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는 실패를 더 많이 하는 직업" 연봉 3400만원 복덩이는 마인드도 합격, '5연승 한화'에 임종찬이라는 선물까지

대전=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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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임종찬(가운데)이 29일 KT 위즈전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에 베테랑 김강민, 채은성과 정은원까지 외야 수업을 받았다. 그럼에도 당당히 5연승을 달리는 한화 이글스의 외야 한 자리를 꿰찬 인물이 있다. 바로 예비역 임종찬(23)이다.

임종찬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작렬하며 팀의 3-2 승리를 견인했다.


많은 시선이 집중된 한화의 홈 개막전이었다. 1만 2000 좌석이 가득 들어찬 매진 경기였다. 올 시즌 평일 경기에 만석이 된 건 한화의 이날 홈 개막전이 처음이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2018년 10월 19일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무려 5년 5개월, 1988일 만에 대전 구장을 찾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2차 3라운드 전체 28순위 지명을 받은 임종찬은 툴 플레이어로서 많은 기대를 받고 기회를 얻었음에도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2022시즌 도중 현역병으로 병역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군 입대했다.

2020, 2021, 2022시즌까지 3연속 최하위에 머문 한화엔 신예 하나도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 대성공이 됐다. 전역하자마자 기회를 잡았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2군에서 가장 좋은 타자라는 보고를 받은 최원호 감독은 임종찬에게 기회를 줬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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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찬이 29일 KT전 끝내기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시범경기 때 만났던 임종찬은 "아무래도 야구를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 발 떨어져서 보게 되니 또 보이는 것들도 있어서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다른 것보다 가장 큰 건 생각의 변화였다. 항상 할 수 있을 만큼의 준비는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너무 집착하기보다 경기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재미있게 경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가 임종찬을 성장하게 만들었다. 지난 24일 LG 트윈스전, 26일 SSG 랜더스전 2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27일 SSG전 1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고 28일 SSG전에선 멀티히트와 함께 3타점 경기를 치렀다.

홈 개막전이자 류현진의 등판 경기에서도 기회를 잡았다. 우익수 페라자, 좌익수 정은원과 함께 이날은 중견수로 나섰다. 타순도 6번으로 전방 배치됐다. 그만큼 최원호 감독의 기대감을 끌어올린 임종찬이다.

1회초 1사 1,2루에선 병살타를 때리며 더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2로 팽팽한 승부를 이어온 한화이기에 돌이켜보면 더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러나 움츠러들지 않았다. 4회말 유격수 땅볼, 7회말 1사 ㅈ루에서 삼진으로 돌아선 임종찬은 양 팀이 2-2로 맞선 9회말 2사 1,2루 기회에서 KT 투수 이상동의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결승 2루타를 날렸다. 결승 주자 페라자는 여유롭게 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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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안타를 날리고 포효하며 홈으로 향하는 임종찬. /사진=한화 이글스
야구 인생에서 첫 끝내기 안타를 쳤다는 임종찬은 경기 후 "기분이 좋고 짜릿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채은성과 안치홍이 모두 이상동의 스플리터에 속수무책으로 삼진아웃 당했던 게 오히려 마음의 준비를 하게끔 만들었다. 임종찬은 "초구에 상대 투수가 스플리터를 던졌다. 정타에 맞추자고 했는데 잘 맞았다"며 "상대 투수가 그걸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걸 알았고 플랜으로 세우고 초구부터 자신 있게 돌리자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타구가 뻗는 순간 끝내기 임을 직감했다. "치는 순간엔 잘 맞았다고 생각했다. 상대 수비가 달려가는 걸 보니 뛰면서 끝났다고 생각했다"는 임종찬은 앞선 상황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았다. "타자는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못 쳤다고 해서 다른 플랜을 갖지는 않았고 첫 타석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나섰다"고 신인답지 않은 성숙한 자세를 나타냈다.

첫 끝내기. 동료들의 뜨거운 축하도, 찬물 세례도 모두 처음이었다. 임종찬은 "경기 중이라 시원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차가웠고 정신이 없었다"면서도 "그 상황이 오기까지 앞에 선배님들이 (상황을) 잘 만들어주셔서 그런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진인사대천명. 마치 임종찬을 위해 만들어진 표현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노력으로 알려진 선수다. 엄청난 노력으로 물집이 배기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생긴 훈장과 같은 굳은살은 그의 상징이 됐다.

인터뷰 도중 손바닥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너무 많이 보여주면 안 되는데"라고 부끄러워 하면서도 "할 수 있는 걸 잘하기보다는 열심히 하려고 한다. 노력을 통해 결과를 바라기보다는 이런 스윙이나 훈련들이 쌓이면 나에게 긍정적 영향 끼칠 것 같아 꾸준히 했는데 결과가 잘 따라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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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찬(왼쪽에서 3번째)이 끝내기 안타 이후 동료들의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을 흐뭇하게 만드는 말이다. 최 감독은 경기 후 "1회 득점 이후 타선이 다소 침체됐었지만 9회 페라자의 출루와 임종찬의 끝내기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며 "임종찬이 개막 후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데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너 외야수, 특히 우익수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던 임종찬이지만 이날은 중견수로 나섰다. 타순이나 포지션이나 시즌 초반임에도 점점 팀 내 비중이 커지고 있는 임종찬이다. 그만큼 그를 향한 기대감이 남다르다.

임종찬은 "경기에도 조금씩 나가고 코치님과 (김)강민 선배님도 많이 알려주신다. 점점 적응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6회초 동점이 된 황재균의 중견수 안타 때 몸을 날려볼 법했지만 임종찬은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 "앞에 동점주자가 있었고 그런 타구가 올 것이라고 대비했다"면서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앞에 떨어지는 타구에 무리하게 슬라이딩해서 추가 실점 빌미를 만들면 안 될 것 같아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후 이어지던 팽팽했던 승부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군대를 다녀왔지만 몸을 키우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무게를 찾는데 집중했다. "(입대 전보다) 10㎏ 정도 빠졌다"는 임종찬은 앞서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몸이 더 가볍고 스윙도 잘 도는 것 같다. 그로 인해 주루플레이에서도 자신감이 더 붙었다"고 전했다.

앞서 프로 데뷔 후 3시즌 동안 총 343타석에 나섰을 뿐이다. 사실상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그지만 군 입대 후 한층 성숙해졌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라며 "너무 결과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한 타석씩 최선을 다하자는 게 목표"라는 임종찬이다.

내야에 안치홍과 채은성, 하주석과 문현빈, 외야에 페라자와 김강민, 정은원, 최인호 등에 임종찬까지 더해졌다. 최저 연봉에 가까운 3400만원 타자가 팀의 핵심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5연승을 질주 중인 한화에 이보다 귀한 선물이 있을까. 최원호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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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안타로 수훈 선수가 된 임종찬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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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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