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1이닝 9실점' 류현진 7연속 안타 맞을 때 한화는 뭐했나, 알고 보니... [고척 현장]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4.06 17:37
  • 글자크기조절
image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한화전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역투하고 있다. / 고척=김진경 기자
2024년 4월 5일은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야구 인생에 있어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 메이저리그(ML)에서도 경험한 적 없던 1이닝 9실점 경기였다. 보통 많이 맞는다 싶으면 빠르게 교체할 법도 하지만, 한화에도 류현진을 사실상 방치할 수밖에 없던 속사정이 있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를 앞두고 "몰리는 공이 많아서 집중타를 맞았다. 교체 준비가 늦었고 타이밍도 조금 늦었다"고 자책했다.


전날(5일) 류현진은 4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하다가 5회 무려 8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내주며 7실점 했다. 특히 1사 1, 3루에서 김재현의 좌익선상 1타점 적시타부터 김휘집의 중전 2타점 적시타까지는 7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해 충격을 안겼다. 이후 구원 등판한 김서현이 류현진의 책임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면서 류현진의 자책점은 9점이 됐다.

이후 한화 타선도 이 점수를 뒤집지 못하면서 7-11로 패배, 결국 류현진은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시즌 2패를 기록했다. 류현진의 KBO리그 한 경기 9실점은 2006년 데뷔 후 처음이었다. 종전 한 경기 최다 실점은 2012년 7월 18일 삼성전 2이닝 8실점. 한 이닝에 9실점을 한 것은 물론이고 한 경기에 9자책점 이상을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LA 다저스 시절인 2017년 5월 13일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에서 4이닝 8피안타 8사사구 4탈삼진 10실점이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이지만, 이때 자책점은 5점에 불과했다. 또한 콜로라도의 홈구장은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 필드이기에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


한화도 이러한 결과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4회까지는 공 56개로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줬기에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1, 2회는 주자를 내보냈음에도 후속 세 타자 연속 범타와 병살로 이닝을 실점 없이 마무리했고, 3, 4회는 아예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5회에는 마치 류현진의 마음이 읽힌 듯 초구부터 집중적으로 공략당했다. 류현진이 무너지는 데는 5회 단 25구,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탓에 한화로서도 류현진을 대신할 투수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촉박했다.

image
최원호 한화 감독.


최 감독은 "사실 류현진의 투구 수가 4회가 끝난 시점에서 조금 많았다면 미리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6회까지도 무난하게 갈 수 있는 투구 수(4회까지 56구)였고 5회가 끝난 뒤에는 클리닝 타임도 있기 때문에 다음 투수에게 의미 없이 몸을 풀게 할 순 없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류현진을 대신하기로 계획된 투수도 김서현이 아닌 이태양이었다. 하지만 몇 분도 안 돼 동점에 역전까지 허용한 상황에서 빠르게 몸을 풀 수 있는 선수가 김서현밖에 없었다. 최 감독은 "좌투수가 계속 집중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또 좌투수(김기중)를 올릴 순 없었다. 원래 계획은 이태양이었다. 이태양이 먼저 준비했어야 하는데 (이)태양이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몸을 푸는 데 시간이 걸리는 투수다 보니 당시로서는 (김)서현이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급하게 올라간 김서현은 ⅔이닝 동안 한 개의 안타와 볼넷 두 개를 내주면서도 송성문을 삼진으로 잡고 꿋꿋하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다음에는 몸을 풀고 있던 이태양이 정상적으로 등판해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최 감독은 "(김)서현이는 어제 그렇게 급하게 내보내면 안 되는 거였다. 몸을 빨리 풀고 나왔기 때문에 어제 경기로 서현이가 어떻다고 평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조금 더 준비를 잘해서 나가는 경기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자를 감쌌다.

류현진의 부진이 길어지면 한화로서도 낭패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8년 170억 원이라는 KBO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을 류현진에게 안기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숱한 부상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투수로 성장한 류현진이기에 믿음은 여전하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 감독은 예년보다 빨라진 시즌 개막, 다소 늦었던 계약 등의 이유로 아직은 류현진이 진정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 감독은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투구 수에 비해 구위가 현저히 떨어졌다면 문제라 생각할 텐데 그건 아니었다. 안 좋았던 두 경기(3월 23일 잠실 LG전, 4월 5일 고척 키움전) 모두 몰리는 공이 갑자기 급증해서 난타당했다. 투수 코치, 배터리 코치와 미팅을 통해 공이 몰려 집중타를 맞는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지 이야기했기 때문에 다음 경기부터는 괜찮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기자 프로필
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