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만난 정재희. /사진=이원희 기자 |
13일 서울전에서 골을 넣은 정재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포항스틸러스 선수들이 후반 추가시간만 되면 절대적으로 골을 넣어줄 것이라고 믿음을 보내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포항 공격수 정재희(30)다. 올 시즌 정재희는 5경기에 출전해 4골 1도움을 올렸다. 팀 최다 득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정재희의 득점이 모두 후반 추가시간에 터졌다는 것이다. 한 번 그랬으면 '행운'이라고 할 법 하지만, 무려 4번이나 추가시간에 득점을 올리면서 확실한 믿음이 생겼다. 동료들도 이제 90분이 지나가면 정재희를 바라본다. 자연스레 새로운 별명도 생겼다. '추가시간의 사나이'다.
포항은 13일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4 7라운드 FC서울과 원정경기에서 4-2 대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중반가지 1-2로 지고 있다가, 후반 3골을 몰아쳐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이로써 포항은 5승1무1패(승점 16)로 리그 선두를 이어갔다. 개막전 패배 이후 6경기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쐐기골의 주인공은 정재희였다. 이번에도 후반 추가시간에 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를 파고든 뒤 강력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후 만난 정재희는 "서울 원정이어서 쉽지 않은 경기였다. 또 서울 상대로 최근 전적이 좋지 않아서 어려운 경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팀 동료들이 승리할 수 있게 상황을 만들어줬다. 제가 마무리까지 해서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이제 90분만 되면 의식될 수밖에 없다. 동료들도 정재희를 바라본다. 정재희는 "오늘은 이기고 있어서 골을 넣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안했다. 두 번째 실점이 저로 인해 일어나서 수비만 똑바로 하자고 했는데, 골을 넣었다"며 "동료들이 '형 93분이야' 하더라. 또 추가시간이었다. 주위에서는 등번호를 93번으로 바꾸라고 하는데, 저는 27번이 좋다"고 말했다.
은사였던 김기동 서울 감독 앞에서 득점을 넣었다는 것도 의미 깊은 일이다. 정재희는 "어느 팀을 만나든 열심히 하지만, 김기동 감독님이 계셨기 때문에 전 제자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잘 보여드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재희(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그렇다고 '추가시간의 사나이'로만 머무를 생각은 없다. 정재희의 목표는 당당한 선발 등극이다. 정재희는 "선발멤버에 대한 마음은 있다. 하지만 저는 동계훈련을 따로 했고 아직 컨디션도 100%가 아니다. 지금은 팀이 잘되고 있으니 만족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팀 전체가 잘 지낸다. 지난 해보다 더 끈끈한 것 같다"며 "선수들도 올 시즌 쉽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부딪혀보니 결과가 좋아 해보자고 했다. 경기장에서 준비한 축구가 잘 되니깐 얼떨떨하면서도 잘 해내고 있다"고 만족했다.
정재희의 골 세리머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