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체인지업' 류현진의 귀환! 6이닝 무실점 8K '통산 99승' 보인다... 승리 요건 안았다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4.1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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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우리가 알던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돌아왔다. 환상적인 체인지업으로 두산 베어스 타자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류현진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94구를 던져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앞선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 떠안고 평균자책점(ERA) 8.36으로 극심한 부진했던 류현진은 자신으로부터 시작한 5연패를 끊어내야 하는 부담감 속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역대 KBO리그에서 98승(56패)를 기록 중인 류현진은 복귀 후 4번째, 2012년 키움 히어로즈와 최종전부터 5번째 99승 도전에 나섰다.

경기 전 최원호 한화 감독은 "최 감독은 "(본인이) 컨디션이 좋다고 하니까 믿어봐야 한다"며 "그런 선수들이야 몸에 문제만 없으면 된다"고 신뢰감을 보였다.

최 감독은 "따로 불러서 얘기는 안 한다. 선발 투수들이 계속 잘 던지면 좋은데 30번 나가서 매 경기에 다 잘 던질 수는 없다. 털리는 날도 있는데 그 날이 좀 빨리 올 수도 있고 뒤에 올 수도 있는 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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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잘 던지다가도 투구수가 많아지면 난타를 당하는 게 반복됐다. 최 감독은 "체력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공교롭게 그렇게 됐는데 일단 타자를 상대하는 패턴은 조금 변화를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투구수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되지 않을까. 물론 70구에서 100구 사이 구간에 대한 적응은 류현진 뿐만이 아니고 선발 투수들이 아직까지는 적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구간에서 급격히 (힘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할 때는 아니다. 5월 정도 됐는데도 계속 그러면 그건 한 번 심각하게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투구 패턴의 확연한 변화가 보였다. 1회초 타선의 1득점을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선두타자 김태근을 상대로 1루수 팝플라이로 이닝을 마쳤다. 2번 허경민에게도 공격적으로 존을 공략했는데 파울 라인 밖으로 벗어나는 파울 타구에 1루수 안치홍이 다이빙을 하며 공을 낚아챘다. 연패 탈출과 류현진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한 의지를 읽어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안치홍에게 박수를 보내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동갑내기 양의지가 타석에 섰다. 앞서 류현진을 치켜세우며 경계심을 나타냈던 류현진을 상대로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달아 부러졌다. 류현진의 몸쪽을 향하는 투구가 날카로운 동시에 힘이 실려 있다는 걸 보여줬다.

2회엔 김재환이 류현진의 초구 커브를 때렸지만 중견수 뜬공이 됐다. 강승호에겐 볼카운트 0-2에서 잇따라 커터를 던지더니 결정구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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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볼 판정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양석환과 승부에서 보더라인을 살짝씩 벗어나는 공을 던졌지만 카운트가 되지 못했던 류현진은 볼넷을 허용했다. 박준영에겐 연속으로 체인지업을 던졌고 결국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냈다.

2회 이후 변화구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장승현에게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은 류현진은 몸쪽 속구로 장승현을 얼어붙게 만들엇다. 김대한과 승부에선 속구와 커터를 번갈아 활용하며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고 김태근에겐 볼카운트 1-2에서 몸쪽 낮은 속구로 다시 한 번 루킹삼진을 잡아냈다. 이날 4번째 탈삼진.

4회 허경민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삼진을 잡아냈다. 좋았을 때의 투구 그대로였다. 속구와 커터, 커브를 고루 쓰며 유리한 카운트에 도달한 류현진은 우타자 바깥쪽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타이밍을 놓친 허경민은 헛스윙 삼진.

양의지를 상대로 연속으로 낙차 큰 커브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양의지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고 류현진도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기 웃었다. 0-2에서 바깥으로 빠져 나가는 체인지업을 다시 던졌고 양의지가 방망이에 공을 맞혔지만 힘 없이 맞은 땅볼 타구는 2루수 글러브로 향했다. 김재환에겐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내줬지만 강승호를 낮은 체인지업으로 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5회에도 만난 양석환에겐 삼구삼진을 잡아냈다. 볼카운트 0-2에서 몸쪽 속구로 허를 찔렀다. 박준영에겐 5구 연속 체인지업을 던지며 유리한 카운트를 가져갔고 속구로 시선을 흔들더니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김기연에게 이날 첫 안타를 맞았다. 이어 김대한이 끈질기게 커트 플레이를 펼쳐 9구 승부를 벌였다. 4구부터 연속 4구 체인지업을 뿌렸던 류현진은 박준영과 승부 때와 마찬가지로 속구 뒤 커브로 완벽히 타이밍을 빼앗았다. 김대한은 헛스윙 후 중심을 잃고 빙글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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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5회까지 투구수는 82구. 이전까지 투구수가 70구를 넘기면 제구가 몰리며 집중 안타를 맞았던 류현진이다. 그러나 이날 투구는 그러한 과거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완벽했다. 류현진은 자연스레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김태근을 중견수 뜬공으로 가볍게 돌려세운 류현진이지만 허경민의 평범한 우익수 방면 뜬공을 페라자가 포구하지 못했다. 포수 최재훈이 마운드에 올라 류현진을 진정시켰지만 이후 힘 실린 류현진의 속구가 바운드되며 주자가 2루까지 진출했다.

득점권에서 양의지를 만난 류현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변화구로 침착하게 카운트를 늘렸고 몸쪽 속구로 우측 방면 뜬공 타구를 유도했다. 실책 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던 페라자는 두손을 모아 포구를 하며 집중력 있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좌타자 김재환에겐 1,2구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좌타자를 상대로 좀처럼 구사하지 않는 구종이지만 그만큼 이날 류현진은 체인지업에 자신이 있었다. 이전 경기들과 달리 완벽히 제구가 됐고 궤적도 흠잡을 데 없었다. 결국 김재환은 속구에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속구는 최고시속 148㎞를 찍었고 평균은 145㎞로 준수했다. 94구 중 3분의 1 가량인 32구만 뿌렸을 정도로 변화구 사용이 두드러졌던 경기였다. 체인지업(평균 132㎞)을 속구보다 하나 적인 31구, 커브(평균 113㎞)를 19구, 커터(평균 138㎞)를 12구 뿌렸다. 이날 잡은 탈삼진 9개 중 결정구는 5개가 체인지업이었다. 2개는 속구로 허를 찌른 루킹삼진이었고 커브가 하나였다.

팀이 2-0으로 앞선 7회말 장시환에게 공을 넘겨준 류현진은 통산 99승까지 3이닝 만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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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오른쪽)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이닝을 마치고 동료들의 격려 속에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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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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