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 112%, 한 58%, 기 55% ↑' KBO 관중 폭발, 절호의 기회 놓치면 안된다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입력 : 2024.04.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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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한화의 개막전이 열린 3월 23일 잠실구장에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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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BO
지난 9일 KBO리그는 역대 두 번째로 빠른 70경기 만에 시즌 1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이 부문 최단 기록은 2012년 65경기이고, 2015년 10개 구단 체제 출범 이후로는 가장 빠르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역대 단일 시즌 최다 관중 기록(2017년 840만 688명)을 넘어 사상 첫 900만 관중도 기대된다.

KBO리그가 이렇게 초반 흥행가도를 달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야구 미디어에서는 '한화 류현진 복귀', 'KIA의 1위 돌풍', 'LG의 작년 우승 후광 효과', '롯데의 김태형 감독 선임에 따른 기대감', '젊은 팬·여성 팬 증가' 등을 거론하고 있다. 15일 현재 경기당 평균 1만46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경기수(95) 대비 42% 늘어난 가운데 이른바 '인기구단'의 성과도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롯데 112%, 한화 58%, KIA 55%, LG 15% 증가).


그런데 관중 증가 현상은 프로야구만이 아니라 국내 4대 프로스포츠인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모두 나타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는 지난 4라운드 종료 때까지 24경기에서 역대 최다인 평균 1만4241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작년 평균 1만1425명). 프로농구는 2023~2024 정규리그 관중 73만8420명으로 지난 시즌 59만9572명 대비 23% 증가했다. 프로배구 2023~2024 V리그는 남녀부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총관중 수가 58만6514명으로 지난 시즌 56만1445명보다 4.5% 늘었다.

하계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동계 스포츠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서로 대체재 관계인데 4개 종목 모두가 관중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공통적인 요인이 있다고 봐야 된다. 그러나 스포츠 미디어의 보도나 4대 프로스포츠 각 협회의 공식 보도자료에는 스타 플레이어(야구의 류현진, 축구의 제시 린가드, 배구의 김연경 등)의 합류 및 활약, 이른바 전국구 구단(야구의 한화, 롯데, KIA 등)에 대한 관심 증폭 등이 조명되는 정도다. 일반적인 관중 증가 요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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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2일 많은 팬들이 몰려 있는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사진=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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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 /사진=김진경 기자
이와 달리 필자는 사회적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따른 야외 활동 증가 현상에 주목한다. 코로나19 유행기 때는 야외 활동이 억제됐으나 2023년 5월을 기점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면서 사람들의 야외 활동 욕구가 빠르게 발산되고 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각각 발표한 2023년 초·중·고교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전국 1009개교 8만7182명 대상)와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결과(800개교 5만2880명 참여)에 따르면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는 학생이 늘었다. 주 3일 이상 고강도 신체활동 실천율은 남학생 52.1%, 여학생 29.6%로 전년 대비 각각 4.8%포인트, 3.3%포인트 증가했다. 학생들뿐 아니라 사회 생활을 더 활발히 하는 성인들 역시 신체활동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야외 활동 기반인 프로 스포츠의 강력한 '라이벌'인 게임 이용자는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2년 6월 이후 1년 동안 62.9%가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11.5%포인트 감소했다. 게임 이용률은 2019년 65.7%에서 2020년 70.5%, 2021년 71.3%, 2022년 74.4%로 매년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지만, 2023년엔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줄어들었다.

지난 해 KBO리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탈락과 여러 사건사고로 인해 정규시즌 개막 전에는 흥행이 불투명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역대 3번째 최다 관중(810만326명)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관중 증가 요인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고 각종 통계 지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귀 현상이 KBO리그 흥행의 주된 요인이라고 가정한다면 KBO와 구단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고객(팬) 체험을 핵심 마케팅으로 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 2019년 2년간 인천 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천야구수학토크콘서트'를 실시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체험 마케팅이었다. 구단은 미래 고객을 유치하고 학생들은 야구 경기 관전과 야구 수학을 배울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당시에 강원, 충청 등 타 지역에서도 관광버스로 학생들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코로나19 유행으로 아쉽게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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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치어리더들의 응원 모습. /사진=김진경기자
전통적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팬 사인회도 정례화하면 좋을 것 같다.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들의 훈련 스케줄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지만 선수들의 사인을 직접 받고 싶은 팬들의 욕구는 야구의 인기와 정비례하기에 정기적인 팬 사인회는 필요해 보인다. 다만, 선수들의 출퇴근은 경기 준비와 휴식, 안전 관리 등을 감안할 때 지켜줘야 한다.

2021년 추신수 선수가 SSG 유니폼을 입으면서 원정 경기에서도 팬 사인회를 제안한 적이 있다. 그때는 팬데믹이 한창이라 팬들과 대면 접촉이 불가능해서 추진하지 못했는데 추신수 선수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니 3년 전에 성사되지 못했던 팬 사인회도 시도해볼 만하다.

이밖에 팬데믹 이전처럼 어린이와 여성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야구장에서는 준연예인이라 할 수 있는 치어리더들을 활용한 체험 이벤트도 인기가 많을 것 같다.

야구 인기가 역대급으로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현재 고객과 미래 고객을 다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때 여성 팬들과 젊은 팬들의 눈높이에 맞게 야구장을 '핫 플레이스'로 조성해 이들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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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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