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심판이 쳤을 뿐...' ABS는 문제 없다, 팬들은 대만족-시행착오는 불가피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4.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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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어를 착용하고 있는 이민호 KBO 심판.
구단별로 시즌 개막 후 20경기 가까이를 치렀다. 올 시즌 개막 전부터 가장 큰 변수로 꼽혔던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익숙지 않은 신문물에 각 구단, 선수들은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그러던 중 14일 사고가 터졌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스트라이크가 볼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졌다.


NC 투수 이재학이 3회말 2사 2루 이재현과 승부를 벌이고 있었는데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각 구단에 전달된 태블릿 PC 상에 뒤늦게 2구 볼이 사실은 스트라이크로 찍혔다는 걸 확인한 NC 벤치에서 항의를 한 게 발단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심판의 실수였다. ABS는 야구장에 설치된 카메라 기반 투구 궤적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한다. 이를 음성장비를 통해 주심에게 전달하고,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이를 알려주는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트라이존에 들어간 2구째에 문승훈 구심이 콜을 하지 않아 볼로 처리된 것이다.

강 감독의 항의로 4심 합의가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대화 내용이 중계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1루심을 맡은 이민호 심판 팀장은 "안 들렸으면 안 들렸다고 사인을 주고 해야 되는데 그냥 넘어가버린 거잖아"라고 말했고 문승훈 구심은 "지나간 건 지나간 걸로 해야지"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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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왼쪽)이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경기 3회말 2사 2루에서 나온 ABS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음성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즉각적으로 경기를 중단하고 상황을 해결해야 했음에도 우선 진행해 문제를 키운 셈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이후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꾸미는 듯한 말을 했다는 점이다. 이민호 심판은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하세요). 아셨죠?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했고 문승훈 주심이 "지직 거리고 볼 같았다..."라고 설명하겠다는 식으로 말하자 이민호 심판은 "'같았다'가 아니라 볼이라고 나왔다고 그렇게 하시라고 우리가 안 깨지려면"이라고 사실 은폐 시도까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NC는 경기 후 해당 사안에 대해 KBO에 강력 항의했다. KBO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해당 공은 ABS 상 스트라이크로 판정된 것이 사실이다. ABS 진행 요원은 해당 판정을 스트라이크로 들었다고 했다"며 "사실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는데 (현장에) 볼로 전달된다는 것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현장에서 착각해 듣지 못한지는 모르겠으나,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 엄중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판진에 경위서도 받고 있다고 했다.

심판진은 이후 자신들은 결과를 볼로 전해 들었고 NC 측의 항의는 어필 시효가 지나 원심대로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만약 오심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재현은 삼진아웃되는 상황이었고 NC는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결국 3실점하고서야 이닝을 마쳤고 끝내 5-12로 패했다. 결과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 셈이 됐다.

명백한 심판진의 잘못이다. 나아가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기 위한 은폐 행위까지 더해 확실한 징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이번 사고가 ABS에 대한 신뢰도 여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ABS도 보완해야 할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건은 명백히 심판진의 잘못으로 비롯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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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심판들이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경기 3회말 2사 2루에서 나온 ABS 관련 NC 측의 항의에 모여 논의하고 있다.
물론 ABS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는 결이 다르다. ABS상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은 앞뒤는 중간면과 끝면에서 2번, 좌우로는 중간면에서 한 번 판정이 이뤄지는데, 이 존에 걸치기만 해도 최종적으로 포수가 어떤 위치에서 공을 잡는지와는 무관하게 스트라이크가 된다.

포수의 프레이밍이 중요했던 과거에 비해 크게 바뀐 존으로 현장에선 타자들이 삼진을 당한 뒤 허탈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아직까지도 종종 목격된다.

각 구단 감독과 선수들은 경기장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다소 상이한 것 같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이에 허구연 KBO 총재는 13일 '제2회 SA 베이스볼5 아시아컵' 개회식에 참석해 취채진을 향해 "지금까지 ABS의 성공률은 99.9%"라며 "구장과 그라운드 경사에 따라 ABS 존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선수들의 느낌일 뿐이다. 우리도 스포츠투아이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맞춰본 것이다. 구장마다 설치된 카메라 3대의 각도를 다 맞췄기 때문에 다를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심지어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과 경기를 앞두고 "(ABS에 대해) 현장에서는 불만이 많다. 어떤 기준에서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과거처럼) 심판들이 (스트라이크를) 판단하는 건 양쪽 비교해서 어떤 건 아깝다 이 정도지 터무니 없는 걸로 하는 건 아니잖나. 로봇이 판단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넘어 불신의 뉘앙스를 내비쳤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몇 해 동안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수정 과정을 거쳤음에도 1군 리그에서 시행되기 시작하며 아쉬운 부분이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당장 NC-삼성전에서 심판진이 NC의 항의를 기각한 이유도 문제가 된 투구 이후 그 다음 투구가 이뤄지지 전에 정정을 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각 구단 태블릿 PC에 결과가 전송되기까지는 투구 이후 4~5초, 인터넷 연결 환경 등에 따라 그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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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다만 결과 전송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제로 각 구장별로 차이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지 KBO 차원에서 다시 확인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며 더 완성도를 높여가면 될 일이다.

분명한 것은 ABS 도입 이후 판정 시비로 인해 경기 시간이 지연되는 일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직까진 ABS 판정에 대해 적응하지 못한 경우들이 있을지언정, 지난해까지 현장은 물론이고 팬들 사이에서도 끊이지 않았던 '우리 팀에만 억울한 판정이 나온다'는 식의 반응 또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판정의 기준 자체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그 기준이 모든 팀과 선수들에게 동일한 잣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에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 야구 팬들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판정 시비를 안 봐서 속이 시원하다"는 등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ABS에 대한 팬들의 만족도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의 반응에 대해서도 대부분 팬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4일 대구 경기의 일로 일각에선 ABS에 대한 혼선이 커지고 있다는 반응도 나오는데 이 또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심판들이 신뢰성을 깎아먹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 또한 지나친 걱정이다. 볼 판정은 뒤늦게라도 태블릿 PC를 통해 각 구단에 전송이 된다. 이미 한 차례 사고가 벌어져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심판진이 작정하고 실제 결과와 다른 콜을 외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ABS의 취지와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야구계 안팎에서 확실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이 이에 적응해야할 시간이 필요하고 운영상의 추가적인 문제들을 수정하고 보완해가야 하는 과제는 분명하지만 이것이 ABS 자체의 문제라고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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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가운데)이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회 초 심판진에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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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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