 안타를 터트렸다. 이어 후속 주릭슨 프로파, 루이스 캄푸사노의 연속 안타로 3루에 안착한 뒤 타일러 웨이드의 땅볼 때 득점했다. 6회 2사 3루에서는 자동 고의4구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 시즌 2호 도루를 기록했다. 7회에는 2사 3루 기회에서 라이언 워커를 상대해 삼진으로 물러났다. 샌디에이고는 7회 대거 4득점을 올리며 역전승에 성공했다.

미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에 따르면 경기 후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상대하기 힘든 좌완 투수(마쓰이 유키)를 상대로 팀이 앞서 나가는 큰 희생 플라이 타점을 올렸다(He got a big sac fly to put us ahead against a tough left-handed pitcher)" 데뷔전이었는데, 이정후는 7회에 우리 팀이 리드를 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For a first game, he gave us a lead [in] the seventh) 생산적인 하루였다(That's a productive day to begin with)"며 치켜세웠다.

아울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의 첫 안타 영상을 구단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한 뒤 한글로 '이정후의 개인 첫 안타'라고 쓰며 축하했다. 또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린 장면에도 '메이저리그 첫 타점'이라 한글로 적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 첫 안타'라는 한글과 함께 이정후의 타격 모습이 담긴 그래픽을 따로 올렸다. 이제 이정후는 30일 오전 10시 4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 맞대결에서 2경기 연속 안타에 도전한다. 샌디에이고는 조 머스그로브를 선발로 내세운다. 이정후가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하면서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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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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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에서 5회 초 중전 안타를 터트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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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 개막전에서 5회 말 중전 안타를 터트린 후 1루로 향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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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김하성(왼쪽)과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경기를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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