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태형' 첫 위닝 이끈 그랜드슬램, 한숨 돌린 윤동희 "팀 부진 내 탓인 것만 같았다" 고백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4.0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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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가 7회말 1사 만루 좌월 역전 만루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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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가 7회말 1사 만루 좌월 역전 만루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1년 전 아깝게 놓쳤던 프로 데뷔 첫 만루홈런을 드디어 터트렸다. 윤동희(21·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이끄는 대활약을 펼쳤다.

윤동희는 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홈경기에서 팀의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 5타석 3타수 1안타(1홈런) 4타점 1득점 2볼넷을 기록했다.


1회 말 첫 타석부터 두산 선발 박신지로부터 볼넷을 골라나간 윤동희는 이후 정훈의 4구와 전준우의 안타로 3루까지 진루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어 3회에는 2루수 땅볼, 5회에는 잘 맞은 타구를 날렸으나 중견수 정수빈의 글러브에 걸리면서 아웃되고 말았다.

하지만 4번째 타석에서 윤동희는 유쾌한 사고를 쳤다. 7회 말 0-2로 뒤지던 롯데는 1사 후 손호영이 안타로 나간 후 대타 유강남이 몸에 맞는 볼을 얻어냈다. 두산은 곧바로 투수를 평균자책점 1.00의 최지강으로 바꿨지만, 롯데는 최항이 좌전안타로 출루하면서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윤동희는 2볼-0스트라이크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최지강의 몸쪽 낮은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폭발시켰다. 비거리 115m, 타구속도 158.8km로 잘 맞은 타구였다. 또한 시즌 첫 홈런이자 개인 통산 첫 번째 그랜드슬램이었다. 사직구장에는 롯데 팬들의 '부산갈매기' 떼창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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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가 7회말 1사 만루 좌월 역전 만루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에 앞서 윤동희는 팀을 한 차례 구한 수비를 펼쳤다. 7회 초 두산은 1사 후 8번 김대한이 배트가 부러지며 중견수 앞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그런데 중견수 윤동희가 몸을 날려 다이빙을 하며 이를 잡아냈다. 자칫하면 다시 실점할 수도 있던 상황에서 윤동희의 활약은 빛이 났다.

비록 두산이 8회 초 똑같이 4점을 올리며 재역전, 윤동희의 만루홈런은 결승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8회 말 6-6 동점을 만든 롯데는 연장 10회 말 대타 이주찬의 끝내기 2루타가 나오면서 7-6으로 승리했다. 윤동희는 더그아웃 냉장고에서 탄산수를 꺼내 이주찬에게 뿌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올 시즌 첫 위닝시리즈(2승 1패)를 달성했다. 또한 김태형 감독이 롯데로 부임한 후 처음으로 우세 시리즈를 기록하게 됐다. 팀이나 감독에게 큰 선물이 됐다.

경기 후 만난 윤동희는 "다행입니다"라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요새 페이스가 좋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걱정도 많고, 제가 해줘야 팀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팀 성적이 저조한 게 제 탓인 것만 같았다"며 "오늘은 (승리에) 일조한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순간에 칠 수 있어서 뿌듯하고, 이럴 때 쳐야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좋다"고도 했다.

윤동희가 홈런을 친 볼은 몸쪽 낮게 들어오는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공략하기 쉽지 않은 공이다. 그는 "최지강 선수가 몸쪽 구사율이 높다. 처음부터 몸쪽을 보진 않았는데, 유리한 카운트다보니 좀 더 몸쪽 빠른 직구를 생각하긴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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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윤동희가 지난해 6월 3일 사직 KIA전에서 파울홈런 후 삼진아웃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사실 윤동희는 지난해 만루홈런을 기록할 뻔한 적이 있었다. 2023년 6월 3일 사직 KIA전에서 9회 말 5-5 동점 무사 만루에서 나온 그는 왼쪽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윤동희는 배트를 던지면서 1루로 향했지만,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폴대를 벗어나는 파울이 됐다. 결국 그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다음 타자 노진혁이 끝내기 안타를 터트려 승리했다.

윤동희는 "(만루홈런을) 치고 동료들에게 환호받고 나서 작년 생각이 나더라"며 "그때는 되게 아쉬웠는데, 그래도 올해는 작년에 못한 걸 해낸 것 같아서 '발전했구나' 이렇게 돌아봤다"고 밝혔다.

올 시즌 1번 타순과 중견수 자리에 낙점을 받은 윤동희는 7일 경기까지 12게임에 나와 타율 0.238(42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8득점 1도루 OPS 0.721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감이 좋았기 때문에 기대를 모았지만, 초반 허벅지 통증 등이 겹치면서 아직은 큰 활약이 없었다.

윤동희는 "아무래도 처음으로 풀타임을 뛰고, 1번 타자라는 자리를 맡아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오늘(7일)은 그런 걸 내려놓고 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롯데는 시즌 초반 접전 상황에서 흐름을 내주며 어려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에 윤동희는 "모든 선수들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는데 그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아서 아쉽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만큼 준비를 잘했고, 오늘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어서 매우 뿌듯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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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희.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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