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자랑스럽다" 어썸 킴 영향력 '상상 이상', 아시아계 미국인에겐 우상이 됐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4.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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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왼쪽)이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만루홈런 볼을 습득한 여성 팬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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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AFPBBNews=뉴스1
'어썸 킴(Awesome Kim)'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인기와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단순히 한국 야구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는 것을 넘어 소외당하던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우상이 돼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지역 방송사 KGTV는 3월 29일 "김하성의 성공은 아시아계/태평양계 미국인들(AAPI·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s)의 어린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 현지 중계를 봐도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서고 결과를 낼 때마다 '하성 킴' 챈트가 끊이지 않는다.

당장 3월 31일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 2024년 정규시즌 경기에서도 확인됐다. 이정후는 31일 샌디에이고전 8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로 우월 솔로포를 때려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23억 원)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3경기 만의 마수걸이 포였다.

뜻깊은 메이저리그 첫 홈런공은 이정후의 사인 공 3개와 모자 한 개를 대가로 생각보다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었다. 이정후의 홈런공을 주운 가족은 샌프란시스코 연고지 베이 에어리어에서 샌디에이고로 이사한 샌디에이고 팬이었고, 그 아들은 김하성의 팬이었던 것. 이 소년 팬의 말에 이정후도 반색하며 "이따가 (김)하성이 형과 저녁을 먹을 건데 너의 이야기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 어린이 팬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김하성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KGTV의 보도에 따르면 김하성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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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맨 오른쪽)가 31일(한국시간) 자신의 첫 홈런공을 잡은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해당 가족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김하성의 팬이라고 밝혔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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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AFPBBNews=뉴스1


KGTV는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지역에서 뛰고 있는 어린 야구선수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그 유소년 선수들에 따르면 김하성은 AAPI 공동체에 새로운 가능성을 대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과 그들의 부모는 김하성이 경기장 안팎에서 그들을 위해 (소수자들에게 불리한) 게임을 바꾸고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선수들과 인터뷰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추어 야구선수인 조슈아 아순시온은 "김하성은 나와 같은 아시아 선수다. 김하성의 활약은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그의 경기를 보고 그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게 한다"고 말했다.

유소년 야구선수인 아오시마 카즈키는 "나는 내가 소수자라고 느꼈다"면서도 "내게 메이저리그는 매우 포용적인 스포츠라 느껴지며,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아시아인 선수로서 그런 사람(김하성 등) 중 한 명이 돼 인종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온 선수들과 함께 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아오시마의 어머니 안 보 역시 "소수자로서 우리처럼 보이는 김하성 같은 선수들이 최고의 위치에서 뛰는 걸 보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들의 플레이는 아들이 TV를 보고 그들처럼 열망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하성이 2021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약 373억 원) 계약을 체결하고 메이저리그에 입단했다. 처음부터 많은 인기를 얻은 건 아니었다. 1년 차에는 주로 백업 내야수로 나서며 117경기 타율 0.202, 8홈런 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22를 기록, 2021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부정적인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김하성을 오랜 시간 지켜보고 스카우트한 A.J.프렐러 샌디에이고 사장조차 놀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어깨 부상 및 불법 약물 징계 등으로 주전 유격수로 출전한 2022년 150경기 타율 0.251,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 OPS 0.708로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수비에서는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3인에 들었다.

평소에도 화려한 수비와 적극적인 수비로 차츰 인기를 얻고 있던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팬들의 마음을 훔친 건 LA 다저스와 2022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였다. 그해 샌디에이고(89승 73패)는 디비전시리즈에서 LA 다저스(111승 51패)를 꺾고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정규시즌 맞대결을 펼쳤던 6번의 시리즈를 모두 내줬던 샌디에이고로서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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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김하성(오른쪽)이 16일(한국시간) 열린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4차전에서 7회말 1타점 2루타를 터트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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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AFPBBNews=뉴스1


특히 김하성은 NLDS 4차전 7회 말 샌디에이고가 1-3으로 추격하는 상황에서 좌익선상 적시 1타점 2루타를 때려내 역전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때 김하성이 2루에 도달해 포효하는 장면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하이라이트에도 올라와 많은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에는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하고 152경기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OPS 0.749로 공·수에서 올스타급 활약을 펼치며 1억 달러 계약도 가능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이에 프렐러 사장도 지난달 17일 서울 시리즈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하성을 스카우트했을 때 그가 수비와 공격 모두 잘하는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입단 후 첫 스프링캠프에서 우리가 그를 과소평가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반성했다.

이어 "김하성은 매년 모든 면에서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우리 팀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영향력 있는 수비수가 됐다. 지난해 골드글러브 수상이 그 증거다. 특히 수비는 우리의 기대를 일찌감치 뛰어넘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쩌면 샌디에이고에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올 시즌도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주는 중이다. 이날도 김하성은 샌디에이고를 열광의 도가니로 빠지게 했다. 김하성은 홈구장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에서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1볼넷 1삼진 3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3-4 대승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시즌 타율을 0.167에서 0.273으로 크게 끌어올렸다.

자신의 어떠한 영향력을 가졌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책임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김하성은 KGTV와 인터뷰에서 "팬들, 특히 샌디에이고에서 받는 모든 응원에 매우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난 내가 외국에서 왔기 때문에 이렇게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며 "앞으로 젊은 아시아 선수들이 더 좋은 평판을 얻고 빅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매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남다른 책임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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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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