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151㎞ 사이드암↔30세 유틸리티 내야수' 왜 트레이드했나, "우타 갈증 시즌 전부터 있어"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3.3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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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맞트레이드가 결정된 손호영(왼쪽)과 우강훈. /사진=OSEN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가 2024시즌 개막 일주일 만에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명장들의 사랑을 받은 사이드암 투수와 쓰임새 많은 해외파 내야수의 맞교환이었다.

롯데와 LG는 30일 경기를 앞두고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롯데에서는 사이드암 투수 우강훈(22)이 LG로 넘어가고, 반대급부로 내야수 손호영(30)이 롯데 유니폼을 입는다.


손호영은 평촌중-충훈고 졸업 후 홍익대 재학 시절인 2014년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싱글A까지 올라가며 2016년까지 뛴 그는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독립야구단을 거쳐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에 2차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입단했다. 29일까지 5시즌 동안 KBO 통산 96경기에서 타율 0.250(160타수 40안타), 4홈런 23타점 7도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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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로 이적하는 손호영. /사진=뉴시스
내야 다양한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손호영은 LG에서 쓰임새 있는 내야 자원으로 활용됐다. 2020년에는 23경기에서 타율 0.367로 좋은 모습을 보였고, 2022년에도 타율 0.257 3홈런 14타점으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으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지난 시즌에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 29년 만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LG로 이적하는 우강훈은 매송중-야탑고를 졸업하고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로 롯데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첫 시즌을 마친 후 입대한 그는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 전역 후 복귀해 지난해 1군에 데뷔한 그는 올 시즌까지 4경기 6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7.50을 기록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볼이 주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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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로 이적하는 우강훈.




개막 일주일 만에 전격 트레이드 왜 이뤄졌나... 롯데 "우타자 갈증 시즌 전부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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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
이번 트레이드는 롯데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30일 경기 전 만난 김태형(57) 롯데 감독은 "먼저 제안했다. LG에 있던 코치들도 추천을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손호영은 우타자로서 파워도 있고, 발도 빨라서 항상 기대하던 선수였다"며 "아직 LG에서는 주전으로 못 나가니까 염경엽 감독에게 부탁했고, 그쪽에서도 우강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타격에서 두각을 드러낸 우타자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롯데는 이번 비시즌 동안 김민성(36), 오선진(35) 등 우타 내야수를 영입했으나, 이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부터 워낙 방망이가 안 맞고, 또 주력 타자들이 왼손타자들이다"며 "그때부터 쭉 생각해보다가 코치들이 추천을 했고, 나도 봐왔던 선수다. 파워도 있는 선수여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준혁 롯데 단장 역시 "우타자에 대한 갈증은 시즌 시작하기 전부터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우타 거포 자원인 한동희(25)의 이탈도 트레이드에 영향을 끼쳤다. 한동희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2020~2022년)을 때려냈고, 2022년에는 3할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다소 부진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37)를 찾아 타격 조정을 할만큼 절치부심했다. 이대호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한동희에 대해 "나는 쟤(한동희)를 의심해본 적이 없다. 무조건 잘할 거라 생각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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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한동희(맨 왼쪽)가 10일 사직 SSG전에서 5회 말 스윙 도중 옆구리에 통증을 느끼고 경기에서 빠지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시범경기 기간인 지난 10일 열린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한동희는 5회 말 강하게 스윙을 돌리다가 옆구리에 고통을 호소했다. 다음날 정밀검진 결과 오른쪽 내복사근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다. 김 감독은 28일 "(한동희는) 아예 움직이질 못한다. 다시 검사해서 붙으면 스케줄이 나오는데 아직 스케줄이 안나왔다"고 상태를 설명했다. 부상에서 돌아온다고 해도 6월 10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야 해서 공백은 불가피하다.

김 감독도 한동희의 이탈과 트레이드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그는 "(한동희의 부상 여파가) 당연히 있다"고 인정했다. 기존부터 우타자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기대했던 한동희까지 빠지면서 트레이드가 급물살을 탔다고 할 수 있다.





롯데는 왜 LG에 손 내밀었나, 결국 '뎁스' 두터운 팀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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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시절의 손호영(왼쪽)과 오지환. /사진=뉴스1
그렇다면 왜 롯데는 LG에 제안을 했을까. 이는 현재 야수진이 가장 두터운 팀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LG는 1루수 오스틴 딘-2루수 신민재-3루수 문보경-유격수 오지환의 내야 주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군 복무를 마친 구본혁이나 거포 유망주 송찬의, 롯데에서 넘어간 김민수, 상무 야구단에서 7월 전역하는 이영빈 등도 대기하고 있다.

이런 팀에서 손호영은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20년 입단 후 그해 1군에 61일 등록된 그는 2021년 19일, 2022년 101일, 2023년 76일의 등록일수를 기록했다. 오른손 중수골 골절(2022년)이나 햄스트링 부상(2023년) 등 몸 상태가 허락하지 못해 출전 기회를 받고도 나오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올해도 개막 엔트리에는 들었으나 단 2경기, 2타석 소화에 그쳤다. 하지만 롯데에서는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을 전망이다. 구단은 트레이드 후 "손호영이 내야 주전 경쟁이 가능하며 대수비, 대주자, 대타 모두 가능한 자원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도 "2루수와 3루수 자원인데, 현재는 3루수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손호영을 되도록이면 빠르게 1군 엔트리에 등록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당분간 1군에서 기회를 줄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그래야죠"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면 31일에 곧바로 1군에 올라올 가능성도 높다.





"세이브 투수도 가능해" 염경엽 관심받은 '151㎞' 사이드암, 반 년 뒤 LG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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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훈의 투구 모습.
우강훈은 가진 능력이 많은 선수다. 사이드암으로 시속 151㎞의 패스트볼을 뿌려 화제가 됐다. 지난해 1군 데뷔 당시 해설위원이었던 김 감독이 "공 자체는 1군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유연하고 팔 스윙도 좋다. 가지고 있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는 트레이드 발표 후에도 "주는 입장에서는 아깝다. 사이드암이 시속 150㎞를 던지는 게 쉽지 않다. 앞으로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우강훈은 지난해 두 차례 LG전 등판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해 10월 5일 사직 경기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그는 LG 타선을 2이닝 퍼펙트로 막았고, 4일 뒤 잠실에서는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염경엽(56) LG 감독은 당시 우강훈의 투구를 본 뒤 "괜찮더라. 부산에서 처음 봤는데, '저런 선수를 왜 빨리 쓰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시즌에 승리 조는 물론, 세이브 투수까지 맡을 수 있는 투수"라며 극찬했는데, 공교롭게도 반 년 뒤 자신의 팀에서 기용하게 됐다. LG 구단은 트레이드 발표 후 "우강훈은 직구 구속이 빠르고, 변화구의 움직임이 좋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향후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형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통산 645승을 거두며 두산에서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15, 2016, 2019년)을 차지했다. 염 감독도 지난해 LG를 29년 만에 통합우승으로 이끈 지도자다. 이런 감독들에게 인정받은 우강훈은 이제 프로 3년 만에 새 출발에 나서게 됐다.





새 둥지 튼 우강훈 "롯데 팬들께 미안한 마음, LG에서 더 잘하는 선수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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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로 트레이드된 우강훈이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우강훈에게 이번 트레이드는 2021년 입단 후 처음이다. 발표 후 사직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오후에 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식을 들었다"며 "(김태형) 감독님께 처음 얘기를 들었다. 'LG로 가게 됐다'고 말씀하셔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에게 "가서 잘해라. 잘할 것이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동료들도 발표가 나고 나서야 소식을 듣게 됐다. 우강훈의 야탑고 1년 후배인 외야수 윤동희는 "전혀 몰랐다. 나중에 들었다"고 밝혔고, 다른 선수들도 우강훈이 인사를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주장 전준우는 "가서 잘해라"는 격려와 함께 "직구만 던져라"며 농담을 던져 우강훈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LG에는 좌완 김유영이나 내야수 김민수 등 롯데 출신 선수들이 여럿 있다. 이외에 친한 선수가 있을까. 그는 "지금 상무에 있는 (송)승기가 고등학교 친구다"며 이름을 꺼냈다. 송승기는 올해 11월 전역 예정이라서 이번 시즌에는 함께 뛰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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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짧지만 정든 롯데를 떠나는 건 아쉬운 일이다. 우강훈은 "처음 와서 상동(롯데 2군 구장)에서 1년 있다가 군대 갔다 오고, 이제 시작했는데 막상 가게 되니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막 시리즈 때 못 보여드린 부분이 많아서 보여드리겠다 하고 있었는데 가게 돼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래도 사령탑이 좋게 보는 만큼 LG행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염 감독의 칭찬 기사를 봤다는 그는 "감독님께서 좋게 보신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확실히 강력한 팀 같다"고 LG에 대한 인상을 밝힌 그는 "롯데 선배님들만큼이나 LG 선배님들도 좋은 것 같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우강훈은 "롯데 팬들께 좋은 모습만 보여드린다고 했는데, 안 좋은 모습만 보여드려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동안 이름을 많이 불러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가겠다"고 작별인사를 전했다. 이어 새로 만날 LG 팬을 향해서는 "생소한 얼굴이지만 지금 했던 것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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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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